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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7일 04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08일 14시 12분 KST

안철수는 갇혔다

안철수 대표는 호남에서 말려버렸습니다. 스텝이 꼬여버렸습니다. 치고나가기는커녕 주저앉기 십상인 상황에 몰려버렸습니다. 호남층의 기반을 갖고 무당층을 견인하고 무당층의 지지를 갖고 호남층에 어필해야 하는데 지금 형편은 정반대입니다. 호남층의 실망감이 무당층의 회의감을 자극하고 무당층의 회의감이 호남층의 실망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상승의 도약대 위에 올라선게 아니라 상쇄의 늪에 갇혀버린 것입니다.

연합뉴스

안철수 대표는 말렸습니다. 그 결과 갇혔습니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전격적인 통합 제안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단호한 거부 기자회견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유권자는 뭘 느꼈을까요? 아마도 선거 막판이 되면 야권연대 정도는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전망에 금이 가는 걸 느꼈을 겁니다.

범위를 더 좁혀보죠. 호남의 유권자는 뭘 느꼈을까요? 그 누구보다 반새누리당 정서가 강하고, 전략적 투표경향이 높은 호남 유권자들은 전망에 금 가는 소리뿐만 아니라 기대에 찬물 끼얹는 소리까지 들었을 겁니다.

안철수 대표가 '말렸다'는 진단은 이 지점에서 나옵니다. 안철수 대표는 호남 민심의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그가 김종인 대표를 향해 날선 발언을 한 꼭 그만큼의 농도로 호남 민심에 먹구름을 드리웠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사방의 적'을 거론하고 '양당 기득권 체제 깨기'를 언급하고, 최원식 수석대변인은 그 말을 '수도권 연대는 없다는 뜻'이라고 풀이함으로써 호남 유권자의 연대 바람에 못을 박아버렸습니다.

반면에 김종인 대표는 오늘자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여지를 남겼습니다. 자신의 통합 제안을 일축한 안철수 대표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지역구별 후보 단일화 여지는 남겼습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3번을 찍어 사표를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으론 호남 민심의 마지막 바람을 놓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호남 유권자의 마지막 바람에 못을 박은 안철수 대표에 대한 비토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호남극장'에서 펼쳐진 김종인 대표의 구애극에서 야멸찬 조연으로 전락함으로써 호남 지지층의 실망감과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자신의 지지기반에서 점수를 까먹은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호남에서 말린 스텝이 더 큰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오늘자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그분들이 무당층에 머물러 있다. 열심히 하면 다시 돌아오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분들' 즉 한때 안철수 대표를 지지했다가 떨어져나간 '그분들'은 충성도가 높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한때의 지지를 철회한 것이겠죠. 그럼 '그분들'이 '다시 돌아오실' 계기는 어디서 확보할 수 있을까요? 충성도가 높지 않은 유권자들의 일반적 특성이 대세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계기는 지지율 반등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호남에서 확고한 지지세를 갖추고 이를 마이크 삼아 '그분들'에게 '나 여기 있소'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는 호남에서 말려버렸습니다. 스텝이 꼬여버렸습니다. 치고나가기는커녕 주저앉기 십상인 상황에 몰려버렸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갇혔다'는 진단은 이 지점에서 나옵니다. 호남에서 말림으로써 진퇴유곡의 상태에 갇혀버렸습니다. 호남층의 기반을 갖고 무당층을 견인하고 무당층의 지지를 갖고 호남층에 어필해야 하는데 지금 형편은 정반대입니다. 호남층의 실망감이 무당층의 회의감을 자극하고 무당층의 회의감이 호남층의 실망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상승의 도약대 위에 올라선 게 아니라 상쇄의 늪에 갇혀버린 것입니다.

이게 안철수 대표의 중간성적표입니다.

* 이 글은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