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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6일 06시 2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3월 18일 14시 12분 KST

엄마들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어린이집

어린이집 문제는 갑과 을이 명확하다. 어린이집을 보내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알 거다. 어린이집이 갑, 엄마들이 을이라는 것을. 불합리한 이 구조를 알면서도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는 엄마들이 우리 주변에는 참 많다. 꽤나 성깔(?) 있었던 나 역시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던 3개월 동안은 철저하게 을이었다.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따져 묻고 그게 안 되면 신고를 하든 문제를 제기하든 제자리 찾는 것을 직접 목격해야 직성이 풀렸던 나였지만, 내 아이가 다니고 있었던 어린이집에 대해서만큼은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섣불리 문제를 제기했다 내가 아닌 내 아이가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알기에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연합뉴스

[얼렁뚱땅 육아일기 #3] 엄마들을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어린이집

여느 때와 같은 평온한 하루의 저녁. 곤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아들 녀석을 위해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생선인 갈치를 굽고, 오징어채를 볶고, 콩나물 무침까지 준비했다.

한참 뒤 아이가 깼고, 나는 저녁을 먹이기 위해 아이를 식탁 의자에 앉힌 뒤 갈치 살을 바르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기 전만해도 '잔가시가 많아 귀찮다'는 이유로 자주 찾지 않던 생선이 갈치였다. 하지만 아이가 갈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잔가시 따위는 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가 잘 먹고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는 이 소박한 이유 하나만으로도 엄마인 나는 행복했다.

매우 작은 가시조차도 들어가지 않게 조심스럽고 세심하게 생선살을 발라 아이 입에 넣어주면서 나는 그 아이를 떠올렸다. 인천 어린이집 사건. 교사라는 이름을 가진 자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했던 작고 여렸던 그 아이 또한 부모가 이렇게 세심하게 생선살을 발라줄 만큼 귀하디 귀한 누군가의 아이였으리라 생각하니 그저 목이 멨다.

엄마들이 가입해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해당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차마 그 동영상을 볼 자신도 없었고 애써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찾아보지 않았다. 굳이 동영상을 보지 않았지만 엄마들의 분노가 담긴 글과 뉴스 기사만으로도, 해당 동영상 속 교사가 얼마나 잔혹하고도 끔찍한 일을 아이에게 저질렀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이 내민 휴대폰 속 동영상은 생각보다 더욱 잔혹했다. 동영상을 본 나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다. 눈물이 터져버린 이유는 꼭 교사의 무자비함 때문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눈길이 갔다. 교사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하면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떠는 네 살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아팠을지, 얼마나 무서웠을지, 그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내 아이의 일처럼 가슴이 미어졌다.

어린이집 문제는 갑과 을이 명확하다. 어린이집을 보내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알 거다. 어린이집이 갑, 엄마들이 을이라는 것을. 불합리한 이 구조를 알면서도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는 엄마들이 우리 주변에는 참 많다. 전업 주부인 나는 앞으로도 어린이집을 보내도 그만 안 보내도 그만이지만, 당장 일을 해야 하는 워킹맘들에게 어린이집은 그만큼 간절한 곳이다.

꽤나 성깔(?) 있었던 나 역시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던 3개월 동안은 철저하게 을이었다. 꿀 먹은 벙어리였다.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따져 묻고 그게 안 되면 신고를 하든 문제를 제기하든 제자리 찾는 것을 직접 목격해야 직성이 풀렸던 나였지만, 내 아이가 다니고 있었던 어린이집에 대해서만큼은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했다.

분명 비어 있는 공간이 있었음에도 그 공간을 원장 상담실로 쓰면서 12명의 아이들을 비좁은 다른 공간에 몰아넣어 생활하게 한 것, 어린이집 차량을 타고 있던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것, 어린이집 원장 딸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어린이집 아이들의 간식을 먹고 있던 것 등 3개월 동안 내 눈으로 목격한 이상한 광경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저 꾹꾹 눌러 참았다. 아이를 통해 보내는 수첩에는 "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고생 많으세요" 등 선생님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칭찬만을 가득 적어 보냈다. 섣불리 문제를 제기했다 내가 아닌 내 아이가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알기에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엄마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침묵했던 그 3개월 사이, 아이는 몸도 아팠지만 마음도 많이 아팠던 모양이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을 그 무렵에는 유독 잘 웃지도 않았고 늘 시무룩했다. 잘 모를 거라 여겼던 12개월 녀석도 뭔가 이상하긴 했나보다.

결국 3개월 만에 어린이집 퇴소를 결정하고 내 나름의 반격을 시작했다. 내 아이의 발달 상황을 트집 삼아 퇴소를 종용했던 A 어린이집, 그리고 어린이집을 옮기기 위해 몰래 상담을 받은 사실을 A 어린이집 원장에게 전달했던 B 어린이집까지.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을 제기한 해당 사안은 서울시 어린이집 담당 공무원의 실태 조사에 이어 주무 부서인 강동구청의 조사 끝에 이렇게 결론이 났다. A 어린이집은 시정 명령과 보육 면적 위반으로 인한 행정지도, B 어린이집은 시정명령과 과태료 조치를 각각 받았다.

강동구청 관계자로부터 전화로만 전해들은 결과였지만 생각보다 두 어린이집의 문제는 많았다. 회계 처리의 문제도 있었고, 보육 면적 위반 문제도 있었고, 입소 순위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비록 어린이집을 그만두게 됐지만 해당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다른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꽤 많은 문제들이 얻어 걸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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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꽤 괘씸하고도 불쾌한 포스터 하나를 봤다. 하나는 부족하다며 하나 이상을 낳으라고 독려(?)하는 무시무시한 포스터였다. 포스터의 문구를 그대로 옮겨 본다.

"외동아에게는 형제가 없기 때문에 사회성이나 인간적 발달이 느리고 가정에서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이루어 보았으므로 자기 중심적이 되기 쉽습니다"

무려 교육부, 보건복지부의 후원을 입은 광고다. 더 낳으라고 독려하기 전에 왜 아이를 더 낳을 수 없는지부터 곰곰이 살펴보는 게 먼저 아닐까. 우리 주변에 있는 아이들도 지켜주지 못하면서, 아이를 점점 키우기 힘든 환경을 만들면서 '하나는 부족하다'고만 강조하는 이 이기적인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우리 모두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사이, 어린이집을 보내는 엄마들만 애꿎은 죄인이 되어가고 있다.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간 채 말이다.

15일, 인천 어린이집 사건 동영상 속 보육교사가 경찰에 긴급체포 되었다고 한다. 여론이 들끓고 있는 만큼, 경찰도 지자체도 이번 일 만큼은 쉽게 좋게 좋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난 그 보육교사가 어떤 벌을 받을지보다, 폭력을 당했던 네 살 아이에게 관심이 간다. 우리 하윤이와 나이가 같아 더 눈에 밟히는 그 아이. 부디 아팠던 상처는 잊고 엄마 곁에서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고, 더 많이 사랑받는 어여쁜 아이로 성장하길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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