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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20일 13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19일 14시 12분 KST

당신이 아는 간호사는 간호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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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블로거인 Sonja Mitrevska-Schwartzbach의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난 천사가 아니다.

나는 텅 빈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며 앉아있다. 사실 걱정이 좀 된다. 1900만명이 넘는 전 세계 간호사들에 대해 할 말은 너무나 많은데, 말할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 팀이다. 내 가족이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족은 가족이다. 동료들끼리 지독히 짜증을 내다가도 바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 우리를 의료계의 '네이비 실'과 비슷한 존재로 만든다는 말이 있던데, 이 말만으로도 일반인이라면 평생 동안 접할 치열한 상황들을 간호사들은 하루 안에 견디며 스트레스가 엄청난 환경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은 자진해서 하는 고생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진짜 비밀을 알고 있다. 간호사들은 봉사하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천사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상처에 입맞추는 작고 순종적이고 온화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역사책에 나오는 풀 먹인 흰 모자와 완벽하게 광낸 구두가 아니다. 그물 스타킹을 신고 어두운 구석에서의 누군가와 야한 만남을 갖는 존재도 아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미화하고, 페티시화하면서 떠받들지만, 그것 가운데 어느 것도 간호사를 제대로 정의하는 건 아니다. 간호사가 무엇이 아닌지를 이야기해야만 간호사가 무엇인지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모르기를 바라는 우리의 비밀

우리가 하는 일의 규모를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들은 어려운 직업이라는 것만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우리 발에 실리는 무게, 허리의 통증, 모든 게 끝났을 때 우리 마음의 고통은 결코 느끼지 못할 테지만 말이다). "나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정말 못하겠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응, 힘들지만 좋은 직업이야" 정도의 말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매일 보는 것을 진정으로 견디지 못한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말 지적이며, 의대를 가서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우리는 의사를 존경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의사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가 환자들과 이어지는 것, 그들의 삶에 주는 변화는 우리가 겪는 무수한 곤란함과 희생을 감수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환자와 가족들, 남편과 아내들, 부모와 자식과 동료와 친구들, 그들 누구도 우리의 비밀을 모른다. 노력을 하더라도, 그들은 간호사에게 요구되는 마음과 몸의 깊이와 넓이를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게 정말로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일주일에 3일만 근무하는 거 아니야? 추가 근무 수당도 받고 매년 보너스도 받잖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은 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 그들이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생생하다. 그렇지만 정말 믿기 힘들 만큼 좋은 일이 생기고 우리가 그 일의 일부가 되면, 환자를 간호하는 일은 그 무엇과도 다른 마약이 된다.

기적이야! 가족들이 외친다.

현대 의약품의 승리야! 의사들이 단언한다.

그렇지만 비밀을 알거나 비밀이 있을 거라고 의심이라도 품어본 사람은 가족의 목숨을 구해준 것은 기적이 아니라는 걸 이해한다. 그것은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직관적이고 굉장히 헌신적인 간호사가 방심하지 않고 꼼꼼히 간호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구해내는 사람은 우리가 인정하는 것보다 더 많다는 것이 바로 우리의 비밀이다. 우리가 실수를 잡아내는 경우는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보다 더 많다. 그리고 우리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미묘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겸허한 것으로 묘사되는 일이 많다. 이타적 감성으로 남들에게 봉사하는 삶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비밀을 품고 있다. 우리는 입이 걸고 유머감각이 어두우며 빈정대는 감성을 갖고 있다. 남을 비난하기도 하고 꽤 건방지며 똑똑하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그런 점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는 간호사복을 입은 수녀가 아니다! 우리도 충분히 못된 사람이 될 수 있다.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간호사에 대한 평판을 망쳐버릴 짓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우린 당신이 마음속에 그렸던 완벽한 그림이 아니다.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는 실수를 한다. 우리는 싸움을 한다. 우리는 감정적이 된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우리는 매일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고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 여성으로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명예로운 훈장처럼 정의되는 간호사로서의 정체성과도 싸워야 한다. 이 역할은 주홍 글씨가 될 잠재성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싸운다. 병원과, 질병과, 생사의 문제와 싸우고, 동료와 가족과 우리 자신과 싸운다. 우리가 아침 혹은 저녁에 출근했을 때 떠안는 일은 그냥 직업보다 훨씬 더 강렬하다. 타인에게 우리의 99%를 주면서도 자신의 마지막 1% 만큼은 절대 놓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는 실수를 전혀 안 할 수는 없다. 우리는 과음하고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다. 저녁 대신 초콜릿 바를 먹는다. 우리는 긴급 상황이 정말 진정한 긴급 상황인 업계들 중 하나에서 일한다. 응급 상황에서는 다른 모든 것은 사소한 일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단점에 대해 사과하고, 우리의 태도에 대해 미안해 하고, 더 공감을 잘하고 참을성 많은 인간으로 매일매일 진화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지만 우리가 간호사라는 사실에 대해서 사과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달라. 아름다움이든 짐이든, 우리가 이렇게 되기를 선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전부를 받아들여 달라. 되지 않으려고 저항을 한다 해도 간호사가 될 사람은 간호사가 된다. 당신 뼛속 골수에 스며들 것이다. 영혼에 스며들 것이다. 당신 자신의 일부를 희생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보호하게 될 것이고, 굉장히 이성적인 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건 이성적인 게 아니다. 광기의 경계에 있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조금은 신경증적이다. 조금은 지나친 A 유형 사람이다. 조금은 지나치게 배려하고 스스로 일을 떠맡는다. 나는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나를 부르는 직업을 선택했다. 나는 무시하고 거부했지만 내 안의 간호사가 점점 커져 내 전체를 감싸버렸다. 지금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나는 광기의 경계에 있다. 나는 조금 비이성적이다. 굉장히 신경증적이다. 일을 엄청나게 떠맡는다. 나는 여성이고 아내이고 딸이고 친구다. 그러나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간호사다.

 

허핑턴포스트US의 Unapologetically a Nurs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