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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0일 11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1월 20일 14시 12분 KST

통합교육은 좋은 것인가?

연합뉴스

특수교육과 관련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성공적인 통합교육의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초기단계에서 약간의 우여곡절들을 겪기도 하지만 영상 속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의지에 관련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더해 어렵지 않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교는 혼연일체가 되어 장애학생을 지원하고 친구들 또한 특별하지 않은 계기를 통해 어색하지 않은 또래관계를 만들어낸다.

그리 길지 않은 영상들은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기도 하지만 외국의 사례라는 점에서 한편 부럽기도 하고 우리의 현실과 비교하면 마음 씁쓸해지기도 한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중에는 일반학교로의 전학을 꿈꾸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중고등학교를 맹학교에서 보내야 했던 나 역시도 그 중 하나였던 것 같다.

크지 않은 건물들과 몇 명 되지 않는 친구들, 무엇보다 장애인 학교라는 반갑지 않은 굴레는 일반학교를 동경과 이상의 대상으로 만들어주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고등학교를 마치는 졸업식날까지 완전통합으로의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용기나 도전의식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점자책도 음성교재도 그 밖의 어떤 지원도 준비되어있지 않은 일반학교는 내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선구자라는 타이틀과 유명 다큐프로에 출연할 소재는 되었을지 몰라도 물리적 통합 이상의 그 무엇도 바라기 힘들어 보였다.

교사로 일하는 요즘엔 통합교육을 꿈꾸는 학부모님들의 상담을 의뢰받곤 한다.

아이들의 의지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식에 대한 미안함과 보상심리와 관련된 부모님의 통합교육에 대한 동경인 경우가 많다.

나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통합교육을 권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의 교육환경도 수십년동안 변화를 거치면서 통합교육을 위한 많은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사실이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보조기기를 지원해 주기도 하고 보조교사를 지원해 주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특수학급 교사의 전문적인 지원을 받기도 하고 담임교사와 또래 친구들의 긍정적 지원으로 영상 속 성공사례를 재현해 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사례는 아직 특별한 케이스에 속하는 매우 적은 수인 것 같다.

물리적 지원이 이루어져도 장애특성에 맞는 전문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고 또래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특수학교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좋은 경험이라 위로하기엔 어린 학생들이 받는 상처의 크기는 너무 크다.

나는 장애학생들이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목표는 통합교육이 아니라 사회통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은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학생들을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선구자도 좋고 도전도 좋지만 누군가의 욕심과 이상 때문에 어떤 학생 하나도 희생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사회통합을 준비하기 위해 학창시절에 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점자도 배워야 하고 스스로 독립보행하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밥을 먹고 옷을 입고 하는 작은 것에서부터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방법까지도 각자의 것을 단단하게 만들어 놓아야만 큰 사회로 당당히 나갈 수 있다.

완전통합교육을 거부하고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상적인 통합교육과 사회통합 모두를 구연할 수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환영하고 찬성할 것이다.

그렇지만 탄탄한 준비 없는 교육환경에 통합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내세우고 아이들을 내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신대륙을 꿈꾸기 전에 큰 바다로 나갈 수 있는 단단한 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