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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17일 09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4월 18일 14시 12분 KST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

연합뉴스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

또 그 날이 돌아왔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가장 잔인한 기억으로 만들어버린 두번째 4월 16일!

그런데 달라진 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의혹투성이였던 수많은 조각들은 조금씩 사실을 증명해가고 있지만 아직도 "왜?"라는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이제 겨우 두 번째 그 아이들을 추모하자고 할 뿐인데 정치인들도 시민들도 함께해 주는 숫자는 많이도 줄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도대체 무엇을 했기에 얼마나 함께했기에 무슨 자격으로 지겹다는 말들을 쏟아내는지 노란색만 보면 발작하는 신종 정신병에라도 걸린 건 아닌지 그 뒤틀린 이기심들은 안쓰러울 지경이다.

난 병원에 누워있던 나를 바라보던 어머니 아버지의 슬픈 눈빛을 기억한다. 새파랗게 젊은 의사에게 읍소하며 아들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그 슬픈 몸부림은 시간이 지난다고 잊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난 대단히 감사하게도 눈 하나만을 잃었을 뿐인데 수십년 지난 지금까지도 두 분은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가신다.

아들의 목숨을 구해주신 그분께 감사하다 기도하면서도 초점없는 내 두 눈을 볼때 면 또 다시 시큰거려오는 그때의 눈물자욱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이조차 마음편히 되새기기 힘든 아픔인데 스무살도 넘기지 못한 그 녀석들을 떠나보낸 그 분들의 마음은 어떨까?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가망 없는 내 눈에 아직도 눈에 좋은 것들을 쏟아부우시는 우리 어머니의 마음이 그러한데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그 분들의 마음은 어떨까?

어떤 사람들은 진정 같은 경험을 해야만 그것들을 공감할 수 있단 말인가?

유명연예인의 죽음은 수십년이 지나도 기억하려 하는 사람들이 수백명 우리 아이들의 목숨은 그보다 못하다 생각하는 것인가?

유기견이나 유기묘들의 안타까움에는 공감하고 모피코트 입는 사람들에겐 알몸까지 내어가며 격렬히 저항하던 사람들은 보이는데 왜 세월호 앞에 서서 싸워줄 사람은 이리도 귀한 것일까?

우리는 꼭 알아야 한다.

세월호의 침몰은 안산의 어느 고등학교 학생들만 겪을 수 있는 먼 사람들의 먼 곳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올해도 순수한 미소와 부푼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또 다른 세월호에 오를지 모른다.

가해자도 원인도 그 무엇도 밝혀지지 않는다면 세월호는 또 어떤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단원고가 아니고 세월호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안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아니 최소한 앞장 서서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려는 그들을 방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원인 모를 병으로 아파 본 적이 있는가?

미칠 것 같이 아픈데 어느 병원을 가도 특별한 게 아니니 괜찮을 거라고 할 때의 그 기분을 아는가?

우리는 많이도 아픈 세상을 살고 있다. 그런데 그냥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가?

원인도 증상도 모르면서 멋대로 아무약이나 들이대면서 잘난척 하지 말자.

모르면 차라리 거기 그만 가만히 있으라.

당신은 언젠가 같은 경험 같은 아픔을 느낄 때 그제서 알게 될 것이다.

올해도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추운 겨울 얼어붙은 대지를 견뎌낸 그 것들이 꽃잎을 피워내듯 언젠가 우리도 이 봄날을 아무 걱정없이 활짝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