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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31일 09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31일 14시 12분 KST

연말연시 덕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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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의 횟수가 늘어나고 시끌벅적해진 밤거리를 보면서 연말연시 시즌이 다가온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형식적인 모임들을 불평하기도 하고 과도한 음주를 비판하는 기사들도 나오지만 뭔가 사람 냄새 확인하는 것 같은 이 시기가 나에겐 가슴 따뜻해지는 시간들이기도 하다.

안 바쁜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을 살면서 평소라면 만나기 힘든 사람들끼리 연말이란 명목으로 둘러앉아서 안부확인도 하고 술 잔도 기울이는 시간이야말로 관계의 동물인 인간에겐 꼭 필요한 뭔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고상한 이야기가 아닌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이 오가도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맘 따뜻해짐을 느끼곤 한다.

사정 때문에 만나기 힘들다면 마음 담은 문자 한통도 좋다.

연락처에 수두룩히 어색해져 버린 이름들과 궁금한 소식을 나누기에도 연말연시라는 핑계는 좋은 무기가 된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나누기는 좀 오글거리는 맨트도 이 시기엔 용기를 낼 만하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모양의 짐을 지고 가는데 이상하게도 그것은 누군가 알아주고 들어주기만 해도 가벼워짐을 느끼는 것 같다.

내 또래의 친구들은 내년엔 꼭 장가가라는 덕담을 나누고 어른들은 건강이 최고라는 인사를 나누신다.

그런다고 당장 애인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건강검진 기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공감과 응원은 예상치 못한 힘을 주는 것 같다.

덕담과 인사 속에서 발견해 낸 하나의 비밀도 있는데 그건 덕담 속에서는 그 사람이 가장 고민하고 있거나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건강에 고민이 있는 사람들은 건강이야기를 자주하고 연애고민이 있는 친구들은 연애덕담을 늘어놓는다.

꼭 자신의 일이 아니라도 가족이나 주변의 큰 일들을 겪은 사람들은 자연스레 인사말에 그간의 고민의 결과가 드러나는 것 같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 최근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일 가능성이 높고 잘 기억해 두었다가 그에게 건네는 인사로 되돌려 주면 몇 배의 감동을 받을지도 모른다.

IMF 시절에 '부자되세요.'라는 평범한 유행어가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그보다 더 어려운 시절 "식사하셨어요?"라는 인사말을 만들어낸 것도 그런 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그 안에서 관계들은 깊어질 틈 없이 넓어지기만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소중한 사람과의 따뜻한 인연들! 연말연시에 한번쯤은 확인하고 단단하게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문자나 덕담 속에 들어 있는 그의 비밀스런 고민도 함께 나누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