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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25일 11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26일 14시 12분 KST

경제대통령의 판별기준

한겨레

글 | 김정로 박사(국가혁신을 위한 동반성장포럼 연구위원)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대통령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모두 나름의 복지·사회안전망 공약을 내걸고 있다. 물론 필요하고 해야 한다. 경제가 어렵고 소비가 위축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분배의 형평성에 집중하는 게 옳은 접근방식이다. 기득권층의 독주와 심화되는 양극화는 사회의 활력을 무력화시킨다. 때문에 사회안전망의 구축이 없이는 양극화는 물론,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 해결과 소비의 확대를 통한 내수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복지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사회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일정한 정도의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생산성이 발전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은데,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충분히 창출되지 못하면 복지 재원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기가 어렵고, 경제는 다시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일자리와 부가가치는 규제완화와 혁신에서 만들어진다. 기본소득이든 사회안전망이든 복지를 늘리는 것은 결국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고, 경제주체인 개인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하는 보호장치이다. 서민들이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토대 위에서 자유롭게 경쟁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여, 전체 국가경제를 활력 있게 도약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 확대나 경제민주화만을 외치는 사람은 지도자에 적합하지 않다. 경제회복의 청사진과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자유화를 통해 경제활력을 추진하려는 비전을 봐야 한다. 동시에 복지비 증가의 비용을 단순히 세금인상이나 부유층에게만 전가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지도자로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안전망이나 복지제도는 한 번 구축되면 후퇴하기 어렵다. 그렇게 단순하게 세금이나 일부 계층에 대한 전가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복지재원의 조달은 세제는 물론 예산배정순위문제 등 관련된 많은 부분을 종합적으로 개혁해야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튼튼한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확대로 재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경제나 정치적 의지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국민 모두의 생존과 미래가 걸려 있는 종합적인 과제인 것이다.

단순히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공약하기는 쉽지만, 그것이 실행되도록 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이것이 경제대통령의 판별기준이 된다. 다시 말해 공허한 복지공약만이 아니라, 경제와 내수활성화를 위한 비전과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적으로 중소기업 및 자영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용의 거의 90%를 차지한다. 지금처럼 대기업만 눈에 보이고 중소기업의 활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국가경제의 발전은커녕 복지비 재원마련도 불가능하다. 중소기업은 단순히 대기업에 비해 작은 규모의 기업이 아니다.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미래의 부국강병을 이루어, 충분한 복지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기초이며 어쩌면 국가발전의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 폐지 주장은 많지만, 중소기업부의 신설은 거의 이야기 하지 않는다. 경제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도약시키는 최선의 해결책은 중소기업의 부흥과 자영업의 활성화이다. 강소기업이 많이 배출되고, 시대적 변화에 발맞춘 건강한 창업붐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것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을 키워주어야 한다. 그래야 소득이 늘어나 세금도 더 낼 수 있게 되어 복지비용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자립경제의 수립이다. 일부에게서 빼앗은 것으로, 다른 일부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배부르게 할 수 있겠는가? 가장 바람직한 복지는 국민 각자가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중소기업이 부흥하고 그곳에서 활발히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발전하여 세계를 누비며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발전해야 한다.

동반성장이 제시하는 중소기업 대책 3정책은, 첫째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확대, 둘째 대기업-중소기업 간 초과이익 공유제와 성과 공유제, 셋째 정부발주 사업을 중소기업에게 직접 발주하도록 하는 것의 제도화 등이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들이다. 더 나아가 제조업을 기반으로 중소기업을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으로 실행해야 할 것들이 있는데, 우선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부품 소재 산업을 대상으로 기술투자와 임금을 대기업 수준에 가깝게 해주는 등, 높은 기술력과 품질 유지를 위한 기반을 확보하고, 직업교육 시스템과 평생학습을 통하여 우수하고 숙련된 인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도 수출과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화장품이나 의료 분야와 같은 전략업종의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과 지역, 기업과 종업원 간의 일체감과 친화력을 높여야 한다. 지역사회에 튼튼히 뿌리내려 대대손손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여서 고객과 부품업체, 지역, 학교 등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제조업 중심의 강소기업의 전략이 싼 가격이 아닌, 우수한 품질과 기술 등의 차별성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파트너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혁신역량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무수히 발굴되고 발전되어,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좋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국가와 사회의 문제는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닌, 삶의 모든 영역에 걸쳐 있는 종합적인 문제이다. 경제는 정치 사회 복지 국방에까지 전 영역에 걸쳐 종합적으로 관계된다. 복지문제도 단순히 재원의 지출순위와 같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전반에 걸쳐 관계가 된다. 그래서 많은 분야의 전문적인 식견이 오랜 경험과 풍부한 실무를 통해 제대로 체득되어 있어야 한다. 경제를 말한다고 경제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복지나 사회보장을 마음껏 약속하는 지도자는 가짜일 확률이 크다.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활성화 대책과 비전이 있어야 진짜 경제대통령의 자격이 있다.

김정로

고려대 졸, 베를린 훔볼트대학과 성균관대 박사과정, 사회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