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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28일 11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10월 28일 14시 12분 KST

시각장애인이 대학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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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만남을 가지고 인사를 나눌 때 명함을 주고 받고는 한다.

처음 내 명함을 받아 본 사람들은 올록볼록 찍혀있는 점자를 신기해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 속의 내용들을 더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매우 조심스럽고 미안한 마음을 최대한 담았다는 것을 충분히 표현하고 나서 꺼내는 질문들의 시작은 시각장애라는 껍데기와는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 수학교사라는 타이틀에 대한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당연히 뭔가 다른 혹은 뭔가 더 쉬운 수학을 할 거라는 생각에서 질문을 던진 사람들은 공통교육과정을 똑같이 배운다는 대답에 첫번째로 놀라고 도형이나 미적분도 암산으로 해결한다는 말에 목소리 톤은 점차 올라가기 시작한다.

국어도 영어도 과학도 체육도 어떻게 배우는지 쉴 새 없이 묻고 나서 똑같이 수능도 보고 일반대학에 가기도 한다는 답을 들을 때쯤이면 앞에 서 있는 평범한 나를 갑자기 영웅을 보듯 과장스럽게 우러러봐 주곤 한다.

몇몇은 그제서야 캠퍼스에서 시각장애인 친구를 본 기억이 난다면서 인생에서 만난 모든 시각장애인들과의 경험담을 쏟아놓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시각장애인만 가는 대학은 아직은 없다.

특수학교의 전공과가 있긴 하지만 학점은행 공인기관이지 엄밀히 대학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 가려면 같은 과목을 같은 교과서로 배우고 같은 날 수능을 봐야만 한다.

다만 일반적인 문제지를 볼 수 는 없으므로 점자 또는 확대문자로 변형된 문제지를 배부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점자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판정되면 몇몇 문제는 대체 문제로 바뀌기도 하는데 그 수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국어의 한자문제나 지리과목의 등고선 문제가 대표적인데 형평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출제과정에서 엄격히 난이도를 맞추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과정이 없던 예전에는 시각장애인 수험장에서 웃지 못할 상황들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문에 한글로 제시된 사자성어에 포함된 '고'를 한자로 정확히 써 놓은 것을 고르는 게 문제였는데 점자로는 한자를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1번보기부터 5번보기까지 모두 한글로 '고'라고 써 있었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읽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장애의 급수에 따라서 1.5~1.7배의 시간이 부여되는데 쉽게 생각하면 마냥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추운 날씨엔 점자를 읽는 손의 감각이 둔해지기 때문에 교실에는 하루종일 평소의 몇 배로 난방을 틀어주는데 덥고 건조한 교실에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시험을 치르다보면 마지막 과목을 풀 때에는 약한 친구들은 앉아있기도 힘들 정도로 체력이 고갈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볼 때에도 시험을 보는 것은 물론이고 10시간 이상씩 시험장에서 버티는 체력연습까지 겸해야 한다.

국어처럼 점자로 옮겨놓으면 100페이지가 넘어가는 과목들은 아무리 과목 성취도가 뛰어나도 읽는 속도가 느려서 절반도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녹음된 테이프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시각장애 학생들은 실력 외적으로도 시험장의 여러 환경적인 영향으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조금이라도 해결해 주기 위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신다.

출제과정과 점역과정에는 수많은 선생님들과 점역사 분들이 참여하시고 음질 좋은 녹음을 위해서 성우분들도 함께해 주신다.

또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보완하기 위해 매년 시험과정을 계발하고 연구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물론 아직도 학생들이 마음 놓고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그렇지만 많은 보조기기들이 계발되고 더 많은 연구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훨씬 나은 환경이 마련되리라고 확신한다.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미래를 위해 수능시험에 도전할 것이다.

오랜 시간 노력하고 공부한 만큼 모두 좋은 컨디션으로 실력발휘를 충분히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을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노력해 주실 많은 지원자 분들께도 잘 부탁드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