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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04일 11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9월 04일 14시 12분 KST

내가 생각하는 통일의 이유

요즘 우리학교 아이들은 건강하지 않은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말 많은 보조기기들과 서비스들을 이용한다.

잔존시력이 남아 있는 학생들은 시력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렌즈를 사용하여 책을 보기도 하고 공학적으로 설계된 확대독서기를 이용해서 여러 가지 사물들을 확대해서 보기도 한다.

전혀 볼 수 없는 학생들도 점자를 입력하고 저장해서 꺼내볼 수 있는 점자정보단말기라는 작은 컴퓨터를 사용하기도 하고 텍스트 파일까지도 음성으로 재생해 주는 음성독서기를 이용해서 수업을 녹음하고 정리하고는 한다.

최근에는 OCR(광학식문자판독기 optical character reader)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종이에 적혀 있는 활자까지도 어느 정도는 읽어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특히 컴퓨터 화면을 읽어주거나 확대해 주는 프로그램들은 폭 넓은 독서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인터넷 공간의 수많은 자료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여가 선택의 폭까지 넓혀주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에 더해서 눈으로만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물들의 색깔이나 주변 빛의 정도를 알려 주기도 하고 보행네비게이션은 음성으로 친절히 길을 안내한다.

뿐만 아니라 보조기기들이 해결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미리 자원한 봉사자들의 눈을 무작위 로 빌릴 수 있는 영상통화 연결 어플리케이션도 개발되어 있다.

물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건강한 눈을 완벽히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10년 전, 20년 전 딱딱한 점자판과 아날로그 카세트테이프만 의지해서 공부하던 때를 생각하면 눈부시도록 빠른 발전에 절로 감사의 고개가 숙여진다.

무언가를 조금 더 빨리 볼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의료적 개선이 아니라 아는 것과 경험의 차이로 이어지고 지식의 차이는 곧바로 사회적 위치와 가능성의 정도를 정하는 틀이 된다는 점에서 장애를 보완해 주는 보조기기들의 발전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모습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남북한의 살벌한 대치상황에 대한 뉴스를 보다가 문득 북한의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북한에도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있을 것인데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경제적 상황이나 의료적 기술로 보면 더 많은 아이들이 불편함을 겪을지도 모르는데 평양에 있다는 맹학교 하나로 어느 정도의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우리학교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속에서 보조기기들을 모두 지워버린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해 보았다.

한 가지 물건만 고장나거나 잃어버려도 울 것 같은 모습으로 선생님을 찾아와서 하소연 하던 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그 암담한 광경은 상상이 잘 되어지지 않았다.

나름 괜찮아진 환경 속에서 공부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은 정말 많은 것을 더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를 것이다.

어쩌면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는 상상 속의 모습들이 지금 북한 시각장애 아이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20여년 전 한 반의 80%가 안마사를 꿈꾸던 시각장애 아이들은 이제 각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공부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꿈을 선물하고 나아가 사회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힘을 가진 사람들이나 상류층에 속한 이들은 북한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 가도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약하고 불편한 소수는 어려운 곳일 수록 몇 갑절 어렵게 살아가리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 정말 셀 수 없는 이유들이 있겠지만 약하고 불편한 이들 소수의 약자를 위함도 큰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그들과 나눌 수 있는 넘치고 넘치는 것들이 있다.

북한의 장애학생들에게 꿈을 선물하기 위해 간절히 평화통일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