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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2일 10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12일 14시 12분 KST

사랑은 밥에서부터 시작해야

김운경 작가의 텔레비전 드라마 <유나의 거리>를 보다가 멍해졌다. 소매치기 가운데 가장 거칠고 기술도 좋은 찬미가 친구와의 의리 때문에 계획된 일을 못 하게 되었다. 담담하게 안 하겠다고 통보하고 길거리로 나온다. 길에서 만난 아는 카페 주인한테 붕어빵 한개를 얻어먹은 다음 차비 3000원을 꾼다. 몇끼를 못 먹었는지 몇끼나 못 먹을지 모르지만 타박타박 걸어가는 모습이 희망인지 절망인지 체념인지 또다시 누군가의 지갑을 터는 일일지 가늠을 할 수 없어 가슴이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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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을 그린 영화다. 정작 나를 사로잡은 장면은 중고등학교의 급식 현장이었다. 밥을 먹으려면 모든 학생은 급식장 입구에 있는 인식기에 자신의 카드를 댄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들이 카드를 댔다. 빨간불이 들어왔다. 급식비를 내지 않았다는 표시다. 아들은 밥을 눈앞에 두고 급식장을 떠났다.

라면이 유일한 식량인 그에게 하루 중 밥과 반찬이 갖추어진 끼니를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지만 그는 급식장을 떠났다. 친구가 말했다. 왜 안 먹느냐. 부잣집 아이들은 빨간불 들어와도 모른 체하며 밥을 먹는데 왜 그냥 나왔느냐고 안타까워한다. 언제든지 부모가 급식비를 내줄 수 있는 형편의 아이라면 빨간불 들어와도 밥을 먹는 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모가 언제 집에 들어올지 언제 급식비를 넣어줄지 모르는 형편의 아이라면 빨간불은 그를 가로막는, 그를 거부하는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김운경 작가의 텔레비전 드라마 <유나의 거리>를 보다가 멍해졌다. 소매치기 가운데 가장 거칠고 기술도 좋은 찬미가 친구와의 의리 때문에 계획된 일을 못 하게 되었다. 담담하게 안 하겠다고 통보하고 길거리로 나온다. 길에서 만난 아는 카페 주인한테 붕어빵 한개를 얻어먹은 다음 차비 3000원을 꾼다. 몇끼를 못 먹었는지 몇끼나 못 먹을지 모르지만 타박타박 걸어가는 모습이 희망인지 절망인지 체념인지 또다시 누군가의 지갑을 터는 일일지 가늠을 할 수 없어 가슴이 저렸다.

<꿈을 향하여 날아오르다>는 소년원학교인 고봉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펴낸 시집이다. 살아온 환경이나 현재 처한 상황,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엿볼 수 있는 시들이 실려 있다. 설문조사에서 가장 슬펐던 때라는 질문에 '엄마가 넌 내 새끼 아니라고 했을 때'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서 서로 데려가라고 했을 때'라는 답변이 쓰여졌다. ... 악마같이 무서웠던 아빠가 어느 날 나 때문에 니가 이렇게 되었구나 자책하는 말을 들었고 아빠는 그때부터 천사가 되었다는 시도 들어 있었다.

고봉중고 서정주 교무과장은 학생의 60% 이상이 이른바 결손가정이나 빈민가정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부모가 있는 먹고살 만한 가정의 아이라면 극히 중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부모들이 백방으로 노력하고 손을 써서 소년원까지 안 오도록 한다는 반증이다. 청소년기의 특성상 어떤 계층에도 비슷한 비율의 일탈이 있다고 확인해 준다.

보통의 사람들은 범죄자는 타고나고 범죄자의 두개골은 어떻고 하면서 한번 범죄자가 되면 영원히 범죄자가 된다며 상종 못 할 부류로 취급한다. 고봉중고등학교 교장이자 원장인 범죄심리학자 한영선 박사의 논문 '소년범죄자의 범죄중단에 관한 연구'를 읽었다. 미국에서 나온 통계에 따르면 범죄자의 6%만이 지속적인 범죄자이며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전체 범죄의 60%에 달한다. 평생범죄자는 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박사가 12년 동안 소년원 출신들을 3000명 추적조사해서 얻은 결과도 94%는 12년 동안 재범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년원의 목표는 재범률을 1%라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고봉중고등학교엔 13살짜리가 4명, 그리고 19살까지의 소년범들이 300여명 모여 산다. 정원이 230명이지만 300명 가까이 되고 한 공간에 20명이 산다. 한창나이의 갇혀 있는 아이들이 크고 작은 사고로 벌점도 받게 되는데 4명 정도가 한방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이상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고 의왕에 있는 서울소년원까지 가게 되었다. 바리스타, 조리사, 마술, 사진, 수능 공부하는 모습들을 대견하게 보면서도 아슬아슬했다. 그들이 이곳을 나가면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직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생활과 직업의 안정성을 마련해 주려고 온갖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에게 지급되는 식비가 하루 4000원. 아무리 소년원에 있다고 해도 너무했다. 이들과 함께 사는 직원들은 사랑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하는데 그 사랑은 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