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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28일 05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8일 14시 12분 KST

구의원 선거인가, 국회의원 선거인가? | 사라진 이슈들

'00지역을 위해 얼마의 예산을 따왔다', '내가 00지역 발전의 적임자다' 이런 얘기들만 무성합니다. 구의원을 뽑는 것인지, 국회의원을 뽑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선거야말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얘기해야 할 때지만, 이슈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잊히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14일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서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의 일도 선거공간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한ㆍ일 위안부 협상 문제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들 입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단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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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속살 ④> 구의원 선거인가, 국회의원 선거인가? | 사라진 이슈들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후보자들을 더러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제가 녹색당 후보로 출마하는 서울 종로구에도, 그 외의 지역에도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유권자들도 명함을 돌리는 후보자, 문자를 보내는 후보자들을 주위에서 접하고 계실 것입니다.

후보자들의 명함, 문자, 현역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문구는 '일 잘하는 000', '00 지역의 일꾼'같은 표현들입니다. 여기서 '일'은 국가의 일이 아니라 지역의 일입니다. 꽤 괜찮다고 하는 국회의원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00지역을 위해 얼마의 예산을 따왔다', '내가 00지역 발전의 적임자다'

이런 얘기들만 무성합니다. 구의원을 뽑는 것인지, 국회의원을 뽑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 와중에 정작 필요한 얘기들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접한 어떤 지역구 후보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재작년, 작년에는 얘기했을지 몰라도, 정작 중요한 선거공간에서는 얘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야말로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얘기해야 할 때지만, 이슈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잊히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14일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져서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의 일도 선거공간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한ㆍ일 위안부 협상 문제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들 입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단어들입니다.

저는 요즘 청와대 앞에서 매일 아침 피켓을 들고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국가적인 이슈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지역구 선거에 매몰되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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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일꾼'이 되고 싶다면, 기초지방의원이나 기초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아무리 지역구 선거라고 하지만,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국가적 이슈들에 대해 발언하지 않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지역일꾼론'이 대한민국 정치를 말아먹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선거 때에는 개발공약, 지역공약으로 표를 얻고, 선거 이후에도 지역구 관리만 잘 하면 재선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생각입니다. 이런 정치인들로는 우리가 부딪히는 삶의 문제를 풀어갈 수 없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선거에서는, 정치에서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이슈들이 논의 테이블 위에 올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높은 전ㆍ월세의 문제, 불안정ㆍ저임금 노동의 문제, 소득의 문제, 소수자 인권의 문제, 우리가 먹는 밥상의 안전, 우리가 마시는 공기의 안전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정치의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이 총선이라는 공간에서 제대로 얘기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총선이 또다시 '지역일꾼론'에 파묻혀서는 안 될 것같습니다. 총선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 <선거의 속살>은 필자(하승수)가 서울의 종로구에 녹색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를 결심한 이후에 경험하는 대한민국 선거의 현실에 대해 시민들과 공유하려는 기획입니다.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선거법, 돈많이 쓰고 개발공약을 내세우는 선거문화가 대한민국 정치를 좀먹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공론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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