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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04일 09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2월 04일 09시 58분 KST

'식당의 발견' (6) 달반늘 : 달도 장어도 석양과 함께 익어간다

전국 팔도의 착한 식당을 소개하는 《식당의 발견》 시리즈 그 두 번째 편(사진 한상무, 글 원성윤)이다. 제주도의 식당을 소개한 전편에 이어 통영, 진주, 남해, 사천의 식당을 찾았다. 굵직굵직한 관광도시에 밀려, 평범한 시, 군으로 치부되곤 했지만 하나 하나가 전통과 역사가 깃든 유서 깊은 지역이다. 조선 해군의 중심 도시이자, 충무공의 넋이 깃든 통영. 경남 행정의 중심지이자 교육, 교통의 요지인 진주. 6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진 남해. 그리고 우리에게 삼천포로 더 잘 알려진 사천까지. 『식당의 발견: 통영, 진주, 남해, 사천 편』에서는 해당 지역의 대표 식자재를 다루는 식당들을 소개한다. 책 '식당의 발견'에 소개된 17곳의 식당 가운데 8곳을 선정,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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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깊은 산그늘에/ 배를 띄운 뱃사공이 보름달을 건지려다/ 금가루에 손을 데어 넋을 잃고 떠났던가?’ 시인 김창수는 ‘달반늘’이란 시를 지어 가게에 헌정했다. 가던 달도 쉬어 간다는 지명을 그대로 따온 ‘달반늘’은 이름 만큼이나 고즈넉한 풍경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남해 삼동면 죽방리의 죽방렴과 빠알간 노을이 빚어내는 석양은 취재팀의 눈을 번뜩 뜨이게 했다. 지형적으로 이곳은 달이 딱 걸리는 곳이다.

첫날부터 네 곳을 도느라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장어를 먹고 힘을 내보자며 달반늘에 들어섰다. 18년. 햇수로는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동안 ‘달반늘’은 이곳에서 터를 잡고 장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나의 비법을 남에게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달반늘에서 일하던 아주머니들이 나가 따로 식당을 차릴 때도 핵심 비법인 소스도 가감 없이 알려줬다. 돌판에 달궈져 나오는 달반늘만의 독특한 방식도 본뜬 곳이 남해에도 여럿인 것은 모두 달반늘의 영향이다. 성수기 때 손님은 400여명, 대기번호는 80번까지는 늘어선다. 시골 한적한 작은 장어집에 사람들이 이처럼 열광하고 있었다.

달반늘 메뉴는 돌판에 나오는 양념장어구이와 숯불에 구워 먹는 장어로 나뉜다. 숯불장어구이도 맛있지만, 이 집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단연 돌판구이 장어다. 양념장어가 불에 달궈지면서 판에 눌어붙거나 하는 현상을 막으면서도 식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 업자에게 주문제작을 했다.

2인용, 3인용 이상 돌판을 모두 다르게 제작할 정도로 고민했다. 돌판의 온기를 타고 장어로 노릇노릇하게 전해지는 장어와 양념장의 새콤달콤한 맛은 바닷장어가 맛없다는 편견을 쉽게 풀어준다. 수년전, 달반늘을 방문했던 성윤의 아버지는 아직도 그맛을 잊지 못해 계속 되뇌었다고. 양념장의 주재료는 고추장이다. 여기에 각종 과일을 갈아 넣고 매실 액기스 등을 넣는다. 구체적인 배합 비율은 비밀이다. 장어는 하루 100kg씩 소비한다. 비싼 명이나물이나 굴, 석화 등 독특한 메뉴를 내놓기도 한다.

“음식은요, 맛 없으면 두 번 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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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선옥 사장은 남해 삼동면 지족리에서 이름난 효부로 알려졌다. 시집을 오자마자 시어머니가 꼼짝없이 누워있어 병시중을 다 들었다. 대소변을 모두 받아낸 세월이 6년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다시 시아버지가 자리에 그만 몸져눕고 말았다. 다시 또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렇게 10년간을 병시중을 했다. 나이는 36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반늘은 그런 병수발이 끝나고 시작하게 됐다. 경남도와 남해군에서는 ‘효부상’을 내렸다. 동네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효부라 장사가 잘 된다”고 입을 모았다. 손 사장의 남편은 남해군청의 공무원이다. 일각에선 “에이 그럼 공무원들이 많이 갈아(팔아)줬긋네”라고 말한다. “음식 장사는요, 한번은 와서 팔아줘도 맛없으면 두 번은 안 옵니다” 요즘엔 공무원들이 더 눈치를 본단다. “누구 아부지, 주말에는 안된다. 너그 올라쿠모 평일에 온나. 주말엔 오지마라.”

양념장어구이

“니마 노래방을 갈끼가 안갈끼가? 회장한테 학실하이(확실하게) 말로 해라마!” 저녁 7시가 얼핏 넘었을 무렵인데도 장어에 한잔 거나하게 걸친 어르신들이 동창들과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 성윤은 통영 출신이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상황에 살짝 헷갈린다. 진짜 싸우는 건지, 말로만 싸우는 건지. 멱살을 잡고, 배를 맞대고 ‘콱마!콱마!’하는 걸 보니 싸우는 게 맞긴 하다.

장어는 본디 술이 잘 들어가는 안주다. 장어 한점 먹고, 술 한잔하고, 장어탕 한 숟가락 떠넣고 술 한잔하고. 장어와 궁합이 잘 맞는 고추냉이장에 장어 한점 찍어 넣고, 부추와 버무려 마시면 또 한 잔이 생각나고. 달도 쉬어간다는 달반늘인데 사람인들 쉬어가지 않고 배길 수 있으랴.

“손님들이 줄을 서 있으면 뿌듯하냐”는 필자의 물음에 어머니는 손사래를 쳤다. “항상 미안해요. 줄을 서면 빨리 해줘야되는데...그래도 밥장사 하면서 손님이 맛있게 드시고, 그릇 다 비우고 가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어요.”

달반늘

  • 메뉴 : 장어구이 1인분(200g) 12,000원

  • 주소 : 경남 남해군 삼동면 죽방로 99

  • 전화번호 : 055-867-2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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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취재팀이 들른 건 일몰 시간대였다. 이날 일몰은 저녁 7시 정각쯤이었는데 취재팀은 거의 6시 반쯤에 도착했다. 취재팀은 해지는 죽방렴 촬영을 위해 거칠게 스타렉스를 몰고 달반늘 앞에 도착했다. 아뿔싸. 그런데 이날은 토요일인 데다 저녁 손님도 많아 가게에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바쁜 시간을 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스케줄이나 사진 촬영 여건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진행 담당은 울상이다. “어머님이 부엌에서 연신 장어 다듬고 계셔서 말을 못 붙이겠어요.” 그러던 중 사장의 생각이 바뀐 걸까.

주방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 같더니 고무장갑을 던지고 앞치마에 물기 묻은 손을 닦으며 우리에게 외마디 사자후를 던진다. “빨리 가입시다!” 상무는 다른 아주머니께 커다란 양동이에 장어를 담아 달라 했다. 아까 점찍어둔 장소로 어머니를 납치하다시피 데리고 갔다.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께 물었다. 왜 했느냐고. "우리 딸도 사진을 하거든예. 우리 딸도 이리 고생하지 싶은 생각이 드니까 해야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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