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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1일 09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2월 10일 14시 12분 KST

대만 제3의 길은 가능할까? | 대만 본토화와 민주화의 이중주

급진적인 대만독립도 싫고 그렇다고 중국과 통일하는 것도 거부하는 주류 민의를 대변하는 동시에 진정한 정치개혁을 진행할 수 있는 제3의 길은 과연 가능할까? 어떻게 보면, 유명 외과의사 출신인 커원저는 제3의 길로 성공하였기에 마치 한국 대선에서의 안철수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결국 승리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커원저 타이페이 시장 당선자 / AP 연합뉴스

2014년 11월 29일 대만은 자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종류의 선거를 동시에 진행했다. 현 집권당인 국민당은 집권 중인 15개 지방정부에서 6곳만을 지켜냈고 야당인 민진당은 6석의 지방정부 집권 판도를 13석으로 확대하였다. 또한 타이페이(臺北) 시장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인 커원저(柯文哲)가 59%의 지지를 받는 압도적 승리로 2016년 총통선거를 앞두고 대승을 거두었다. 국민당 총통 마잉주(馬英九)는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고 국민당 주석직을 사임하였으며 차기 총통 후보로 거론되던 대만대학 정치학과 교수 출신 행정원장 장이화(江宜樺) 역시 사임하였다.

과연 이러한 대만의 선거결과는 향후 동아시아 국제정치 판도에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이고 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대만은 현 시점에서 한국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대만과 중국은 이른바 3통(통상·우편·항운)을 1988년부터 점차적으로 시행하면서 현재는 자유로운 쌍방향의 물류 및 인적 교류를 완성해가고 있다. 여전히 냉전체제 속에서 점점 더 쌍방향 교류를 닫아가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과연 어떠한 관점에서 대만 선거를 봐야 할까? 수많은 분석내용들을 훑어보면 적어도 다음 두 가지 면에서 국민당이 참패하였음을 알 수 있다.

대만 본토화의 길: 중국에게 'No'라고 말할 정당이 필요하다

대중국 정책에 있어 마잉주 총통은 첫번째 임기의 취임식에서 "대만이 주체가 되어 인민에게 유리한" 일을 하겠다고 천명하였다. 하지만 취임 후 마 총통은 대만 경제를 구하기 위해, 한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하다며 중국과의 급진적인 관계 개선을 꾀하는 가운데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인 ECFA를 체결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물적·인적 교류 확대와 관련한 협정 체결을 진행하였다. 이에 대해 대만 토종 해바라기꽃인 '태양화'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한 대만 학생 400여명은 2014년 3월 18일 대만 국회를 점령하여 대만과 중국 간의 서비스 무역 협정을 취소하라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가장 핵심적인 이슈는 중국인이 대만에서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관련 조항들로, 이에 대한 심의가 연기되자 학생들은 4월 6일 국회점령 시위를 자진해산하였다. 실업률과 취업난으로 고민하고 있던 대만의 젊은 신세대들에게 이 문제는 커다란 위협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또한 대만은 중국과 다른 독립국가라는 의식이 점차적으로 상승하여 대만 인구의 60% 이상(2014년 대만정치대학 여론조사)이 대만의 현 상황 유지(실질적 독립)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이 번 선거결과는 대만사회가 지나친 친중노선에 대한 거부감과 의구심(중국으로 흡수 통일 되는 것이 아닌가?)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홍콩 학생시위대를 강력 진압하려는 중국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 역시 대만인들이 향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더욱 강력한 목소리를 낼 정당이자 대만 독립 및 대만인을 대변할 '본성인'(本省人, 1945년 이전부터 대만 지역에 거주한 원주민)들의 정당인 민진당에 지지를 표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만 민주화의 길: 대만 정치를 수술해줄 의사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대만을 휩쓸었던 것은 젊은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커원저 현상'이었다. 대만은 2012년 총통선거에서 당시 총통인 '본성인' 천슈이볜(陳水扁)의 부정부패를 대신해 청렴한 외성인(外省人) 마잉주를 선택했지만, 마잉주의 집권은 비록 개인적으로는 청렴한 총통일지라도 국민당이라는 거대한 관상(官商)이익결합체에 의해 구조화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국민당의 총체적 문제는 대만인들로 하여금 진정한 민주주의 외연 확대 없이는 대만 경제와 정체된 각종 정치개혁을 담보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2013년 7월 군 내부에서 mp3 플레이어를 반입했다며 조사 및 처분을 받던 중 사망에 이른 홍중치우(宏仲丘)사건, 2013년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제기되는 식품 관련 위생 문제, 특히 각종 음료수에 인체에 해로운 방부제가 함유되어 있으며 심지어 튀김기름에 인체 유해 첨가물이 들어 있고 재생유를 사용하는 등 이른바 먹거리 안전 문제로 야기된 국민들의 분노는 마잉주 총통의 지지율을 10%대에 머물게 했다. 더군다나 수도 타이페이, 신(新) 타이페이, 신주(新竹) 등의 국민당 시장 후보들 모두 부모세대의 정치적 후광을 업고 출마하여 '평민' 대만인과 관료자제 간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면서 국민당의 정책실패 및 후보들에 대한 실망이 이번 선거에서 극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급진적인 대만독립도 싫고 그렇다고 중국과 통일하는 것도 거부하는 주류 민의를 대변하는 동시에 진정한 정치개혁을 진행할 수 있는 제3의 길은 과연 가능할까? 어떻게 보면, 유명 외과의사 출신인 커원저는 제3의 길로 성공하였기에 마치 한국 대선에서의 안철수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결국 승리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선 무소속 후보로 대만 수도인 타이페이 시장선거에 출사표를 낸 것, 그리고 국민당과 민진당을 동시에 비판하면서 민진당이 자신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정치력을 발휘하여 양보를 얻어낸 것, 그리고 특히 각종 소규모 강연 등을 통해 바람을 일으킨 것과 인터넷매체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을 진행하고 선거 이슈들을 웹상에서 공모를 통해 추천받는 등 정치와 인터넷의 결합을 구성해낸 그의 행보는 '안철수 현상'을 경험했던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진다. 과연 대만에서는 국민당과 민진당의 기존 정치세력에 대해 시민 사회의 대안인 제3의 길이 성공할 수 있을까?

동아시아에서 제3의 길은 가능한가?

중국이 현 동아시아 정국의 가장 중요한 변수임은 이번 대만 선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은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있을까? 홍콩의 자치를 50년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홍콩 민주주의에 대한 제도적 제한조치를 진행하는 중국을 보면서 우리는 대만이 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을 지지하였는지, 그리고 국민당과 민진당에 지친 유권자들이 왜 타이페이에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면서 제3의 길에 대한 여지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 역시 여야로 나뉘어 각자 이익을 도모하는 현 정치체제에 크게 실망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연 제3의 길이 가능할까? 혹은 이런 정치적 현안 및 개혁을 이끌 새로운 정치의 구현은 가능할까?

대만의 선거는 중국에 의해 야기된 동아시아 정치현실과 대만 내부 기존 정치권의 전반적인 문제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과 대만은 구체제 정치 이익 공생권이라는 제약조건에서 가능한 최대의 민주주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많은 좌절과 아픔은 천천히 쌓여가고 어느 순간 그 역사의 봇물은 터질 것이다.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문제들은 결국 새로운 진정한 해결책을 향해 나아갈 것이며 한국과 대만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냉전체제 극복과 민주주의 심화의 문제들은 결국 우리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대만은 야당인 민진당과 제3의 길인 커 원저에게 동시에 기회를 주었다. 우리가 대만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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