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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26일 06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26일 14시 12분 KST

걱정 없이 제자들의 졸업을 축하할 날을 기다리며

연합뉴스

2월이 되고 또 한 무리의 제자들이 졸업식을 가졌다.

특수학교 아이들도 대학을 가기도 하고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기도 한다.

대학에 가겠다는 혹은 취업을 하겠다는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서 달리던 아이들에게 제법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는 것도 겨울이 끝나가는 요즘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기쁨에 흠뻑 취해있기엔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대학생활도 직장생활도 20살 새내기들이 감당하기엔 무거운 짐을 시작부터 던져주나보다.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걸려오는 전화들은 같은 길을 먼저 걸었던 선배에게 속 시원한 답을 원하고 있었지만 함께 걱정해주고 고민해 보자는 답 이외에 뾰족한 무엇도 내어줄 수 없는 내 맘도 속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시간표를 짜는 것은 무엇을 듣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아니라 교재를 구할 수 있는 과목이 무엇인지 교수님의 장애이해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봐야 하는 심도 있는 사전조사의 과정이다.

오리엔테이션이나 가벼운 사전모임들도 편안한 친교의 시간이라기보다는 나를 알리고 친구가 되어달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겨야 하는 또 하나의 면접이기도 하다.

등굣길도 출근길도 강의실도 사무실도 스스로 찾아다니기 위해서는 몇 번씩 연습을 해 두지 않으면 첫날부터 등교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학교나 회사의 편의시설이나 제도들도 스스로 열심히 찾아다니지 않으면 있는 것도 활용하지 못하기도 한다.

많이 나아지고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주 오래전 나의 선배들이 나에게 해 주었던 그 조언을 다시 제자들에게 해 주고 있는 나를 느끼면서 가슴 한 구석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우리 아이들도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경쟁해서 합격이라는 선물을 받은 것이다.

충분히 대학이라는 곳에서 스스로의 진로를 디자인해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대학은 모든 입학생들에게 그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구조적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숭고한 노력들과 조심스레 쌓아올려진 작은 가능성들이 환경의 문제로 잔인한 상처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각장애 아이들은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크기로 전공선택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적어도 그 아이들이 선택한 전공 안에서 만큼이라도 마음껏 공부하고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아니면 그 후년에는, 그것도 아니라면 언젠가는 제자들의 졸업식에서 한 줌의 걱정도 없이 온전히 축하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얘들아 많이 바꾸지 못해서 선배로서 미안하다. 그렇지만 너무 두려워 하지는 말아라. 지금까지 잘해 온 것처럼 포기만 않는다면 또 잘될 거라고 믿는다. 힘들겠지만 같이 노력하자. 얘들아! 합격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