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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04일 11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0월 05일 14시 12분 KST

'아티스트' 이박사를 아십니까

You Tube 캡처

흔히들 이박사라고 하면 무슨 뽕짝이나 부르는 행사 가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인생의 여러 고비를 넘어 이박사가 관광버스 가이드를 하던 시절 손님들이 심심할 틈 없이 노래를 불렀다. 아는 곡이 많아서 모르는 노래가 없는 "이박사"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것도 그때.

사이비 음반제작자에게 픽업돼 고속도로 휴게소용 메들리 테이프를 녹음하게 됐다. 결과는 대박.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 휴게소 테이프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사람은 주현미, 진성 등 손에 꼽는데, 이박사도 거기에 이름을 올렸다. 판매 수익금은 기획자가 고스란히 챙겼다.

기회는 우연한 곳에서 생겼다. 이박사의 트로트 메들리 테이프를 우연히 들은 일본 소니 음반사의 관계자가 일본으로 그를 스카우트 한 것이다.

소니 레이블 산하에는 큔소니(Ki/oon Sony)라는 실험적 음악을 주로 하는 레이블이 있었는데 여기서 이박사의 명반들이 터져나온다.

우리들이 그저 뽕짝인줄 알고 듣는 이박사의 뽕짝 메들리. 알고보면 반주를 한 팀은 무려 Denki Groove.

Shangri-La / Denki Groove (Rising Sun Rock Festival 2014 in Ezo)

테크노 그룹으로서는 일본의 정상에 서있던 그와 함께 만든 앨범이 바로 Encyclopedia of Pon-Chak.

BACK TO '92, ORIGINAL PON-CHAK STYLE remixed by Yoshinori Sunahara / E Pak-sa VS Denki Groove

이 앨범의 대 성공으로 이박사는 일본에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는 한국말로 그냥 녹음을 하곤 했는데, 덴키 그루브의 입장에선 이박사의 목소리조차 하나의 악기로 본 것이다.

(전곡 감상은 링크에서)

이박사는 이 기세를 몰아 메이와 덴키(明和電氣)와 앨범을 낸다. 내가 생각하는 이박사가 낸 최고의 곡이라고 생각하는 Space Fantasy가 바로 이 앨범 수록곡.

이 앨범에서 두 팀은 의기투합해 아리랑메이덴(아리랑 明電)이란 이름으로 앨범을 낸다.

이박사 + 메이와 덴키 = 아리랑메이덴 - オレは宇宙のファンタジー Space Fantasy

귀 밝은 분들에겐 들리시겠지만, 이건 그냥 신디사이저로 뭉갠 테크노가 아니다. 메이와 덴키는 형제로 아버지가 명화전기라는 전파상(이던가 공장이던가)을 경영하던 분이셨다.

이 형제는 공장에서 만든 여러가지 기계로 소리를 만들어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들이다. 유튜브 영상에 보이는 앨범 커버의 악기가 그들이 직접 만들어 연주하는 악기들.

가만히 잘 들어보면 정체 불명의 악기 소리가 기계적으로 맞물리며 몽환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박사의 목소리는 하나의 악기가 되어 전체에 녹아들어간다. 특히 타악기 쪽을 집중해서 들어보면 내 말이 뭔 말인지 알게된다. 당신이 만약 한국에서 가재발인가 하는 분이 리믹스를 한 것을 들었다면 단언컨대 이건 다른 음악이다.

메이와 덴키가 했던 더 좋은 사례가 분명 있었는데 지금은 못찾겠고, 메이와 덴키가 하는 음악의 단초를 찾아보실 수 있는 클립. 7분 52초에서부터 들으시게 걸어놨다.

명화전기

이박사는 그냥 뽕짝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본인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일본에서 테크노뽕짝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하시고 그 파장이 한국에 넘어오게 만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였다.

내가 오늘 사진 찍은 분이 바로 이런 분이었다는 걸 설명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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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개한 모든 노래는 내가 아마존 재팬을 통해 직접 구매해 소장하고 있는데, 언제든 정말 좋은 스피커로 전곡을 들어보는 게 소원.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