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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04일 06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04일 06시 16분 KST

'한겨레'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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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가 되는 올해는 참으로 중요한 해다. 평창올림픽의 성공, 남북 관계의 진전, 적폐 청산 및 권력기관들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의 마련, 개헌, 격차 해소 등을 통한 시민들의 삶 제고 등의 중대한 현안들이 줄지어 있는 해이며, 이런 중대 현안들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을 거두어야 문재인 정부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운명을 근심하는 사람 중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여당과 정부의 선전이 필수적일 것이다. 전략적 인내심을 지니고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여야 하는 시민들의 존재도 꼭 필요하며, 개혁정부에 대해 따뜻한 시선과 건강한 비판을 하는 미디어와 지식인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위의 요인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때 문재인 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적잖이 염려하는 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지지자 중 일부가〈한겨레〉로 대표되는 진보매체에 갖고 있는 반감과 혐오와 미움이 위험수준에 도달한 것 같아서다. '깨어 있는 시민'과 진보매체 간의 불화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물론 〈한겨레〉가 실수한 것도, 논점을 잘 못 잡은 것도 있을 것이고, 그런 실수와 잘못의 누적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지지자 중 일부의 마음을 크게 다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부당한 오해를 받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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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기에 〈한겨레〉가 받는 대표적인 오해는 두 개다.

먼저 〈한겨레〉가 안철수를 애호한다는 오해. 글쎄다. 〈한겨레〉 내에도 안철수를 친애하는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압도적 다수는 안철수에게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안철수라는 정치인을 좋아하기엔 〈한겨레〉는 너무 레디컬하고 진보적이며 색깔이 분명하다. 요컨대 〈한겨레〉는 안철수의 인격과 안철수의 철학과 안철수의 정책 중 어떤 것도 애호하기 힘들다. 내가 보기에 〈한겨레〉를 안철수빠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 보다 어처구니 없는 일도 없다.

다음. 〈한겨레〉가 노무현의 죽음에 책임이 크다는 오해. 글쎄다. 노무현의 서거 직전 〈한겨레〉 역시 검찰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다 그랬다. 나는 어제 일처럼 그때를 기억한다. 청와대와 청와대의 주구 대검 중수부와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의 비대언론이 일치단결해 실행한 노무현 죽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조하거나 침묵했다. 입 달린 사람들은 누구나 노무현을 저주했고, 어떤 사람들은 친노로 찍혀 화를 입을까 두려운 나머지 닭 울기 전에 세번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처럼 노무현을 모른다 했다.

내 기억에 공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 벼랑 끝에 몰린 노무현을 전면에서 변호한 사람은 손에 꼽는다. 요컨대 이명박 등이 합심해 나선 노무현 죽이기에 어떤 사람들은 열광했고, 어떤 사람들은 동조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침묵했고, 어떤 사람들은 외면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당시 〈한겨레〉가 이명박 등이 펼친 프레임에 감연히 맞서 노무현을 변호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건 이제 와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시 〈한겨레〉에겐 이명박 등의 프레임에 맞서 여론을 뒤집을 역량과 힘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한겨레〉 뿐 아니라 당시의 누구라도 그랬다.

정리하자. 노무현의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건 이명박이고 그에 버금가는 책임이 있는 건 검찰과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의 비대언론이다. 〈한겨레〉도 노무현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 할 순 없지만 그 책임은 비교적 적으며, 〈한겨레〉는 잘못에 비해 너무 많은 윤리적 매질을 당했다. 몇몇 컬럼을 가지고 노무현의 죽음에 〈한겨레〉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그런 행동은 문재인 지지자와 〈한겨레〉 사이에 감정의 골만 깊게하고 오해만 쌓이게 할 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임기 내내 낮은 지지율과 메인스트림의 능멸(그걸 능멸 이외의 다른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에 시달린데다, 이명박과 검찰과 조중동 등 비대언론과 한나라당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린 노무현을 지켜본 진보개혁성향의 시민들은 뼈아픈 후회와 씻기 힘든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그런 후회와 죄책감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견고한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문재인 정부가 실패해 반동정부가 들어서면 문재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친노 혹은 친문 유권자들의 멘털리티의 근간일 것이다.

나 역시 그들의 편이다. 그럼에도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우리의 범위를 좁히지 말고 배제 보단 포용의 논리를 작동시키자는 것이 하나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단단한 근거와 정교한 논리에 기초한 제안과 비판은 최대한 경청하자는 것이 다른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