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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24일 12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7월 24일 14시 12분 KST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나를 정말로 예뻐해주시고 많이도 챙겨주시던 형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전화였다.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운동도 꾸준히 하시던 분이라 한동안 시간이 지나기까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우리에게 "살아있으면 만날 날은 많다"고 호탕하게 웃으시곤 했는데 한 순간 그 말들은 물거품처럼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내가 잊고 살던 누군가, 내가 미뤄두었던 무언가, 그 사람이, 그것들이, 진정 소중하다면 이 순간 만나고 꺼내보는 것이 최선이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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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복을 타고났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다.

불편한 눈을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순간순간 여러 모양으로 도움을 많이도 받고 살아간다.

길을 다니는 가벼운 상황에서부터 새로운 진로를 택해야 하는 인생의 기로에서까지 주변의 은인들이 없었다면 지금 내 모습은 많이도 달라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물적 심적으로 신세를 지고 살아가면서 손해 보는 관계를 목표로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쉬운 일은 아니다.

길게 보고 조금씩 갚아나가려는 마음도 가져보지만 일상의 쳇바퀴 속을 돌다보면 시간은 훌쩍 가버리고 감사한 분들에게 또 다시 신세를 지게 되는 일마저 반복적으로 생기곤 한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를 맺고 살지만 바삐 살다보면 시공간적으로 아주 가까운 몇몇 말고는 일 년에 몇 번 안부를 묻는 것조차 힘든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지난주에 충격적인 전화 한통을 받았다.

나를 정말로 예뻐해주시고 많이도 챙겨주시던 형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전화였다.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운동도 꾸준히 하시던 분이라 한동안 시간이 지나기까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생전에 장난이 워낙 심하셨던 분이라 혹시 장난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문상을 마치고 돌아오면서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 갑작스런 일이었다.

베푸시기 좋아하시던 성품이라 후배들을 정말 많이도 챙기셨는데 황망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우리에게 "살아있으면 만날 날은 많다"고 호탕하게 웃으시곤 했는데 한 순간 그 말들은 물거품처럼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젊은 시절 온갖 고생으로 쌓아올리신 남부럽지 않은 재력도 넓은 인관관계도 함께 하기로 한 사내들의 포부 섞인 계획들도 죽음이라는 턱 앞에서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평소처럼 편히 잠자리에 들던 모습이 상상치 못한 마지막이 되어버린 형님을 보면서 순간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음으로 내일로 밀어내고 미뤄지는 숱한 계획들이 공허한 메아리로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 말이다.

인생을 논하고 미래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어쩌면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긴 호흡도 좋고 큰 계획도 좋지만 순간의 후회 없는 최선들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멈춰버린 한 폭의 그림이라도 한 점 한 점 혼신을 다해가던 미완성은 완성보다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다.

덧없는 꿈들과 고민 없는 반복 속에 순간을 사는 삶의 의미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내가 잊고 살던 누군가, 내가 미뤄두었던 무언가, 그 사람이, 그것들이, 진정 소중하다면 이 순간 만나고 꺼내보는 것이 최선이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형님을 떠나보내고 후회조차 할 수 없는 이 순간 또 다른 허탈함을 줄여가기 위해서라도 이 시간 나의 사람들과 순간들에 집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