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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12일 10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5월 12일 14시 12분 KST

| 지옥을 경험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까?

<투 라이프>에는 아우슈비츠의 고통이 야단스럽게 펼쳐지진 않는다. 단지 엘렌이 아우슈비츠에서 생체실험을 당해 생식능력을 잃은 남자를 남편으로 받아들인 것, 로즈의 남편이 아우슈비츠의 악몽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밤마다 비명을 지른다는 것 등을 통해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불행의 극한을 체험한 엘렌, 릴리, 로즈의 몸과 마음에도 아우슈비츠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녀들은 그 상처에 매몰되지 않는다.

씨네룩스

지옥을 경험한 사람은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물론 죽음이 찾아오기 전에 죽음이 사는 집을 은밀하게 방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옥을 경험한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 혹은 그녀는 평생 지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과 싸우며 살아야 한다. 그건 정말 너무나 고통스럽고 끔찍한 일이다.

장 자크 질베르만 감독은 <투 라이프, To Life>에서 지상에 펼쳐진 지옥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여자 세 명의 이야기를 통해 지옥을 경험한 사람의 여생에 대해 얘기한다. <투 라이프>의 내러티브는 간단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만난 세 유태인 친구 엘렌(줄리 드파르디외), 릴리(조한나 터 스티지), 로즈(수잔 클레망)는 자매와도 같은 우정을 쌓은 사이인데 1945년 헤어진 후 서로의 소식을 모르다가 15년 후에 상봉한다. 프랑스 베르크 해변에서 그녀들은 여름휴가를 보내며 수용소에서 있었던 내밀한 기억들을 떠올리고, 혼자만이 지니고 있던 정신적 내상에 대해 말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화해하고, 우정을 확인한다.

<투 라이프>에는 아우슈비츠의 고통이 야단스럽게 펼쳐지진 않는다. 단지 엘렌이 아우슈비츠에서 생체실험을 당해 생식능력을 잃은 남자를 남편으로 받아들인 것, 로즈의 남편이 아우슈비츠의 악몽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밤마다 비명을 지른다는 것 등을 통해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불행의 극한을 체험한 엘렌, 릴리, 로즈의 몸과 마음에도 아우슈비츠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녀들은 그 상처에 매몰되지 않는다. 예컨대 엘렌은 해변에서 만난 연하의 남성과 생애 처음으로 수 차례 정사를 나누고, 육체의 열락이 주는 기쁨을 만끽한다. 엘렌 등은 매년 여름 베르크 해변에서 만나 휴가를 즐길 것을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킨다. 영화 말미에 할머니가 된 엘렌 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그 약속이 이행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임도 그때 알게 된다.그녀들은 지옥 이후의 삶을 잘 산 것이다.

인간은 광활하기 이를 데 없는 우주에서 먼지보다 못한 존재이지만, 극단의 고통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위대한 존재다. <투 라이프>는 세상의 모든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방사능피폭을 당한 것처럼 평생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고통을 지양할 힘을 지니고 있다고 우리에게 나직하게 말한다. 사는 게 너무 고단하고 괴로운 사람에게 <투 라이프>를 권한다.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