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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03일 11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03일 14시 12분 KST

나는 어린 아이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장애가 있으면 어린아이 취급을 하기도 한다. 반말로 길을 알려주는 것은 다반사이고 누군가와 함께 물건을 사러 가면 나는 제쳐두고 동행자에게 열심히 제품과 가격에 대해 설명한다. 실제로 필요한 사람은 나이고 관련 정보에 대해서도 내가 알고 있는데 아무리 말을 해도 판매자의 시선은 나를 향하지 않는다. 장애인 중에는 정말로 몸이 많이 아픈 사람도 있고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하기에 어려운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든 장애인들이 다 아픈 사람이거나 판단력 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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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장애와 질병을 혼동하는 것 같다.

난 어디가 아픈 사람은 아닌데 처음 만난 사람들은 어딘가 동행할 일이 생기면 나의 체력부터 먼저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산을 오르거나 갑작스레 뛰어야 할 일이 생기거나 심지어는 조금만 오래 걸을 일이 생겨도 괜찮겠냐고 물어들 온다.

내가 볼 땐 그분들 건강이 더 염려스러운데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난 언제나 첫 번째 걱정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어르신에게 자리 양보를 받는 것도 여리여리한 아가씨들 대신 한 자리 남은 차에 오르는 것도 내겐 정말 민망하고 부끄러운 상황들이다.

꾸역꾸역 괜찮다고 해봤자 서로 실랑이만 길어지는 걸 알기에 포기하고 멋쩍은 배려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때마다 고마운 맘보다는 민망한 맘이 앞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언젠가는 그런 대상에서 벗어나 보리라는 다짐으로 매일매일 역기도 들어보고 달려도 보지만 늘어나는 나의 근육들과 단련되는 나의 체력들도 보통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기엔 역부족이라는 확인만 매 번 되풀이되는 것 같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장애가 있으면 어린아이 취급을 하기도 한다.

반말로 길을 알려주는 것은 다반사이고 누군가와 함께 물건을 사러 가면 나는 제쳐두고 동행자에게 열심히 제품과 가격에 대해 설명한다.

실제로 필요한 사람은 나이고 관련 정보에 대해서도 내가 알고 있는데 아무리 말을 해도 판매자의 시선은 나를 향하지 않는다.

우리 동네 미용실 디자이너 선생님마저도 내 머리스타일에 대해 꼭 함께간 친구나 동생에게 먼저 물어보신다. 이제는 내 머리카락들의 계획은 결국 내 의사가 최종결정임을 아실 때도 되었을텐데 꿋꿋하게도 눈동자 마주칠 수 있는 나의 보호자를 찾아가서 상의하시는 일을 멈추지 않으신다.

장애인 중에는 정말로 몸이 많이 아픈 사람도 있고 스스로 무언가를 판단하기에 어려운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모든 장애인들이 다 아픈 사람이거나 판단력 없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신체건강한 대한민국의 청년이다.

술집에서 얼마만큼의 술을 먹을지는 내가 결정한다. 술을 먹으면 지팡이질이 조금 삐뚤어지긴 하겠지만 여느 사람들의 다리가 풀어지는 속도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주인장께서 주량을 걱정해 주실 필요도 없고 비싼 안주를 시킨다고 염려해 주실 필요도 없다.

롯데월드나 애버랜드의 놀이기구도 마찬가지이다.

만원지하철에서 이리저리 밀려다니기도 하고 급회전하는 시내버스에서 넘어지지 않고 출퇴근도 잘 하는 내가 안전벨트 튼튼한 놀이기구에서 특별히 더 걱정 받을 필요는 없다.

조금의 아찔함과 예상 못할 충격들은 누구에게나 감수해야 할 놀이기구의 매력이지 특별히 장애인들을 배제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안전바의 규격과 사이즈에 맞는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사회의 적극적인 배려들 특별한 관심들이 때로는 장애 당사자에겐 불편함과 차별이 될 수도 있다.

과도한 매너가 이성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오늘도 혼자 걷고 혼자 밥을 지어 먹고 혼자 운동을 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혹시 내가 위태로워 보이거나 불안해 보인다면 잡아끌지 말고 한 마디만 해 주었으면 좋겠다. "도와줘도 될까요?" 판단은 내가 할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