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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28일 12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28일 14시 12분 KST

누구를 위한 장애체험일까요?

열심히 준비한 행사들이나 순수한 마음으로 참석한 참가자들을 비하할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장애인들은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나 중심의 주관적 도움은 그들에겐 거절하기 힘든 또 하나의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짧은 체험으로 남자가 여성이 될 수 없듯 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모두 알 수는 없다. 누군가의 입장을 체험하고 느껴본다는 것! 그것은 "난 너에 대해 이제 알아! 그러니 난 너를 도울 수 있어"라고 하기 위함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을 높여가는 건강한 사회화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Getty Images/Vetta

4월에는 장애인의 날이 있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장애 관련 행사들이 많이도 열린다.

장애인식 개선과 관련된 유인물을 나눠주고 포스터를 붙이고 각종 강연들도 진행된다.

영화제 같은 문화행사들도 장애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행사 뒤에는 일일장애체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참가자들은 안대를 쓰거나 귀를 막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거나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고 휠체어를 타고 급한 경사길을 올라보기도 한다.

지팡이를 사용하여 길을 찾아보고 한 손만 사용하여 하루를 지내다보면 열 중 여덟 아홉쯤은 처음의 신기한 웃음은 사라지고 몸도 마음도 기진맥진 지쳐버리고 만다.

그리고 감수성 풍부한 누군가는 측은지심 가득한 말투에 눈물 한두 방울을 섞어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는 한다.

"장애인들이 이렇게 힘들게 사는 줄 몰랐어요 앞으로는 주변 장애인분들을 보면 열심히 도와드려야겠어요."

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매우 감동적이고 뜻깊은 기획과 취지를 백분 이해한 참가자가 어우러진 성공적인 행사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가 받는 느낌은 그렇듯 좋은 감정만은 아니다.

난 지팡이로 길을 찾고 감각으로 음식을 찾아 먹지만 눈물 나도록 힘겹게 생활하지는 않는다. 휠체어가 필요한 내 주변의 친구들도 가파른 경사길을 불편해 하긴 하지만 온 하루를 지쳐 쓰러질 정도의 넘사벽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늘상 겪어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들은 우리에겐 일상이다. 몇몇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더 이상 특별한 장애물로 여기지는 않는다.

수년간 하이힐을 신어 온 여성들이 복잡한 출퇴근길이나 울퉁불퉁한 비포장길 가리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처럼 우리도 지팡이질이나 휠체어 운전만큼은 베테랑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장애체험 행사를 경험한 모범 수료생들은 4월이면 어김없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수심 가득한 얼굴로 지팡이질을 도와주려고 애를 쓴다.

두 다리는 멀쩡한 나에게 열심히도 부축을 시도하고 멀쩡한 지하철 개찰구를 놔 두고 꿋꿋하게도 휠체어전용 개찰구로 안내하는 분들을 만나다 보면 혹시 휠체어 탄 눈 멀쩡한 아저씨들에게 글씨를 읽어주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열심히 준비한 행사들이나 순수한 마음으로 참석한 참가자들을 비하할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장애인들은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나 중심의 주관적 도움은 그들에겐 거절하기 힘든 또 하나의 불편함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 받을 의사나 도움의 방법을 물어보는 것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몇 배나 효율적으로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체험 행사는 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세상에서 조금 더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또 우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꿔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제든 누구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일종의 메시지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요즘 몇몇 단체에서는 남자들에게 산모의 고통이나 여성으로서 겪는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활동들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짧은 체험으로 남자가 여성이 될 수 없듯 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모두 알 수는 없다.

누군가의 입장을 체험하고 느껴본다는 것! 그것은 "난 너에 대해 이제 알아! 그러니 난 너를 도울 수 있어"라고 하기 위함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을 높여가는 건강한 사회화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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