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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02일 09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02일 14시 12분 KST

감히 '머독과 아이들'을 건드려?

byline

* 이 글은 다음 뉴스펀딩에 연재되는 "런던에서 새로운 미디어를 그리다"에 실린 글입니다. 이승윤씨는 Byline의 공동창업자이자 CEO로 옥스퍼드 재학 시절에는 세계적인 토론회인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장을 지냈으며, 허핑턴포스트 국제판인 월드포스트의 객원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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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선, 뉴스 오브 더 월드 전 편집장, 뉴스 인터네셔널 전 CEO 리베카 브룩스 (Rebekah Brooks)

저희는 리베카 브룩스를 변호합니다. (We represent Mrs Rebekah Brooks..)

인터뷰 기사를 낸지 2시간 만에 리베카 브룩스의 변호사에게 장문의 협박성 이메일이 왔다. 그녀에 관한 기사 모든 부분을 바이라인 플랫폼에서 삭제하라는 것이다. 리베카 브룩스의 별명은 '머독의 수양딸' ('Murdoch's Surrogate Daughter')이다.

그녀는 루퍼드 머독의 영국 주요신문인 더 선,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편집장을 지냈고, 루퍼드 머독 소유의 영국 신문들을 총괄하는 뉴스 인터네셔널의 CEO였다. 노동당 출신 총리인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그리고 보수당 출신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까지 그녀와 절친으로 알려져 있다.

현 총리와 휴대전화로 '사랑을 듬뿍 담아(LOL: Lots of Love)'라는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였고, 리베카 브룩스의 남자친구이자 부하직원이었던 앤디 콜슨 전 뉴스 오브 더 월드 편집장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홍보 수석까지 맡고 있었다.

그녀는 머독의 모든 언론을 총 책임지면서 어떤 정치인이든 반항하면 매장시킬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이런 권력도 끝나가는 듯했다. 2011년, 자신들의 범행은 007작전처럼 잘 숨겨오고, 남의 사생활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폭로하던 머독 신문들의 조직적인 범행들이 탄로난 것이다.

머독의 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가 조직적으로 연예인, 스포츠스타, 왕실, 정치인 등의 유명인사들의 전화를 불법 도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그들의 금융 기록, 의료 기록 등 사생활 정보를 불법으로 입수했다는 것이 폭로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런 불법적인 정보 수집이 유명 인사들에게 끝난 것이 아니라 약 4천여명의 무고한 시민들에게도 번졌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 전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것은 납치 살해된 10대 소녀인 밀리 다울러의 휴대 전화와 그 유가족들의 전화까지 불법 도청했다는 것이다. 특종을 위해서라면 유가족의 슬픔 따위는 상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 파병 군인들의 가족, 2005년 런던 폭탄 테러 사건의 유가족 등의 개인 정보와 전화까지도 해킹했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이렇게 10여년 동안 엄청난 규모로 행해져 온 언론의 범행이 왜 고발되지 않았냐고.

시민을 지켜준다는 우리 경찰관님들은? 경찰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도 눈 감았다. 머독의 신문사들에게 뒷돈을 상습적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이 뽑은 정치인들은? 정치인들도 당연히 눈 감았다. 2003년 국회 질의에서 리베카 브룩스에게, 경찰에게 특종을 얻기 위해 돈을 준 적이 있냐고 노동당 의원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물었다.

그는 바로 그 자리에서 머독과 리베카 브룩스에게 찍혔고, 이후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생활 관련 이야기가 머독의 신문에 의해 쉴 새 없이 폭로되었다.

감히 '머독과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노동당과 보수당의 정치 성향은 다를 수 있어도, 머독에 대한 충성도는 다르지 않다. 토니 블레어는 노동당 당수일 때 머독 뉴스 코퍼레이션의 간부 수련회가 열리는 호주 휴양지까지 가서 충성 맹세를 했다. 이게 바로 영국 정치다.

머독은 그런 토니 블레어를 기특하게 여겨 자신의 보수성향 신문인 더 선이 이례적으로 노동당 출신인 블레어를 지지하게 했고, 블레어는 총리직을 거머쥐게 됐다. 한국 정치에 빗대자면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사주와 간부만 참석하는 수련회가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데, 야당의 대선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국내 선거 유세 활동은 안 하고 몇시간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수련회 참석을 하는 꼴이다.

물론 보수당도 마찬가지다. 불법 도청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 데이비드 캐머런의 홍보 수석은 리베카 브룩스의 남자친구였고,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편집장이었던 앤디 콜슨이었다. 그도 역시 '머독과 아이들'의 핵심 멤버다.

다른 언론들은? 이런 불법적인 범행은 루퍼드 머독의 언론들만 한 것이 아니다. 최근 다른 영국 메이저 신문사인 데일리 메일 그룹의 불법 도청 사실이 탄로났으며, 영국 언론계 전체가 이런 범행에서 자유롭지 않다는게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자신들도 똑같은데 이런 범행들을 제대로 보도할 이유가 없다. 영국에서 판매부수가 9위 밖에 안되는 진보 성향의 가디언이 결국 머독 언론의 범행을 폭로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리베카 브룩스가 불법 도청과 부패 혐의에 대해서 무죄 선고를 받았는지, 유죄 선고를 받았는지 답이 나올 것이다. 그녀는 이런 조직적인 범행이 일어날 당시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편집장이었고, 뉴스 인터네셔널의 CEO였지만 기적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머독형님(?)의 살신성인적인 의리도 큰 몫을 했다. 기자들이 불법 도청 스캔들이 터졌을 때 리베카 브룩스와 걸어 나오는 머독을 잡아 질문했다.

지금 어떤 것이 가장 걱정됩니까?

머독은 옆에 있는 리베카 브룩스를 가리켜며 "Her"이라고 했다. 머독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수양딸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의 꼬리자르기에 나섰다. 리베카 브룩스의 부하직원은 다 자르고, 천문학적인 변호 비용을 쏟아부었다.

NPR 미디어 기자인 데이비드 폴큰픽의 취재에 따르면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의 법적 고문들은 리베카 브룩스의 무죄 선고를 받게 하기 위해 이렇게 상장 기업의 돈을 퍼붓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머독은 의리의 사나이이기 때문에 고문들의 매정한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녀는 작년 무죄 선고를 받고, 이젠 머독의 미국 언론 사업 디지털 전략과 투자를 맡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 폭스 뉴스 등 머독 소유의 미국 언론들의 미래를 위해서 디지털 투자를 총책하는 것이다.

그렇다. 머독이 영국에서 만든 이런 문화는 영국에서만 국한되는게 아니라 영미권 전체, 영어권 전체, 그리고 전세계에 전염된다. 혹자는 머독을 종편의 아버지(?)라고도 부른다.

아무튼 리베카 브룩스는 이처럼 영국에서 사고를 치고도 아무렇지 않게 미국으로 가서 머독 소유의 미국 언론들을 관리할 수 있다. 현재 뉴욕의 미디어 산업은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기 때문에 런던의 문화는 바로 뉴욕으로 전염된다.

현재 뉴욕타임스의 CEO, 블룸버그 편집장,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장부터 심지어 보그 편집장과 코스모폴리탄 편집장까지 다 런던 출신의 영국인들이다. 작고한 뉴욕 타임스 미디어 컬럼니스트 데이비드 카는 "영국인들의 미국 침공"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영국 저널리스트들의 뉴욕 미디어 헤게모니에 대해서 썼다.

미국의 국민 MC 래리 킹을 대체해서 CNN의 9시를 맡은 사람은 데일리 미러 전 편집장, 데일리 메일 편집장인 영국인 저널리스트 피어스 모건이다. 그는 데일리 미러가 불법 도청을 했을 때 편집장이었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미국의 국민 MC로 일하고 있다.

NPR의 데이비드 폴큰핏은 "영국인들이 글빨과 말빨이 확실히 좋긴 하지만, 이렇게 CNN과 뉴욕타임스부터 보그와 코스코폴리탄까지 가장 높은 자리를 영국인 저널리스트들이 다 거머쥐는 것은 머독의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영국인들을 뉴욕에 데려오면 뭔가 머독 언론들처럼 화끈한 저널리즘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미국인들에 비해 영국인들이 확실히 글빨과 말빨이 더 좋은 것이 사실이긴 하다. 꼭 머독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언론들이 머독을 건드리지 않고, 세계 미디어 권력의 중심인 영국 언론 전체에 팽배해 있는 이런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관행들을 고발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직접 펀딩하는 우리 스타트업 바이라인이취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다음 뉴스펀딩처럼 독자들의 후원으로 제작비를 조달해,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크라우드 펀딩 미디어로, 한달 전에 베타(시험)런칭을 했다.

비록 시험 단계지만 언론사주, 광고주, 정치권의 압력에 구조적으로 자유로운 우리가 '머독과 아이들'을 비롯한 전세계 언론을 주무르는 권력을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널리스트가 사주와 광고주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편에 서서 언론 권력의 민낯을 고발하는 것이다. 그 적임자로 우리는 BBC 다수의 히트 드라마 각본을 맡은 방송작가 피터 주크스를 영입했다.

그는 원래 유명 방송작가고, 극작가지만 루퍼드 머독의 조직적인 불법 도청과 무소불위한 언론 권력에 분노해 블로거로 전업했다. 그는 2만 파운드를 직접 크라우드펀딩 받아 리베카 브룩스의 재판을 매일 실시간으로 트위터를 통해 취재했고, 기사를 써냈다.

기존 언론이 신뢰를 잃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저널리즘 경력이 없는 피터를 누구보다 신뢰했다. 피터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언론사주나 광고주 때문에 쓰고 싶은 기사를 못 쓰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팬을 양성했고, 그의 크라우드 펀딩 저널리즘은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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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기자 '피터 주크스'

그는 지금 바이라인에서 영국 주류 언론 분석 칼럼을 크라우드 펀딩하기 시작했고, 그의 콘텐츠는 바이라인의 최고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머독 언론과 경찰의 유착으로 죽음을 당한 다니엘 모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탐사 보도 프로젝트다.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리베카 브룩스의 법적 협박을 받은 문제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인터뷰 주인공은 머독 신문인 뉴스 오브 더월드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데일리 미러의 탐사보도국장이었던 그래엄 존슨이다.

그는 영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타 탐사보도 전문기자였고 작가였지만 리베카 브룩스와 다르게, 재판장에서 자신이 불법 도청을 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현재 사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저널리스트다. 그는 적어도 자신이 '기레기'였다는 것을 인정했다. 자신의 '기레기'와 같은 과거를 반성하고, 바이라인에서 핵폭탄급 특종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우리회사 블로그 인터뷰에서 시인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뉴스룸에서 일하던 중 가장 비인간적인 사건 중의 하나를 예로 들었다

바이라인: "당신이 타블로이드 저널리스트로서 한 가장 나쁜 짓은 무엇인가요?"

그래엄 존슨: "그것은 콜롬비아 암살 부대에게 어떤 학살이 가장 잔인했냐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했던 모든 나쁜 짓을 다 기억할 수는 없고, 다른 기자들이 저지른 범행도 다 기억할 수 없죠. 하지만 단적으로 이런 예를 들죠. 어떤 이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뉴스룸에 알려졌습니다. 갑자기 뉴스룸의 모든 기자들이 환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신문에서 이 무고한 시민을 찍어서 아동 성범죄자로 몰았기 때문이죠. 그가 자살을 하니 마치 승리를 한 마냥 뉴스룸 전체가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소송 협박이 들어 온 문제의 인터뷰 부분이다.

바이라인: "뉴스 인터네셔널 (머독의 영국회사)의 경영진은 얼마나 불법 도청에 대해서 알았나요?"

(Byline: "How much did the top people at News International know about phone hacking?")

그래엄 존슨: "루퍼드 머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쉽게 볼 수 없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저는 리베카 브룩스는 잘 압니다. 그녀는 깡패나 다름 없고, 부패했고, 습관적인 거짓말쟁이입니다. 저는 그녀가 불법 도청에 대해서 알았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녀의 인성을 너무나 잘 알고, 그녀를 잘 아는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단 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I don't know about Rupert Murdoch, because I've never met him. He's an elusive figure. But I do know Rebekah Brooks. She's a bully, she's a corrupt figure and she's a bullshitter. And I'm convinced she did know about hacking. That's based on my opinion and from speaking to people who know her.")

발췌된 위 내용을 전체 삭제하라는 것이 리베카 브룩스 측 변호사의 협박성 이메일이었다. 이메일을 처음 접했을 때 사실 좀 피곤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나는 대학에서 학생회장을 할 때도 머독 신문들을 대해봤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지 잘 안다.

나는 학생회장 시절, 마가렛 대처가 명예 회장으로 역임하고 있던 옥스퍼드 보수학생회를 본의 아니게 학생회 건물에서 쫓아낸 적이 있다

옥스퍼드 토론회장 건물은 지난 50년 동안 보수학생회에게만 무료로 내주고, 다른 학생단체에는 대여비를 받아왔다. 이런 학생회와 토론회의 은밀한 거래 때문에 지난 10여년 동안 당선된 학생회장은 보수적인 성향의 학생이었다.

다른 학생 단체들처럼 대여비를 내라고 하자 그들은 지난 50여년 동안 매주 옥스퍼드 유니언 토론회장에서 열리던 보수학생회 미팅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많은 총리를 배출한 단체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복구시켰다는 점에서 영국의 메이저 신문은 이 사건을 긍정적으로 다뤘는데, 머독의 신문만큼은 달랐다.

그 다음 날 바로 머독의 신문인 더 선은 내가 영국 불법 체류자가 아니냐고 발신번호제한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한달 동안 여러 문서를 통해 내가 불법 체류자가 아닌 것을 증명했다.

만약 신속히 제대로 증명 못했다면 '옥스퍼드 최초 동아시아계 회장, 빨갱이일뿐만 아니라 불법체류자'라는 자극적인 기사가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거짓 보도여도 소송비용 때문에 겁이 나 제대로 대항을 못했을 것이다.

운이 좋게도 더 선은 나를 불법 체류자라고 보도는 안 했지만, 나는 한 달동안 내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이 도청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살아야 했다.

협박 이메일을 받은 후, 위키리크스의 변호사이자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인권연구소를 설립하시고 계신 대학교 멘토 헬레나 케네디 상원의원에게 연락을 했다.

다른 부분은 다 남길 수 있지만 불법 도청에 대한 것은 삭제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결정적인 새로운 증거가 없지 않은 이상 사법부가 이미 형사 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을 안 내린 상황에 이 사건을 민사 재판으로 재개시키면 사법부에서 좋게 볼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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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line

바이라인의 사과문같지 않은 사과문

결국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기사 일부분을 삭제하는 것에 관해 독자들에게 풍자를 곁들어 사과문을 쓰기로 했다. 요지는, 우리는 문제가 된 인용구의 모든 부분을 유지하고 싶지만, 돈도 별로 없는 미디어 스타트업이 전세계에서 가장 큰 언론 재벌인 루퍼드 머독과 그 수양딸과의 소송전에 휘말리다가는 바로 즉사한다는 것이었다.

루퍼드 머독의 뉴스 코퍼레이션이 회색의 거대한, 주름이 많은 코끼리라면, 저희 바이라인은 아직 코끼리 왼쪽 엉덩이를 기웃거리는 파리에 불과합니다. 물론 코끼리를 짜증나게 할 수 있겠지만, 덤비다가 싸우면 죽는 것은 저희겠죠. 그래서 슬프게도 문제가 되는 인용구의 일부분을 삭제하고 다음과 같은 인용구만 남깁니다."

바이라인: "뉴스 인터네셔널의 간부들이 불법 도청에 대해서 얼마나 알았나요?"

그래엄 존슨: "루퍼드 머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쉽게 볼 수 없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저는 리베카 브룩스는 잘 압니다. 그녀는 깡패나 다름 없고 습관적인 거짓말쟁이입니다."

결국 독자에게 사과문같지 않은 사과문을 썼다. 글의 문맥만 봐도 리베카 브룩스가 불법 도청에 대해서 당연히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삭제시키지 않은 "깡패같다" "거짓말쟁이다"라는 증거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엄이 기자 시절, 리베카 브룩스는 특종을 캐내기 위해서 1만 파운드(약 1,500만원)를 주며 깡패를 고용하라고 제안한 적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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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시사 매거진 '프라이빗 아이' 1면에 실린 바이라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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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아이 편집장 '이안 히슬롭'과 함께. ⓒ Byline

미국으로 가서 머독을 조용히 보필할 줄 알았던 리베카 브룩스가 일개 베타 버전 스타트업을 협박하자,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시사 매거진인 프라이빗 아이(Private Eye)는 1면에 리베카 브룩스의 스타트업 협박 사건을 실었다.

프라이빗 아이는 전 기사가 영국식 블랙 유머와 풍자로 도배되어 있는 시사 풍자 매거진이다. 프라이빗 아이의 편집장인 이안 히슬롭 (Ian Hislop)은 단순히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코미디언, 국민 MC로도 유명한데 아슬아슬한 풍자로 영국 역사 상 가장 많이 고소 당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3주만에 우리는 프라이빗 아이에 보도되는 기세를 몰아 '머독과 아이들'을 제대로 감시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우리는 프라이빗 아이에 보도가 된 그 주 금요일부터 열리는 앤디 콜슨 전 뉴스 오브 더 월드 편집장 그리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전 홍보 수석의 위증 재판을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취재 하고, 매일 점심 저녁마다 기사를 올릴 기자를 크라우드 펀딩하기로 했다.

머독 밑에서 조직적으로 불법 도청을 이끌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반 시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던 사람이 한 나라의 홍보수석이었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이었고, 그의 재판을 제대로 취재할 사람은 이것에 대해 방관하고 있었던 언론이 아니라, 바로 시민이 뽑고 펀딩한 기자라는 취지에서였다.

제임스 돌먼의 앤디 콜슨 위증 재판 취재는 24시간 만에 펀딩 목표 금액 (2000파운드, 한화 약 300만원)을 달성했고, 현재 시민을 대변해서 재판이 열리는 매일, 바이라인에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저널리스트인 가디언 편집장 앨런 러스브리저(Alan Rusbridger)도 우리의 '앤디 콜슨 위증 재판' 취재 크라우드펀딩 소식을 리트윗 했다. 스노든 문건 공개, 머독 신문들의 불법 도청 폭로 등을 이끌었던 그에게 받는 지지였기에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위키리크스 문건 공개, 스노든 문건 공개, 머독 신문들의 도청 폭로 등을 이끌어 퓰리처상을 받았고, 뉴욕타임스를 이기고 전세계 온라인 트래픽 1위 진보 언론이 된 가디언조차도 한화로 약 500억 원의 적자를 매년 보고 있는 시대다. 때문에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유명하지 않은 한 저널리스트의 크라우드펀딩 소식을 축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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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존경하는 저널리스트인 가디언 편집자 '앨런 러스브리저'의 앤디 콜슨 취재 리트윗

이번주는 한국 시사IN이 롤모델로 한 인디펜던트지의 뉴스 에디터였던 마틴 힉먼이 닐 월러스 전 뉴스 오브 더월드의 편집장 불법 도청 재판 취재를 크라우드 펀딩한다. 그 재판 역시 영미권 언론을 호령하는 머독 권력의 민낯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 한달 반의 베타 기간 동안 이라크의 유일한 포토 저널리즘 에이전시, 유명 페미니스트 줄리 빈델(Julie Bindel)의 국제 성매매 탐사 보도 등 약 2천 5백만원 상당의 취재 비용을 직접 크라우드 펀딩했다. 꼬마 언론으로서는 나름 부끄럽지 않은 콘텐츠를 내보냈다.

하지만 초기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싶고,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는 콘텐츠는 바로 언론 개혁과 언론 권력 감시를 다루는 콘텐츠다. 정치인들은 언론인들이 감시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인 주류 언론은 또 누가 감시하는가? 결국 시민들이 조직해서 감시를 해야 하는데, 나는 시민들이 직접 후원하는 모델인 크라우드 펀딩 저널리즘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영미권에서 가장 큰 언론 권력의 치부를 드러낼 특종을 가진 저널리스트가, 우리 플랫폼에서 취재를 하고, 취재 비용을 펀딩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그는 나와 다니엘에게 물었다.

"아마 이 취재를 돕게 되면, 자네들도 안전하지만은 않을 거요."

당연히 가디언에서 다룰 스토리인데,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약간 의아했다. 하지만 최근 한 베테랑 저널리스트들에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머독의 신문들과 영미권 최대 신문인 데일리 메일 등은 가디언 에디터들과 주요 저널리스트들에 관한 사생활 문건 폴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 와서 고민을 하는데,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저널리스트인 조지 오웰의 명언이 떠올랐다.

"남이 기사화 되길 원치 않는 것을 보도하는 것이 '저널리즘'이다. 나머지 보도들은 결국 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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