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6년 03월 18일 11시 27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19일 14시 12분 KST

내 몸 90%는 미생물 차지라네

우리가 의학, 생물학, 유전학의 발전으로 몸에 대해서 얼추 다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밝혀졌다. 알고 보니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중 불과 10퍼센트만이 인간 세포였고 나머지 90퍼센트는 체내 미생물의 세포였던 것이다. 유전자 개수로 따지면 더 심하다. 인체에 간직된 인간 유전자는 2만여개인 데 비해 미생물의 유전자는 440만개다. 유전자 개수로 따지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았던 인간은 겨우 0.5퍼센트 인간이다.

Gettyimage/이매진스

[김명남의 과학책 산책]

10퍼센트 인간 | 앨러나 콜렌 지음, 조은영 옮김/시공사 펴냄(2016)

2016-03-18-1458281449-6163216-NISI20160222_0011378317.jpg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서 전부 다 아는 게 원천적으로 가능할까?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로부터 파생되는 모르는 것의 영토는 오히려 더 넓어진다.

지난 세기에 과학자들은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발견은 알고 보니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는 전체의 5퍼센트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95퍼센트는 아직 관측하지 못하는 대상이라는 점이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라고 불리는 미지의 95퍼센트가 실은 우주의 주인공이었고 우리가 망원경으로 보는 우주는 겨우 5퍼센트 우주였던 것이다.

그런 사정은 인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의학, 생물학, 유전학의 발전으로 몸에 대해서 얼추 다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밝혀졌다. 알고 보니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중 불과 10퍼센트만이 인간 세포였고 나머지 90퍼센트는 체내 미생물의 세포였던 것이다. 유전자 개수로 따지면 더 심하다. 인체에 간직된 인간 유전자는 2만여개인 데 비해 미생물의 유전자는 440만개다. 유전자 개수로 따지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았던 인간은 겨우 0.5퍼센트 인간이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인체에서 살아가는 약 100조마리 미생물을 통칭하여 미생물총이라고 부른다. 미생물은 온몸 구석구석에 있고, 특히 장에는 늘 1.5㎏의 세균이 들어 있다. 장내 미생물이 섬유질 분해, 비타민 합성을 맡아 소화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이제 잘 알려져 있다. 미생물은 그 밖에도 무수한 방식으로 인체의 기능을 거드는데, 그 방식은 최근에서야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항생제의 발견 이후 우리가 체내 미생물을 몰아내는 전쟁에만 몰두해왔다는 것이다. 물론 항생제는 기적의 선물이다. 다만 지금까지 10퍼센트 인간에 대한 지식에만 의존했던 우리가 항생제를 마구 휘둘러 본의 아니게 나머지 90퍼센트를 초토화한 게 탈이다. <10퍼센트 인간>에는 아마도 그 때문에 21세기 들어 대폭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병이 줄줄이 나열된다. 알레르기, 제1형 당뇨병 같은 자가면역 질환, 과민성 장 증후군 같은 소화 장애, 비만. 더구나 미생물이 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밝혀짐에 따라, 자폐 같은 질환도 미생물총과 관련될지 모른다는 가설이 있다. 억측은 아니다. 광견병 바이러스에 걸린 개가 공격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미생물이 숙주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초파리는 체내 미생물이 성페로몬의 종류를 결정함으로써 짝짓기 상대를 결정하는 성적 기호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연구는 덜 되었을지언정 인간의 행동과 성격도 많은 부분 미생물총에 의해 조종된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추측 아닐까? 요즘 유산균을 비롯한 유익한 미생물을 장에 주입하여 소화 활동을 개선하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유행인 것처럼, 앞으로는 정신도 미생물로 조절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10퍼센트 인간>은 미생물총의 과학을 찬찬히 소개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미생물총과 좀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들도 알려준다. 요컨대 나라는 존재는 무수한 종이 모여 사는 집단이었던 것이다. 우주의 암흑물질만큼 놀라운 미지의 세상이 우리 몸에도 있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