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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03일 05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04일 14시 12분 KST

청와대 기자간담회 반박문

뉴스1 / 청와대

1.

직무 정지 중인 이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습니다. 사진기도 녹음기도 다 놔두고 수첩만 달랑 들고 와서 내 이야기 좀 들어보라는 식이었지요. 세상에 무슨 이런 경우가 있습니까? 첫째, 정직 중인 사람이 기자회견이라는 정치적인 행위를 이런 식으로 오만방자하게 해도 되나요? 둘째, 기자들은 왜 우르르 몰려갔습니까? 개나 소나 부르면 다 가는 것입니까? 셋째, 하는 말마다 조리에 닿지도 않고 구구한 변명과 억지 주장인데, 왜 그런 것을 일일이 보도합니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나 한 것입니까?


그렇게 당당할 수 있다면, 왜, 청와대 출입일지, 대통령의 동정을 알려주는 각종자료를 제출하지 못합니까?


2.

자 이제 시민의 귀를 더럽히고 말았으니, 두어 가지만이라도 한번 따져봅시다. 첫째, 박씨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한 항간의 무성한 이야기를 모두 부정하고, 자신은 정상근무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뒤늦게 중대본에 나타난 갓은 경호실에서 경호문제가 있다 해서 그리 된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웃기는 이야기지요. 이미 2014년 당시부터 박씨의 그날 행적에 관해서는 의혹이 많았습니다. 국회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은 그날 대통령의 소재를 모른다고 답변했습니다. 나중에는 또 여성 대통령에게도 사생활이 있다는 다소 엉뚱한 발언을 하였습니다. 어제(2017.1.1.) 박씨의 주장과는 판이하였습니다.

불과 이삼일 전만하여도 박씨의 변호인단에서는 대통령의 기억이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 기억을 되살리고자 노력 중이라고 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일파만파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자, 그 말의 진의는 다른 곳에 있다고 어렵게 둘러댔습니다.

'대통령의 7시간'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사건 직후부터 베일에 싸여 있던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그 귀중한 시간에 적절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300명도 넘는 생명이 억울한 죽음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박씨는 그날 그 시간에 어디서 무슨 일을 하였는지를 정직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러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정상근무라는 카드를 들이밉니다. 그렇게 당당할 수 있다면, 왜 청와대를 방문해 그날의 행적을 캐묻는 국회의원들을 문전박대했습니까? 왜, 청와대 출입일지, 대통령의 동정을 알려주는 각종자료(CCTV 등)를 제출하지 못합니까? '이것은 내가 하는 말이니까 무조건 믿어라!' 대통령이라고 해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제왕적 권위로 시민을 압박해도 되는 것입니까?


박씨는 검찰수사, 국정조사, 국회의 탄핵결정, 이 모두를 부정하였습니다.


3.

박씨의 거짓은 이미 드러난 것만도 여럿입니다. 최순실의 비리가 드러나자 그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른바 사과라는 것을 하였습니다.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약속도 했지요. 국회가 자신의 진퇴를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약속은 헌신짝이 되어버렸지요. 박씨는 검찰수사, 국정조사, 국회의 탄핵결정, 이 모두를 부정하였습니다.

그러고는 특검의 수사는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태의 규명에 핵심적인 대면수사를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김기춘, 우병우 등 박씨의 수족들 역시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박씨는 자신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일방적으로 해임한 황교안 총리를 대통령권한대행으로 삼아, 사실상 지금 이 순간까지도 권력을 행사합니다. 지난 몇 주간 황씨의 광폭행보는 놀랄만합니다. 시민들의 바람은 그가 소극적 태도로 최소한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것인데, 종횡무진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고 차관급 인사까지도 국회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마음대로 집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있을 헌법재판소의 법리 검토가 과연 삼권분립의 원칙 아래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재벌의 출연금에 대해서도 박씨는 선의를 강조하며, 국익을 강조합니다. 웃기는 주장입니다.


4.

박씨는 어제의 이른바 그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범죄행위를 모두 전면 부정했습니다. 다량의 주사제를 청와대가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입수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요, 최순실의 입김이 정부의 고위층 인사에까지 작용한 것이 이미 상당수 입증되었고, 측근들의 업무수첩과 통화내역을 통해 반 헌법적이고 법률과 상식에 위배되는 국정농단이 광범위하게 자행된 것이 드러났는데도, 박씨는 딴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인사에 대한 개입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주사제는 해외여행과 같이 특별히 피곤할 때만 썼다는 식의 억지를 늘어놓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폭로와 진술이 속속 나옵니까? 측근들의 수첩에 적힌 내용은 또 무엇입니까? 특별한 경우에만 썼다는 피로제 또는 이상한 주사약들은 왜 그렇게도 양이 많은 것입니까?

재벌의 출연금에 대해서도 박씨는 선의를 강조하며, 국익을 강조합니다. 웃기는 주장입니다. 만일 정부가 국가와 사회의 장래를 위해 어떤 사업을 하려거든 정부예산을 책정해서 할 일입니다. 민간의 사업 참여가 필요하다면 공개적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할 일입니다. 재벌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놓고 비밀스럽게 끼리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은 박씨도 시인하는 것인데, 이야말로 직권남용이요, 법을 무시한 처사가 아닙니까? 국가는 대통령이 선의를 들먹이며 사적으로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러나 박씨에게는 이러한 공적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뇌물이란 박씨 개인의 계좌로 직접 입금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권력이 재벌에게 주는 특혜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특정한 금액을 특정한 시기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도, 여러 가지 형태의 봐주기가 있습니다. 예컨대 국민연금이 삼성을 위해서 막대한 금액을 제공한 것만 해도 그렇지요. 끼리끼리 봐주고서는 이제 와서 웬 딴청이란 말입니까?


5.

어제 박씨의 간담회라는 것은 그야말로 시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헤프닝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도를 넘는 실망과 분노를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도대체 시민들의 수준을 얼마나 얕보면 백주대낮에 이런 행태를 한두 번도 아니고 거듭거듭 연출할 수 있는 것인가요? 우리는 얼마나 더 이 사람을 참아줘야 한다는 말입니까? 박씨와 그를 통해 각종의 혜택을 누려온 썩은 기득권층을 이참에 도려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십 년, 이십 년, 아니 삼십 년을 허송할지도 모릅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