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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7일 10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27일 14시 12분 KST

할인은 안 해 주셔도 됩니다

gettyimagesbank

최근 들어 '베리어프리'라는 이름을 붙인 콘텐츠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베리어프리는 턱을 없앤다는 뜻으로 장애인들과 관련된 각종 접근성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영화나 연극 같은 공연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자막과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화면해설을 덧붙인 것들을 베리어프리라고 부른다.

예전에도 이런 것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양이 매우 적거나 오래되거나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들에 국한 된 경우가 많아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화면해설이라는 것도 설명에 너무도 충실한 나머지 감상이나 몰입에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찾아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최신영화나 연극들에까지 베리어프리의 옷을 입히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아직도 이벤트성의 행사가 많아서 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전에 비하면 정말 다양해지고 가까워진 것 같다.

설명의 수준도 몰라보게 높아져서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나면 온전히 감상했다는 뭔가 꽉찬 뿌듯한 느낌을 받고는 한다.

일반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몇 장면 놓친 것 같다는 아쉬움의 느낌과는 정반대되는 큰 만족감 같은것들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혜택들이 정말 많다.

대부분 금전적인 할인 혜택인데 할인율도 작은 편이 아니다.

돈 깎아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잘 생각해보면 장애와 할인과 무슨관계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장애 없는 사람도 가난할 수 있고 장애 있는 사람도 경제적으로는 부유할 수 있는데 혜택은 복지카드 소지의 유무로 판단하는 게 잘 이해되는 부분은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큰 함정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할인을 받는 대신 그 밖의 어떤 추가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다는 게 그것이다.

영화표는 할인해 주지만 자리를 찾는 것도 화면을 이해하는 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면제이지만 시설 내에서는 안내를 받을 수도 없고 편의시설이나 추가의 안전시설을보장받기는 힘들다.

대학들에서도 장애학생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편의시설의 부재를 덮는 경우들도 많다.

어쩌면 장애인 복지 할인은 진짜 할인이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대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관에서 혼자서도 충분히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어떤 국립공원도 스스로 돌아다닐 수 있다면 할인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복지할인을 반납하는 순간 그 돈은 모든 영화관에서 베리어프리를 감상할 수 있는 시설로 투자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장애를 빈곤과 동일하게 느끼고 복지를 금전적 지원이라고 느끼는 생각은 행정편의적이고 낡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 들어있는 고객의 범위가 넓어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만들고 왼손잡이용 기구를 만드는 게 당연한 것처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 시각장애인도 청각장애인도 들어있다면 모두를 위한 제품과 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시각장애인들도 접근 가능한 전자책을 언제든 구입하고 집 앞 영화관에서 작은 이어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지 베리어프리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