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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1일 06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2월 11일 14시 12분 KST

조금은 독특한 자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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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취경력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 혼자 산다고 하면 일단 놀라고 신기해 하면서 온갖 물음표들을 던지곤 한다.

몇몇은 깜깜해진 상상의 공간 속에 스스로를 넣어보기도 하고 자기가 경험했던 가장 어두웠던 공간의 기억을 떠올려보기도 하지만 결국 자취까지는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상치 못한 칠흙 같은 암흑의 공간은 시각장애 경력 20여년의 내 자취방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일단 내 방의 모든 물건들은 분명한 각자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

사용을 하거나 손님들이 온 후에도 그것들은 반드시 제자리로 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적어도 집에서만큼은 어떤 물건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친절의 표현으로 나도 모르게 우리집 물건들을 예쁘게 정리해 주면서 위치들을 모두 바꾸어 버린다면 그거야말로 내겐 테러일지 모른다.

청소를 할 때에도 좌표처럼 구역을 나누고 순서대로 하면 한 군데만 반복하거나 빼 먹는 곳이 생길 가능성도 별로 없다.

옷들 역시 특별한 날에 입어야 하는 것들이나 독특한 모양을 가진 것들은 철저히 구별해 놓기 때문에 심각히 코디의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요리는 잘 하지는 못해도 급하면 혼자서 해 먹을 수 있는 나름의 방법들은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라면을 끓일 때는 스프를 먼저 넣고 간을 본 후에 면을 넣는 것으로 싱거워지거나 짜지는 것을 예방한다.

찌개나 국도 물론 마찬가지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요리의 순서는 좀 다르기도 하다.

익는 정도를 확인해야 하는 것들은 다년간의 경험으로 불 세기를 조절하고 시간을 잰다.

세탁기나 밥솥같은 전자제품은 웬만하면 말을 하거나 소리가 나는 제품을 쓰기 때문에 조작하는데 별 무리가 없다.

자취를 하다 보면 아직도 와이셔츠를 다리거나 비슷한 물건들을 구별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있지만 반복되는 경험들은 점점 더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사실 도저히 못할 것 같은 일은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되기 때문에 끙끙댈 필요도 없다.

엄청 특별하고 놀라운 신기함이 있을 것 같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다지 다를 것 없는 것이 나의 자취 생활이다.

사람들은 한 가지 실패나 작은 상실을 불가능과 연결 짓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의 자취생활이 그렇듯 세상을 사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성취하지 못 했거나 작은 것을 잃었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길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지금 힘들어 하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방법을 버리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세상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