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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15일 08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15일 14시 12분 KST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사기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에 한 번씩 짜게 돼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계획은 6차 계획이다. 2013년 2월 정부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계획은 완전히 엉터리 계획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 수요를 예측한 다음, 예측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발전소를 얼마나 지을 것인지 정하는 방식으로 수립된다. 그런데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수요 예측과 공급(발전소 건설) 양쪽에서 모두 숫자 장난을 쳤다. 한마디로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사기, 엉터리. 국가정책에 대해 이런 얘기들을 공공연하게 떠들어도 아무런 답변이 없다. 맞는 얘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자기들도 변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국가계획 얘기다. 아마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서는 정말 중요한 계획이다. 대한민국이 쓰는 전기를 어떻게 생산(발전)할지에 관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원전을 몇 개나 지을지, 어디에 지을지도 이 계획에서 다뤄진다.

최근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이 결정되었다. 이런 노후 원전의 재가동을 비롯해 신규 원전, 송전탑 문제 등은 모두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이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물가 상승률 43%, , 산업용 요금 증가율 13%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에 한 번씩 짜게 돼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계획은 6차 계획이다. 2013년 2월 정부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계획은 완전히 엉터리 계획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 수요를 예측한 다음, 예측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발전소를 얼마나 지을 것인지 정하는 방식으로 수립된다. 그런데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수요 예측과 공급(발전소 건설) 양쪽에서 모두 숫자 장난을 쳤다. 한마디로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우선 전력 수요를 뻥튀기하기 위해 경제성장률을 높게 예측했다. 경제성장률을 높게 잡으면 그만큼 전력 소비도 늘어나는 것으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도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앞으로는 더 낮게 유지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계획을 수립했다. 2013년부터 2030년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3%로 전제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 증가율은 13%로 잡은 것이다. 이렇게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은 수준으로 잡으면 그만큼 산업용 전기 소비가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수요 예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의 전력 소비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뻥튀기를 한 것이다. 그래야 발전소를 더 지을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력 수요를 뻥튀기했지만, 그래도 지으려고 하는 발전소가 너무 많았다. 현재 23개인 원전도 40개로 늘려야 하고, 대기업들이 민자 발전소로 지으려 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계획에 넣어달라는 로비도 심했을 것이다. 그래서 설비예비율이라는 것을 높게 잡았다.

설비예비율은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여름이나 겨울을 기준으로 발전소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를 나타낸다. 발전소는 전기를 가장 많이 쓸 때를 기준으로 지을 수밖에 없다. 그 시점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전소가 고장날 수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 설비예비율은 필요하다. 한전 내부적으로도 12% 정도면 적정하다고 보는 설비예비율이 2020년에는 30%를 넘어서는 것으로 돼 있다. 그 이유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 같은 대규모 발전소들을 너무 많이 계획에 반영해줬기 때문이다.

12%면 되는데, 2030년 설비예비율 30%, 왜?

설비예비율이 30%가 넘는다는 것은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 때도 4분의 1에 가까운 발전소들은 멈춰 있다는 얘기다. 여름이나 겨울에 이 정도가 남아돈다면 전기를 덜 쓰는 봄과 가을에는 더 많은 발전소가 멈춰 있게 된다. 당연히 국가적인 손실이다.

이런 식의 주먹구구식 계획을 국가계획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이런 엉터리 계획을 짜서 이익을 보는 쪽은 어디일까? 당연히 원전 건설을 수주하는 재벌 대기업, 민자 발전소를 짓는 대기업들이 이익을 본다. 지금도 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낮게 인상한다는 것도 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에만 좋은 일이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감사를 했다. 이를 통해서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민자 발전소와 관련해서는 로비 의혹이 드러났다. 일정한 심사 절차를 거쳐 계획에 반영하는데, 심사위원들의 심사가 엉터리였다는 것이다. 점수를 안 줘야 하는 곳에 점수를 주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고 한다.

그 결과 발전소를 지어도 송전선을 연결하기 어려운 발전소가 계획에 들어가는가 하면, 부실 기업이 추진하는 발전소가 계획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서는 진상 규명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수사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식의 엉터리 계획 때문에 송전탑 문제가 발생한다.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 같은 대규모 발전소는 바닷가에 짓는다. 소비지까지 전기를 송전하려면 초고압 송전선이 필요하다. 지금 신울진 원전단지에서 경기도 동쪽(여주·이천·양평·광주)으로 건설될 예정인 76만5천V 송전선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도 엉터리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낳은 송전선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정부 관료들도 몸을 사리는 것 같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2013년 2월에 발표됐으니,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올해 2월에 발표됐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6월에 발표하겠다고 발표 시기를 늦췄다. 6차 계획이 워낙 엉터리였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것이다.

탈핵행사에서 봄을 맞으면 어떤가

더 이상 정부 관료들과 원전·전력을 둘러싼 마피아들에게 전력 정책을 맡겨둬서는 안 된다. 원전 문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문제, 송전탑 문제는 별개가 아니라 한 덩어리의 문제다. 모두가 이권에 찌든 전력 정책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지금까지 하던 것처럼 밀실에서 수립돼서는 안 된다. 더구나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에서 추진 중인 신규 원전,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 등 노후 원전, 초고압 송전선 등이 모두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돼 있다.

대만은 원전 2개를 98% 완공해놓고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 20만 명이 원전에 반대하는 행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2015년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행동이 필요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기를 맞아, 3월부터 10만 탈핵시민행동(www.nonuke.or.kr)이 온·오프라인에서 펼쳐지고 있다.

* 이 글은 <한겨레21>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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