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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17일 13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8월 17일 14시 12분 KST

빚 권하는 게 창조경제?

박근혜 정부가 입만 열면 외치던 창조경제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이 그것이다. DTI와 LTV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대표적인 친박인사이자 박근혜 정부의 경제수장이 될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DTI와 LTV를 손 볼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컨센서스가 전혀 형성돼 있지 않다. 이런 마당에 대출을 더 많이, 더 쉽게 해주겠다고 해서 주택을 구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감언이설에 현혹돼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장차 도래할지도 모를 주택 가격 하락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하우스푸어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최경환 /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입만 열면 외치던 창조경제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이 그것이다. 기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이후 줄기차게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에 골몰했고, 이를 위해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 필요한 조치들을 모조리 없애거나 약화시켰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 : 소득대비 주택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규율해 가계 부실을 억제하는 장치)와 LTV(Loan To Value, 담보인정비율 : 주택담보대출시 주택의 담보가치 대비 대출금액 비율을 규율해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억제하는 장치)뿐이다. 하긴 이명박 정부 때부터 부동산 시장에 질서를 부여하던 장치들을 허무는데 올인했으니 무리도 아니다.

DTI와 LTV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대표적인 친박인사이자 박근혜 정부의 경제수장이 될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DTI와 LTV를 손 볼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는 지난 13일 청와대 장관 내정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LTV·DTI 규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금은 부동산이 불티나게 풀리고 프리미엄이 붙던 '한여름'이 아니라 '한겨울'",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으면 감기 걸려 죽지 않겠느냐", "한여름이 다시 오면 옷을 바꿔 입으면 되는데 언제 한여름이 다시 올지 모른다고 여름 옷을 계속 입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최 후보자의 발언을 쉽게 풀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 도입됐던 DTI와 LTV를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냉각된 현재도 유지하는 건 맞지 않으니.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하겠다' 정도가 될 것이다. 틈만 나면 DTI와 LTV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외치던 최 후보자이니만큼 DTI와 LTV가 온전하기는 어려울 성 싶다.

창조경제를 고작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으로 이해하는 최 후보자와 박근혜 정부의 절박한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최 후보자와 박근혜 정부는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 우선 DTI와 LTV는 부동산 경기를 조절하는 수단이 아니다. DTI와 LTV는 가계와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정책수단이다. 물론 DTI와 LTV가 과잉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걸 막는 기능을 수행하는 건 사실이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에 기여하는 것도 엄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DTI와 LTV를 부동산 경기 조절 수단으로 간주하는 건 곤란하다.

최 후보자와 박근혜 정부의 착각은 DTI와 LTV의 본래적 기능을 오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최 후보자와 박근혜 정부는 DTI와 LTV를 완화하면 지금 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는 게 가능해지고, 그러면 시장참여자들이 주택구매에 나설 것이고, 주택 거래 활성화를 통해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를 도식화하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시장참여자들이 부채를 얻어 주택을 구매 → 주택매매가격 상승 → 주택매매시장 활황을 이용해 하우스푸어들이 주택을 매각하고 부채를 축소 → 부의 효과(자산가 계급의 경우) 및 부채 축소(하우스푸어들의 경우)로 인한 가처분 소득 증가 →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회복 → 경제성장률 상승

안타깝게도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주택을 구입할 사람들은 거의 구입했으며, 시장참여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해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컨센서스가 전혀 형성돼 있지 않다. 이런 마당에 대출을 더 많이, 더 쉽게 해주겠다고 해서 주택을 구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감언이설에 현혹돼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장차 도래할지도 모를 주택 가격 하락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하우스푸어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최 후보자와 박근혜 정부가 정작 관심을 집중해야 하는 건 부동산 매매시장이 아니라 임대차 시장이다. 임대차 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임차인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지 오래다. 최 후보자와 박근혜 정부는 동원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임대차 시장 안정과 전월세난 해결에 투입해야 한다. 매매시장은 시장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라. 시장경제를 그토록 신봉하는 사람들이 왜 시장의 힘을 그리 못 믿는가?

비록 내가 간곡하게 충언을 하고는 있지만, 최 후보자와 박근혜 대통령이 들을 것 같지는 않다. 창조경제를 부동산 경기 부양과 동일시하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귀에 내 말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일 것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