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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5일 05시 2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16일 14시 12분 KST

제2의 노무현은 누구인가?

한겨레

노무현은 대한민국에 쏟아진 벼락 같은 축복이었다. 노무현이라고 한계가 없었겠는가? 노무현이라고 단점이 없었겠는가? 많았다. 하지만 내가 노무현을 대한민국에 쏟아진 축복이라고 말한 것은 노무현처럼 현실의 악과 비타협적으로 싸운 정치인을 우리가 가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같이 학벌이 신분이 되는 사회에서 상고밖에 졸업하지 못한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 그토록 많은 시민들이 노무현을 사랑하고 노무현에게 열광했던 것, 노무현의 자진 이후 시민들의 눈물이 강물이 되어 지금도 흐르고 있는 것은 노무현의 삶과 죽음이 주는 감동 때문인데, 그 감동의 중심에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거악들과 정면으로 대결한 노무현의 투쟁이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모른다. 왜 시민들이 노무현에겐 기꺼이 던졌던 관심과 사랑을 자신들에겐 던지지 않는지를. 시민들은 노무현처럼 거악과의 투쟁에 목숨을 거는 정치인을 사랑하고 그에게 권력을 준다. 요컨대 노무현과 비노무현을 가르는 기준은 거악과 장엄한 싸움을 벌이는지 여부다. 노무현의 스타일만 흉내 내선 절대 제2의 노무현이 될 수 없다.

노무현이 방향 없이 거악과 싸운 건 아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을 캐치프래이즈로 천명했다. 당시 노무현의 문제의식은 현재 대한민국의 시대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통과하면서 대한민국이 '특권왕국'이며, 공정한 게임의 룰이 부재한 '반칙공화국'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상식'이나 '원칙'을 말하는 것 또한 참으로 부질 없게 여겨진다.

현재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건 특권의 폐절과 반칙에 대한 응징이다. 공정함이라는 가치로 대한민국을 재편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한 지배를 확립하는 것이 긴절하다. 제2의 노무현은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를 노무현과는 다른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천사의 얼굴을 하고 악마와 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릇 '정치'란 성인(聖人)의 도를 야수의 방법으로 실현하는 예술이다. 통치자(권위주의적인 냄새가 나긴 하지만)는 사자의 무서움과 여우의 지혜를 겸비해야 한다. 우리에겐 노무현의 심장과 마키야벨리의 두뇌를 지닌 리더가 요구된다. 노무현을 지양하는 제2의 노무현은 과연 누구인가?

* 뉴스타파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