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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04일 11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04일 14시 12분 KST

김치 등 식물성 유산균이 뜨는 이유

한겨레

"입동(立冬)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입동을 기준 삼아 김장 날을 잡았다. 입동(올해 11월8일) 전후 5일 안팎에 담근 김장 김치의 맛이 가장 기막혀서다. 김치가 맛있게 익으면 유산균이 g당 1억∼10억 마리에 달한다. 같은 양의 요구르트에 함유된 유산균 숫자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유산균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요구르트 속 유산균은 동물성 유산균을 대표한다. 요구르트의 원재료가 우유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다소 생소하겠지만 식물성 유산균도 있으며 이 부류를 이끄는 것은 김치 속 유산균이다. 김치 유산균은 '독종'(毒種)이다. 짜고 맵고 영양성분이 적은, 악조건에서 살아남아야 해서다. 일본 유산균학회에서 가장 생존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와는 달리 요구르트 속 유산균은 완전식품인 우유라는 '웰빙' 환경에서 지낸다. 김치 유산균 등 식물성 유산균은 동물성 유산균에 비해 척박한 환경, 적은 영양소 속에서 생존해야 하므로 각종 영양소를 분해ㆍ섭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식물성 유산균은 동물성 유산균보다 천연 항균물질이나 생리활성물질을 더 다양하게, 더 많이 생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태껏 김치 유산균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오랫동안 김치 유산균이 '약골'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음식과 함께 먹더라도 위(胃)에서 강산인 위산(胃酸)에 의해 대부분 죽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론 여러 종(種)의 김치 유산균이 대장까지 너끈히 살아 내려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는 김치를 일부러 먹인 사람과 먹이지 않은 사람의 대변을 수거해 각각의 유산균 수를 검사해 봤다. 그 결과 김치 섭취자의 대변에서 잰 유산균 수가 비(非)섭취자의 100배에 달했다. 이는 여러 김치 유산균이 위산이나 담즙산에 노출돼도 대부분 살아남는다는 증거다.

대장에 안착한 김치 유산균은 우리 건강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한다. 정장 작용ㆍ대장염 억제ㆍ면역력 증강ㆍ아토피와 알레르기 개선 외에 항암ㆍ비만 억제ㆍ항균과 항바이러스ㆍ가바(GABA) 생산 등 효능이 한 둘이 아니다.

20∼30대 젊은 세대에서 크론병ㆍ만성 궤양성 대장염이 최근 크게 늘었다. 염증을 억제하는 김치 유산균의 섭취가 과거보다 크게 감소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치 유산균은 스트레스ㆍ우울증 완화에도 이롭다. 김치 유산균이 뇌에서 '행복 물질'이자 '숙면 물질'인 세로토닌의 생성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또 장에선 배변활동을 활발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