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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19일 11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19일 14시 12분 KST

가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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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가 이야기

수십명의 대가족을 자랑하는 외가식구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나도 이젠 이 모임에 30여년 넘게 소속되어 있지만 우리의 모임은 늘 비슷한 순서를 따른다.

적당히 둘러 앉아 근래의 이야기들을 안부처럼 건네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이미 여러 경로로 소식을 주고 받은 터라 오래가지는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몇 잔의 술이 돌아가는 스테이지가 펼쳐지면 이 때 우리의 본격적인 메인무대가 시작된다.

웬만한 방음벽으로는 통재 불가능할 것 같은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오갈 때면 이제 다 모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신기한 건 수십년이 지났지만 어른들이 나누는 주제도 소재도 그리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화장실 실수를 한 누구누구 이야기, 크게 아팠던 누구누구 이야기, 가문의 자랑처럼 여겨지던 그때 그 상 이야기... 그때 그 녀석이 벌써 이렇게 자랐어 하는 스토리는 벌써 몇십번 반복되고 있지만 그때마다 어른들의 카타르시스는 최상급을 향한다.

변한 게 있다면 쭈쭈바 빨던 동생들이 어른들의 술상을 이어받았다는 것, 아가처럼 여겨지던 동생들이 아기엄마가 되었다는 것,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젠 곁에 없다는 것쯤일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술상을 이어 받은 내 동생들처럼 그때 그 할머니의 인자함을 이모님들이 채워주고 계셨다.

손주를 끌어안은 이모님의 모습이 그랬고 온식구 걱정을 다 떠안은 이모부님의 모습이 그랬다.

아기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하는 동생은 언젠가의 나를 키우던 어머니의 모습이었고 나 또한 그때 그 어른의 자리를 물려받은 게 분명하다.

우리는 그렇게 그렇게 서로를 닮아가고 서로를 채워가고 있었다.

공부 잘한다던 그 녀석도 말썽꾸러기 그 녀석도 그냥 그렇게 웃으면서 만날 수 있는 게 가족이었다.

어릴 적 한 동네 살던 우리 대식구는 전처럼 자주 만날 수는 없다.

이젠 누구 결혼식이나 큰 명절 때나 가끔 보는 사이가 되었지만 언제 만나도 우린 또 그렇게 같은 이야기로 공감하며 웃을 것 같다.

편안함, 따뜻함. 가족의 의미는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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