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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02일 13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02일 14시 12분 KST

위기마다 반복되는 박근혜의 '유체이탈 화법'

연합뉴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메르스가 창궐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한 발언이 화제다. 박 대통령은 1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전파력에 대한 판단과 접촉자 확인, 예방, 홍보와 의료인들에 대한 신고 안내 등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말을 했다.("메르스보다 박근혜 정부 무능이 더 무섭다") 발언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들으면 평론가나 언론이 한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는 말이다.

흔히 유체이탈 화법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의 책임회피 발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도가 지나치다. 대통령은 논평하거나 지적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지는 자리라는 사실은 박 대통령 앞에 완벽히 무력하다. 그녀는 대통령이 마땅히 지녀야 할 책임윤리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인다.

책임에서 자유로운 박 대통령은 대신 권력이나 권한의 일에는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보인다. 온 신경을 메르스에 쏟아도 모자랄 타이밍에 그녀는 시행령 등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상으로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갈했다. (박 대통령 "국회법 개정안 수용 못한다" 거부권 예고)

입법권은 의회에 있고, 시행령 등 행정입법은 의회가 제정한 모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면 안 되는 것이 너무나 합헌적임에도 행정입법을 대통령이 가진 불가침의 권한으로 여기는 박 대통령은 이치에 닿지 않는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토록 반헌법적이고, 몰헌법적이고, 권력에만 집착하는 대통령이라니. 권력에 대한 박 대통령의 탐닉과 집중은 무서울 지경이다. 창궐하는 전염병조차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만큼.

일찍이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아니 절대군주 시절에도 이런 군주는 찾기 힘들다. 절대군주조차 백성의 어버이 역할은 하려고 애썼다. 어버이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지닌다. 놀랍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 없는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을 창조했다. 그게 박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창조경제의 정수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책임 없는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을 모신 시민들의 삺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