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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3일 13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8월 13일 16시 12분 KST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인터뷰] 손혜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완전히 리폼하고 싶어한다

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61)은 새정치 '브랜딩'에 열심이다.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 벽면에는 지난 한달 그가 만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 셀프디스 포스트로 가득했다. 또 다른 벽면에는 그동안 숱하게 바뀐 야당의 로고와 당명, 카피들이 침 핀에 꽂혀 있었다.

손혜원은 성공한 '브랜드매니저'다. 참이슬, 처음처럼, 엔젤리너스, 식물나라, 종가집김치, 딤채, 위니아 등 입에 자연스레 감기는 이 브랜드는 그의 손에서 빚어졌다.

손혜원은 '낡은 것'에서 '새로움'을 찾아낸다. 두꺼비로 상징되는 올드한 '진로'(眞露)가 그렇다. 한자의 음(진로)과 뜻(참, 이슬)을 분리해 '참이슬'을 찾아냈다. 젊은 이미지로 소주 시장을 평정했다. 몇 년 뒤에는 또 다른 소주 '처음처럼'을 만들어냈다. 소주 시장의 절반을 가져갔다. 시장의 판도를 뒤엎는다.

정치는 기업과 다르다.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자신감이 넘쳤다. “성공하게 해야죠." 2일과 7일, 전화와 대면 인터뷰로 손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야당에 대한 걱정의 자리였다. 여당을 향해서는 이전 언론 인터뷰와 달리 매섭게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도 처음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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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다양한 포즈를 지었다.

- 새정치에 들어온 지 한달이 됐다.

= 내 나이가 일하기 좋은 나이다. 소신 있게 제 일을 할 수 있다. 당에서 나를 믿어준다. 너무 감사하다. 물론 어려운 환경이다.

- 구설수도 있지만 셀프디스가 화제다.

= 들어온 지 2주 만에 셀프디스를 만들었다. 첨엔 다들 '뭔가' 싶어했는데 이제 서로하려고 한다. 이건 '디스'로 포장한 홍보다. 자신을 내려놓으면서 자기를 어필하려는 것이다. 최소 100명은 하고 싶다. 올 말, 선거전에 책으로 내놓을 것이다.

- 당명 개정을 하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솔직히 길다.

= 9월 18일이 민주당 창당 60주년이다. 그때 맞춰서 할 것이다.

- 당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 1998년도에 진로라는 제품을 참이슬로 만들었다. 1924년에 만들어진 진로에서 참이슬을 발견해 낸 것이다. 그거 하고 싶다. 민주당의 원류에서 이들의 정신을 찾아내서 리폼하고 싶다. 민주당의 역사는 위대한 역사다. 한분 한분의 철학과 정신이 있다. 그중에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찾아낼 것이다. 그 뿌리에 뭍은 흙을 털고, 다시 꽃 피우고 싶다.

- 성공할 자신이 있나.

= 내가 38년 동안 기업 내부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해결해줬다. 디자인보다 깊은 일이 브랜딩이다. 조동원 씨는 새누리당 안에서 변화를 일궈냈다. 제가 맡은 이 자리도 여러분들이 거쳐 지나가셨다. 그분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힘이 있어야 한다. 자기 의견을 관철할 수 있는 전문성과 사람들한테 그것을 설득시킬 힘 말이다. 성공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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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이 총선 8개월을 앞두고 '민생119 본부’라는 걸 만들었다. 어떻게 보나.

= 빠르기도 하고, 교활하다. 아무거나 선점하고 자기네 거라고 한다. 거짓말도 잘한다. 현수막도 그렇다. MSG 같다. 입에는 단데 몸에는 안 좋은 거 말이다. 저는 진정성을 가지고 하고 싶다.

- '진정성'으로 승부가 가능할까.

= 저는 브랜딩을 하면서 '정직하게 하자, 사기는 치지말자'하고 살아왔다. '내가 이 판에서 들어와서 이렇게 하고 살아야 하나' 이런 고민이 있다. 이런 인터뷰는 정말 처음이다. 허핑턴이니까 얘기하는 건데...

- 어떤 얘기인가.

= 그들(새누리당)과 주파수를 맞춰서 교활하게 머리를 바꿔놓고 잔머리로 대응을 한다 치면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사기 치는 건 안 하려고 한다. 깊이 들어가서 보려고 한다. 우리한테는 저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역사도 있고,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한(恨)도 있다. 우리한테는 버라이어티한 인물도 분명히 있다.

- 기업의 브랜딩 경험을 정치 영역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 제가 잘 아는 건 인간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다. 인간을 설득하는 일을 했다.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집, 술, 가전제품 다 해봤다. 사람들이 구매하는 행동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 정치는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움직이는 일'라고 사전에 쓰여 있다. 우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설득을 시키고 싶다. 여기 계신 몇몇 분한테 그런 느낌을 받는다.

- 대중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 나라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 대상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던 대상이 같다. 일반 대중은, 소비자는 냉정하다. 이익과 어긋나면 안 찍는다. 안 산다. 그러나 인간을 위한, 본질이 존중받는, 가치 있는 일에 신경을 쓰는 것에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다.

- 새누리당의 구호는 직접적이고 선명하다. '예산 폭탄'(이정현)'집값 상승' '개발'(안상수)과 같은 일반 유권자의 직접적 이해와 결부된다. 지역선거에서만큼은 선거전략이 매번 뒤진다.

= '나를 찍어주면 이 지역에 예산 폭탄을 퍼붓겠다' 이걸 어떻게 이기나. 저 사람들이 저 재미를 봤기 때문에 다음 총선에서는 전국이 다 그렇게 나올 것이다. 저렇게 나오면 이길 도리가 없다.

- 그러면 어떻게 이길 것인가.

= 그런데 저 사람들이 저걸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네들만 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 전략이 있어야 한다. 눈앞의 이익에 어긋나는, 그거 보다 더 크게 볼 수 있는 게 뭐냐. 그게 얼마나 어렵나. 그러나 사람은 돈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찾아야 한다. 지난 재보선 때는 (그걸 보면서) 너무 두려웠다.

- 꼭 해야겠다는 정책 같은 게 있나.

= 이 시대에 해야 할 게 있다. 맨땅에서 저렇게 사기 치는 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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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면.

= 원전 같은 걸 보자. 없애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나. 원전 없애면 전기수급에 차질이 온다고 겁을 주고 있다. 그런데 독일 메르켈 총리도 없앴다. 저는 우리 세대에 원전을 포기하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20세기에 만든 원전을 21세기에 없앴다고 후손들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해야 된다. 그때 제가 나서는 거다.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거다.

- 현수막 문제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새정치 현수막은 '못하는' 운동권의 냄새가 짙게 난다.

= 당에서 생각하고 이루어지는 정책들이 지역에 잘 전달이 안 된다. 특히 현수막이 약하다. 중앙에서 정책이나 표현하는 이야기가 정해지지 않으니까 지역에서 목말라 하다 자기들이 중구난방으로 건다. 반면 새누리는 조직적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내년 총선에서 현수막 선거를 치르려면 지금 조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돈이 드는 일도 아니다. 시스템 구축하는 일도 아니다. 지금 직원으로도 다 가능하다.

-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정은 어떻게 봤나.

= 바람이 있다. 바람에는 원인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일련의 바람은 특이한 것이었다. 짧은 시간이었다. 그 바람은 마치 전염병 같이 퍼졌다. 그때 불었던 바람을 선동적인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 노 대통령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 노 대통령에 대해서 실망을 많이 한 사람 중의 하나다. 애정이나 미련은 없다. 그런데 대통령을 그만두고 보자고 연락이 왔다. 돌아가시기 두 달 전에...

- 어떤 얘기를 나눴나.

= 봉하마을에 나온 농산물 브랜드를 짓고 싶다고 하셨다. 시골에서 지은 유기농 농산물을 프리미엄을 붙여 지역에 이바지할 생각을 하고 계셨다. 제가 빚이 있다면 그 빚이 있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봉하마을에 가서 보니 참 안타까웠다. 사람들이 노 대통령을 향해 매일 같이 '나오세요. 나오세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 그래서 뭐라고 말했나.

= '여기 이러고 어떻게 사세요'라고 했다. 노 대통령이 줄담배를 피우시면서 '뭐가요?'라고 하시더라. 뻐꾸기 시계처럼 나가서 시간 되면 나가서 연설 해야 되고, 들판을 바라보려고 낮게 쌓은 담 위로 사람들이 넘어오고…. 동물원의 들여다보듯 집 안을 보고 있고. '그럼 제가 어디 가서 삽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디든지 가셔야죠, 어디든 가셔야죠. 여기서 이러고 어떻게 살아요'라고 했다. 권양숙 여사는 '저는 정말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그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 '바람'을 강조했다. 그런 정치인이 야당에 있나.

= 이재명 시장한테서 그런 걸 좀 본다. 이재명 시장님의 팬들이 노무현 때랑 좀 다르다. 바로 긍정의 바람이다. 자신들이 보호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 시민들이 시장한테 사람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 같은 거다. 사람들을 후련하게 만들어준다. 거짓으로 선동하지 않는다. 진심이 담겨있다.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처럼 작살을 낸다. 관객들은 환호한다. 노풍(盧風)이래로 처음 본다. 목포에 있는 70대의 퇴직 교사가 성남시민 모임에 가 있거나 자발적인 움직임이 있다. 성남의 바람은 중요하다.

- 새정치에도 그런 바람이 불까.

= 요즘 한화 야구가 재밌지 않나. 김성근 감독 한 명이 한화를 바꿨다. 나도 응원하는 팀을 한화로 바꿨다.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이 감동을 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다. 우리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인을. 우승하는 삼성보다 5등 하는 한화가 더 매력 있다. 우리 당이 그랬으면 좋겠다. 삼성 같은 1등이 아니라도. 문 대표님이 그런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