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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04일 13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04일 14시 12분 KST

남산 케미스트리에 다녀와서

QuinnDombrowski/Flickr

지난 토요일 경리단 길의 '남산 케미스트리'가 문을 열었다. 남산 케미스트리는 국내 자가양조 펍의 맥주들을 모은 팝업스토어다. 모두 7개의 펍 맥주들이 모여있는데, 펍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밴드 오브 브루어스 Band of Brewers

사계 The Four Seasons

스킴45 SKIM45

온탭 On Tap

파이루스 Pyrus (구 로비본드 Lovibond)

펑키 탭하우스 Funky Taphouse

퐁당 PONGDANG

(이상 가나다 순)

이만해도 물론 유명한 펍들이지만, 익히 들어왔던 더더더 유명한 브랜드들이 안 보이네? 크래프트웍스 Craftworks, 맥파이 Magpie, 더부쓰 The Booth, 크래프트브로스 Craftbros, 크래프트원 Craftone 등등. 그러고 보니. 남산 케미스트리의 전략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만 국내 자가양조 펍의 떠오르는 브랜드들을 모은 느낌인 것이다. 그나마 이태원의 사계와 신사동의 퐁당이 이제 1년 반이 좀 넘은 상태이고, 나머지는 그보다도 신생 펍들. 그러니까 남산 케미스트리의 특징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1. 국내 자가양조 펍의 맥주들을 모은 곳.

2. 좁은 한국 크래프트펍 시장 안에서도 그나마 메이저는 제외 됨.

이 두 가지 특징이 마음에 든다. 일단 가격이 괜찮다. 대부분의 맥주들이 5,000원 선이고, 아주 비싼 몇 개(2~3개)만 7,000원인 정도다. 이벤트 중에 방문했는데,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주더라. 앞으로도 계속 그 정책이라면 양은 1파인트가 안 나오긴 하겠다만. 그래도 꽉 담았을 때 적지 않은 양이다. (정확히 그 컵이 몇 cc인지는 모르겠네? 2/3 파인트 쯤 되려나?) 그리고 한국의 맥덕들이 고안한 레시피의 맥주들을 다양하게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다분히 정체성적인 이점이 있다. 서빙되고 있는 맥주는 모두 31개로 페일에일, IPA, 바이젠, 세종, 스타우트, 벨지안 등의 스타일 중에서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척박한 땅에서 크래프트 맥주의 씨를 뿌리는 그들을 응원하는 느낌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맥파이나 더부쓰 같은 곳이 있었으면 그 느낌이 조금은 희미했겠지.

일단은 3개월 동안 운영(10월 31일까지)하는 팝업스토어로 시작됐다. 그러나 건물주가 운영한다니 반응이 좋으면 상시 운영이 가능하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 벌써 '연장할 수도 있겠지', 그런 말도 나온다고. 오픈 첫날에는 각 펍의 사장들이 모두 나오기로 했단다. 각자의 탭 앞에 사장님들이 버티고 서있는 모습도 나름의 장관인데 이건 맥덕들에게나 의미가 있는 거겠다.

정식 오픈 전, 3시간 동안 1만 원만 내면 모든 맥주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이벤트로 다녀와서인지 손님이 무척 많았다. 그 더위 속에서도 어찌나 바글바글 마셔대던지. 인파를 뚫고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그러면서 이리저리 마시다 보니 10잔이 넘었는데, 좋았던 맥주는 아래와 같다.

프린셉스 바닐라 스타우트 Princeps Vanilla Stout(밴드 오브 브루어스)

트로피칼 페일 에일 Tropical Pale Ale(파이루스)

점촌 IPA Jeomchon IPA(온탭)

필소굿 IPA [Phil] So Good IPA(펑키 탭하우스)

공간도 잘해놨다. 찬 바람이 불 때까지 영업을 지속한다면 보완을 해야겠지만(지금은 다 뻥뻥 뚫려있다) 그건 그때의 문제이다. 편하게 앉아서 먹는 공간은 아니다. 의자 없이 몸을 기대서 마실 수 있는 높은 탁자들이 많을 정도로, 그냥 서서 몇 잔 즐기기 좋은 곳으로 꾸렸다. 나부터도 그렇지만 한국인들에겐 아무래도 죽치고 앉는 술 문화가 보편화되어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팝업스토어 펍에선 이런 방식도 나쁘지 않은 게 아닌가, 헷갈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호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