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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05일 06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06일 14시 12분 KST

'단일화' 푸념할 때가 아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이철희 중앙선대위 종합상활실장이 어제 한 마디 했습니다. "단일화 때문에 야야 갈등만 부각돼 선거에서 대통령과 야당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단일화 파산 선고를 하면서 "여당의 경제 실패를 부각하고 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더민주에게 단일화 프레임은 올무에 가까웠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민주가 단일화 유탄을 맞은 피해자 시늉을 내는 건 가당치 않습니다. 더민주는 뿌린대로 거둔 것입니다. 자업자득입니다. 되돌아보면 분명합니다.

더민주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로 한창 정권과 각을 세울 때 김종인 대표가 회군을 지시했습니다. 그리곤 바로 통합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소속 의원들은 열심히 정권심판 틀을 짜고 있었는데 대표는 외려 통합 이슈를 들고 나왔습니다. "단일화 때문에 야야 갈등만 부각돼 선거에서 대통령과 야당이 사라졌다"면 이런 '애석한'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김종인 대표일 겁니다.

항변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필리버스터의 이유가 됐던 테러방지법은 이념 갈등만 촉발해 외연 확장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회군을 지시한 것이며, 통합 제안은 소모적인 단일화 공방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처방이었다고요.

먼저 후자부터 짚어보죠. 맞을 겁니다. 통합 제안이 실현될 수만 있었다면 선제적 처방을 넘어 근원적 처방이 됐을 겁니다. 하지만 그 당시 누구나 알고 있었습니다. 갓 탈당해 창당한 사람들이 뒷머리 긁적이며 통합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통합은 불가능하고 연대 즉 후보단일화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누구나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는 (보도에 따르면) 사선의 낙관적 전언에 기대어 패착을 놓았고 결과적으로는 국민의당의 공고한 저항을 유발했습니다. 정치에서 '기획의도는 이게 아니었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이번엔 전자를 짚어보죠. 테러방지법은 정권심판의 매개가 될 수 없고, 핵심은 경제실정이라는 판단인데요. 그냥 그렇다고 치고 경제실정은 제대로 제기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정리하면 더민주의 김종인표 경제실정론은 거의 부각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강봉균표 양적완화론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파장을 낳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양적완화론이 경제실정론(경제민주화론)을 지워버렸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더민주에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환경 탓일까요? 새누리당에 편향된 언론이 의도적으로 경제실정론을 부각하지 않은 결과일까요? 맞습니다. 객관적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건 상수입니다. 선거 전부터, 김종인 대표가 경제실정 프레임만이 정답이라고 확신해마지 않을 때에도 펼쳐졌던 언론환경이었습니다.

핵심은 이게 아닙니다. 핵심은 '그림'입니다. 경제실정은 설명하지 않아도 체감합니다. 경제민주화는 설명하지 않아도 동의합니다. 유권자가 듣고자 하는 말은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한 마디 들으면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지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지는 구체적인 '무엇'을 듣고자 하는 것입니다.

양적 완화는 그것이 옳아서가 아니라,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해서가 아니라 듣는 순간 그림이 그려졌기에 바로 반응이 나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더민주와 김종인 대표에겐 이것이 없습니다. 새정치연합이 그랬고, 민주통합당이 그랬던 것처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반응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민주는 '단일화 때문에'를 운운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푸념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라 자업자득의 상황을 자력갱생의 의지로 극복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8일 남았습니다. 더민주가 이제는 단일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피고자 한다면 불쏘시개부터 확실히 집어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있다면요.

* 이 글은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