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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2일 08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12일 14시 12분 KST

수능과 만두

2000년도 11월. 그해 수험생 연예인에 속한 나는, 시험이 끝나자마자 스케줄이 3개 있었다. 대학로 공연, 그리고 공개방송 2개 - 모두 시험을 끝낸, 너무도 수고한 수험생을 위한 이벤트였다 (나도 수고했는데...그 스케줄을 도대체 누가 잡은 거야).

모토롤라의 플립 휴대폰이 인기였던 시기에, 난 휴대폰을 소유하지 않았다. '드림 팩토리' 로고가 새겨진 우리 매니져의 밴이 수능시험 장소였던 세화여고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대학로로 가던 차 뒷좌석에 누워 잠시 눈 붙였던 꿀 같은 시간이 생각난다. 공연이 끝나고 방송국으로 이동하기 전, 수능 치르고 공연하느라 수고했다며 제작진이 사준 대학로 다마떼오의 화덕 피자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엄마 생각이 난다. 시험 끝나고 스케줄 가는 길에 매니져 오빠의 전화기를 빌려 집에 전화를 몇 번이나 했었는데 아무도 받지 않았었다. 공연이 끝나고 알게 됐지만, 바로 일하러 또 가야 하는 딸을 위해 엄마가 따듯한 만두를 사서 세화여고 앞에서 몇 시간 넘게 기다렸고, 전화기가 없어서 연락도 못 하고, 결국 못 만나서 그냥 집으로 돌아오셨단다. 새벽에 일 끝나고 집에 가보니, 식탁에 고스란히 식은 만두가 포장 채 그대로 놓여 있었던 그 이미지가 너무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수능이 뭐길래, 대학이 뭐길래. 살다 보니 넘어야 할 고비와 산이 이렇게 무수히 많은데,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자식의 모든 과정마다 함께 노력하고, 같이 아파하고 기뻐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그럴 테고.

아무쪼록 다들 잘 치르길. 너무 실망하지도, 기뻐하지도 말고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리고 모든 부모님들과 축복이 함께 하길.

엄마와 함께 따뜻한 만두 한 접시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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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시험장에 아들을 들여보낸 한 어머니가 기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