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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09일 13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09일 14시 12분 KST

죽은 시인의 사회 속 제육쌈밥

새로운 지방에 가면 그 지방 토속 음식을 찾아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제가 처음 영국 유학을 결정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면, 영국 가면 너 뭐 먹고 사니 라는 질문을 모두에게 한번씩은 받았어요. 음식 문화에 대해서는 정말 말할 거리가 없다는 영국. 세계 온갖 요리가 거리 곳곳마다 숨어 있는 런던도 아니고, 영국 북부 지방의 작은 도시 랑캐스터에서 어떻게 "잘 먹고 살까"는 내게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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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would be more tiresome than eating and drinking if God had not made them a pleasure as well as a necessity. -Voltaire"

볼테르의 인용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출처는 끝끝내 찾을 수 없는 이 문장은 먹고 마시는 것의 즐거움을 참말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 직장인 수천명이 하루 중 가장 고민하는 오전 11시, 점심 메뉴 선정에 바쁜 현대인이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한다는 점에서도 음식, 요리가 지루한 일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를 보여줍니다.

진화론적인 관점이든, 문화비교학적인 관점이든 인간이 음식을 먹는 행위는 현재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의 큰 부분을 변화시켜왔고 제 또래라면 어렸을 때 한번쯤 그렸을 미래 도시 상상화에 늘 등장하는 "알약" 형태의 에너지원 공급방식은 기술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정서적으로 사람들에게 음식은 에너지원 공급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진화해왔지요.

먹방, 음식 사진 찍기, 맛집 탐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음식에 대한 관심은 현대인의 삶에서 먹는다는 것이 기본적인 욕구 해소 외에 소비패턴을 과시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고 사회 문화 계층을 가르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음식을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만 발생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통해 개인의 파편화로 조각조각 나뉘어 소외된 사람들을 다시 식탁 앞으로 모아 공동체를 형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문화를 전수해주기도 하며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과 매력을 발견하게도 해줍니다.

새로운 지방에 가면 그 지방 토속 음식을 찾아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제가 처음 영국 유학을 결정하고 사람들을 만날 때면, 영국 가면 너 뭐 먹고 사니 라는 질문을 모두에게 한번씩은 받았어요. 음식 문화에 대해서는 정말 말할 거리가 없다는 영국. 세계 온갖 요리가 거리 곳곳마다 숨어 있는 런던도 아니고, 영국 북부 지방의 작은 도시 랑캐스터에서 어떻게 "잘 먹고 살까"는 내게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음식의 즐거움을 위해 개강하자마자 요리 동아리를 찾아 다녔는데, 그제서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사회라는 단어로만 번역되는 익숙한 Society란 단어가 영국에서는 동아리라는 뜻으로 더 잘 쓰인다는 사실 알게 되었어요. 즉, 특별활동으로 가입하는 모든 동아리를 Society라고 부르며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eity)라는 것도 존 키팅 선생님(로빈 윌리엄스)이 가르치던 학생들 가운데 키팅 선생님의 교육 방식을 굉장히 사랑하고 문학에 흠뻑 빠져 살짝 일탈도 하게 된 바로 그 젊은 혈기의 남자 주인공들이 구성한 동아리였다는 것! 직역하면 "죽은 시인의 동아리".

어스름한 어두움 속에서 그들이 젊음을 패기 있게 "낭비" 하던 그 장면을 기대했던 제가 유일하게 교내에서 하나 발견한 요리 동아리는 레시피를 공유하고 요리를 만드는 동아리가 아니었어요. 대학교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한 분들은 아시다시피 대학 동아리라는 것이 새내기들의 친목도모(라고 쓰고 술모임이라 읽는)를 위한 것들이 많고 영국 또한 그렇다보니 나이 찬 대학원생으로서 맘에 드는 동아리를 찾기는 더욱 어려웠습니다.

랑캐스터와 같이 작은 도시에서 공부하는 모든 유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으면 만들 것!" 죽은 시인의 동아리도 원래부터 줄곧 존재해왔던 것이 아니었듯, 원하는 것이 명확하면 맘 맞는 사람을 찾아 시작하면 됩니다. 그래서 시작된 우리의 시끄럽고 적당히 비밀스런 요리 동아리는 이름하야, "Mature (혹은 Mad) Women's Cooking & Drinking Society." 가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랑캐스터에서 1년간 생활하게 된 11명의 다국적 대학원생들이 함께 나눈 문화 교류의 흔적이며 대만, 중국, 한국, 멕시코, 그리스 음식과 술에 대한 짧은 기록이자, 작은 도시 랑캐스터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최선을 다한 요리의 레시피 모음입니다. 타지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든 유학생들에게 이 블로그와 블로그에서 정리할 레시피들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글 정리의 편의를 위해 다음부터는 존칭은 생략하고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