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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1월 29일 11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1월 29일 14시 12분 KST

하나만 바뀌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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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가 "젠장! 눈이나 보였으면 좋겠다."라면서 쌓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는 게 정말 힘들긴 했나 보다.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잘 안되고..." 그럴 땐 어떤 감성적 위로도 논리적인 설득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저 들어주면서 최대한 공감한다는 표현을 찾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누군가 옆에서 보았다면 정말 슬픈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겠지만 시각장애인들끼리 만나면 정말 힘들 때 심심치 않게 나오는 맨트 중 하나이다.

마치 어르신들이 "십 년만 젊었어도"라고 하는 것이나 어머니들이 "내가 당신하고 결혼만 안 했어도"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냥 많이 힘들다는 투정 같은 것일 거다.

이루어질 수 없거나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후회나 원망 같은 소재는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때 그랬더라면...' 혹은 '그거 하나만 있었더라도...' 같은 것 말이다.

대부분은 이룰 수 없는 것들이기도 하지만 설령 그것들이 막상 현실이 된다면 모든 게 해결될까 싶기도 하다.

당장 그 친구가 눈이 보이게 된다면 정말 모든 것이 해결될까?

물론 엄청나게 기쁘고 많은 부분이 편해지긴 하겠지만 그가 가진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부분의 문제의 원천은 눈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르신들이 젊어지고 어머니들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하거나 새로운 짝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그에 대비되는 또 다른 예상 못한 후회들과 푸념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나는 감히 확신한다.

뭔가 하나만 바뀌면! 뭔가 하나만 이루면! 세상이 크게 바뀔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그런 천지개벽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학만 가면... 안정적인 직장만 얻으면... 하면서 부푼 꿈을 꾸고 하나씩 이뤄가는 작은 기적들도 경험해 가지만 고비를 넘을 때마다 신세계보다는 또 다른 고민과 도전을 만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가 그 어떤 굉장한 성취를 또 이룬다 하더라도 여전히 후회와 푸념을 벗어나기는 힘들 거라는 확신을 한다.

어찌 보면 참으로 우울하고 힘 빠지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의미를 부여하기 따라서는 또 다른 면에서 바라 볼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모든 것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해냈다면 그땐 무얼 위해 살 것인가?

그땐 후회도 없이 아쉬움도 없이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끝판왕을 모두 깬 게임의 마지막이 후련하고 즐겁기만 했던가?

스토리와 해법을 모두 알아버린 게임만큼 지루하고 하기 싫은 게임도 없다.

우리가 때때로 "요즘 음식은 옛날 그맛이 안 나"라고 이야기하는 건 음식 맛이 변한 게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먹어봤기에 느껴야 하는 필연적 아쉬움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처음 입에 대보는 설렘이 더해진 그 맛들은 많은 것을 먹어본 사람일수록 앞으로는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의 고민과 과제들은 내가 살아가는 감사한 의미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성취 뒤에 또 다른 미션이 주어지고 또 다른 설렘으로 준비하는 것 그것은 무한히 업그레이드 되는 고난이도의 게임처럼 매우 값비싼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힘들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다.

그러기에 불평도 후회도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그러기에 서로 함께하고 서로 위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 번뿐인 인생 후회만 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아직 남아 있는 다음 스테이지를 위해 오늘 주어진 도전에 의미를 담아 열심히 깨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