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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 01일 05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3월 02일 14시 12분 KST

또 도진 더민주의 불치병 '역풍공포증'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접기로 했습니다. 내세운 이유는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고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면 선거구 공백 사태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총선 승리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다시 불치병급의 역풍공포증이 도진 건데요.

이런 더민주에게 전할 말이 있습니다. 착각도 분수에 맞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역풍을 우려한다는 말은 곧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말입니다.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니까 실수만 하지 않도록 조심한다는 뜻입니다. 짧게 말해 부자 몸조심 한다는 말이죠. 하지만 더민주는 부자가 아닙니다. 승리를 따 놓은 것도 아닙니다.

더민주의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몇 달째 계속 되는 요지부동 현상입니다. 새누리당이 죽을 쒀도, 국민의당이 헛발질을 해도 더민주의 지지율은 마치 결박이라도 당한 듯 꼼짝 않습니다.

이 지지율 부동상태를 보고 어떤 이는 외연 확장을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우클릭해서 중도로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가설입니다. 중도를 향한 우향우는 지지층의 결속이 최대치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문제는 이게 허구라는 점입니다. 지지층은 단단히 결속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 다 관두고 호남 유권자의 이완이 증명합니다. 더민주의 지지율 부동 현상은 최대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밑바닥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더민주는 중도는 고사하고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도 믿음을 사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이 원인 분석을 놓고 두 갈래 주장이 맞서왔습니다. 한쪽에선 야당답지 못해서 그렇다며 선명성 강화를 주장했고, 다른 쪽에선 수권 가능성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주장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확인해야 할 게 있습니다. 후자의 주장, 즉 중도로의 외연 확장 주장이 포기 선언과 다를 바 없다는 점입니다. 조합해 보면 또렷이 드러납니다. 중도는 고사하고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도 믿음을 사지 못했으니까 중도로 외연 확장을 하자는 주장 아닙니까? 이는 집토끼 포기 선언과 다를 바 없습니다.

사실 이런 분석조차 필요없습니다.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이 단순명료하게 증명합니다. 필리버스터 성원 열기의 핵심은 야당답게 싸우는 모습에 대한 지지였습니다. 하지만 더민주는 이 열기를 쬐면 찬바람이 불어닥친다며 물을 뿌렸습니다. 보인 행태가 이런데 뭘 더 증명한단 말입니까?

그래도 하나만 더 짚고 마무리하겠습니다.

더민주는 위험천만한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릅니다. 찍을 사람은 찍는다는 믿음입니다. 비록 지금은 더민주에 불만을 표해도 새누리당이 싫어서 결국은 더민주를 찍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과신인지를 증명하는 두 사례가 있습니다. 2007년 대선은 더민주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선거로 간주됐습니다. 이때 더민주 후보에게 투표할 만한 유권자 상당수가 기권을 선택했습니다. 반새누리당 투표를 한 게 아니라 투표 자체를 보이콧했습니다. 2012년 총선은 더민주가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로 간주됐습니다. 전통적 지지층은 말할 것 없고 중도층 또한 반MB 투표를 할 것이라고 기대됐습니다. 그래서 투표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 선거의 투표율은 54.2%였습니다.

더민주의 지지층 자산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최대한 그러모아도 절반 이상의 투표율을 겨우 기록하는 데 일조했을 뿐입니다. 게다가 단단하지도 않습니다. 선거 승패의 전망이 엇갈림과 연동해 멘탈의 진폭도 매우 큽니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 더민주는 먼 산만 바라봅니다. 발밑을 다질 생각은 않고 구름위의 산책을 꿈꿉니다. 그러니까 역풍 운운하는 거겠죠. 구름이 부드럽게 밀어줄 순풍을 기대하면서 구름을 뒤집어놓을 역풍을 경계하는 것이겠죠. 그것이 몽상인지도 모르면서...

* 이 글은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