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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1일 07시 2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31일 14시 12분 KST

행복의 비밀

gettyimagesbank

크리스마스 이브날, 퇴근하고 오랜만에 회사 근처의 오프 보로드웨이 극장을 찾았다. 연말의 한적한 사무실과 대조되는 타임즈 스퀘어 극장가에서 관광객 인파를 뚫고 걸어간 곳은 아담하고 약간 허름한, 소박한 소극장이었다. 내 프로페셔날한 삶에 새로운 방향을 잡고 변화를 겪은 올 한 해를 보내고, 2016년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 이해하기 힘든 테러와 살육, 이념적/사회적/경제적 갈등과 분열로 얼룩진 2015의 끝이 다가온다. 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사건이 많았고, 개인적으로도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여러면에서 뼈져리게 실감한 한 해였다. 감사할 일도 많았지만 내 마음의 초점이 다른 곳에 맞춰져 있던 탓인지, 2015년을 돌이켜 보면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과거의 내 모습을 그리워했고, 모든 것이 덜 복잡했던 20대 때의 패기와 순수한 무지를 애도하며 지낸 시간이 많았다.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무언가를 서둘러 이루고 싶은 급한 마음으로 괴로워하며 지냈던 1년이다.

The secret of happiness is learning how to glide

just enjoy the ride

don't let the journey be tainted by pride

The secret of happiness is not to mourn the past

not to run too fast ... not to be afraid

The secret of happiness is following my will

happiness comes when we learn to be still

행복의 비밀이란 그저 미끄러지듯 흐르는 대로 가는 것이란다. 과정을 즐기고 자존심으로 그 아름다운 여정을 망치지 않게 하란다. 과거를 애도하지 말고, 너무 빨리 달리려 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의지를 따라 가다 보면 고요함 속에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단다.

사실 처음 들어본 말도 아니고, 특별한 메세지일 것도 없었다. 하지만 섬세한 연출 덕인지, 배우의 훌륭한 연기와 아름다운 목소리 때문인지, 원래 좋아했던 소설 원작의 영향인지, 아니면 그냥 이유없이 마음이 열리는 크리스마스 시즌 때문인지 모르지만, 음악과 함께 이 곡과 그 메세지가 마음 속에 박혀버렸다. 아마도 내게 필요했던 이야기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너무 잘 하고 싶어서 정말 잘 사는 법을 잊었었다. 생각 없이 나이만 먹기 싫어서 생각으로 나를 나아가지 못하게 묶어놓고 있었다. 원하는 일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일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 놓치고 있었다. 과거의 내 모습을 그리워하고 동시에 미래를 걱정하면서, 지금 내가 가장 소홀히 대해는 현재가 미래에는 소중한 과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한 순간에 삶이 바뀌기는 힘들지만, 한번의 선택과 결심은 큰 힘이 있다고 믿는다. 과거와 미래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이제 끝내고, 일의 속도가 아닌 방향에 중점을 두고 오늘을, 이 순간을 즐기면서 가는 것이다.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치열한 이 도시 속에서 고요함과 행복을 찾아가는 작업이 내가 해야 할 2016년의 선택이고 결심이다. 미끌어지듯 흐르는대로.

The secret of happiness is here. (오프 브로드웨이 "Daddy Long Legs" (키다리 아저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