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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3월 06일 09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5월 06일 14시 12분 KST

휴대전화와 시각장애인

길을 안내해주고 각종 일정과 정보들을 때마다 푸시알림으로 보내주는 이 친구는 시각장애인들에겐 필수품 그 이상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특수한 회사에서 장애인용으로 만들어 준 보조기기들이 하던 일을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내가 세상을 향해 좀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내가 스마트폰을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완벽한 디자인을 만들어준 스티브잡스 아저씨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Kohei Hara

내가 특수학교 입학을 결정했던 오래 전 그날! 부모님께서는 또 다른 걱정을 시작하셨다. 단호한 태도로 기숙사 입소를 주장하던 아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는데 내 고집이 얼마나 셌던지 결국 며칠도 가지 않아서 고집꺾기 작전은 포기하시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셔야만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들을 떠나보내는 부모님의 심정! 게다가 그 아들은 두 눈까지 보이지 않았으니 그 걱정의 크기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어머니께서 생각해내신 방법이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사 주시는 것이었다. 언제든지 문제라도 생길 것 같으면 전화를 걸으라는 것이었는데 걱정을 덜어드리는 대가 치고는 20년 전 150만원이라는 가격은 너무도 큰 부담이었다. 어찌 되었든지 나의 첫 번째 휴대전화는 그렇게 내 허리춤에 매달리게 되었다.

사실 그 녀석은 어머니의 의도와는 다르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는데 거는 것 뿐만 아니라 받을 때도 몇백원씩 내야 하는 요금 부담 때문에 맘 편히 걸 수도 받을 수도 없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진동기능이 없어서 웬만하면 꺼 두어야 하고 베터리도 두 시간을 못 견디고 방전소식을 알려왔던 걸 생각해 보면 차라리 기숙사에 유선전화를 놓는 게 나앗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그 녀석은 100년이 넘는 국립 서울맹학교의 역사 속에서 교직원과 학생을 통틀어 최초로 휴대전화를 소유했던 사람이라는 훈장만 내게 남긴 채 그리 긴 인연을 이어가지는 못했다.

두 번째로 내 허리에 채워졌던 친구는 말하는 삐삐였다. 숫자밖에는 전달 할 수 없었지만 점자의 점형번호를 이용하면 시각장애인들은 간단한 대화 정도는 주고 받을 수도 있었다.

음성메시지라도 오면 공중전화를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맘에 드는 여학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설렘은 그 정도는 아무 문제도 아닌 것으로 만들곤 했다. 그리고 그 번거로움조차도 사촌 여동생의 감동적인 라디오 사연으로 얼마 가지 않아 해결되었는데 DJ가 보내준 씨티폰이라는 선물은 공중전화보다도 저렴한 통화료로 휴대전화의 역할을 수행해주었다.

가뭄에 콩나듯이 있던 기지국 문제는 PCS라는 단말기가 나오면서 말끔하게 해결되었다.

파격적으로 저렴해진 통화료와 단말기 가격도 매력적이었지만 장애인들에겐 요금할인까지 해주었기 때문에 학생들 주머니에는 급속하게 휴대전화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진동모드도 생기고 벨소리도 다운받을 수 있다는 재미난 기능들은 신세계에 가까웠지만 문자메시지를 맘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나에겐 작지 않은 불편함이었다.

보내는 거야 자판을 외워서 어찌어찌 보내면 되었지만 수신메시지를 확인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방금 사귄 여자친구와의 대화에서까지도 닭살멘트는 어쩔 수 없이 생략해야만 했다.

90년대를 마감하면서 급속하게 늘어난 차들과 휴대전화기는 생각하지 못한 쪽에서 나에게 문자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위험하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핸즈프리라는 기능으로 문자를 읽어주는 전화기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긴 메시지는 여전히 접근불가였지만 40자 정도면 어떤 대화도 가능했다.

휴대전화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화면은 올컬러를 지나 고급사진기보다도 더 선명한 화질로 진화하였고 벨소리는 몇화음이 아니라 어떤 소리도 가능해졌다.

통화나 문자만을 보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뉴스를 보고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이 되었다.

나같이 눈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옷의 색깔도 알려주고 길을 안내해 주기도 한다.

길을 안내해주고 각종 일정과 정보들을 때마다 푸시알림으로 보내주는 이 친구는 시각장애인들에겐 필수품 그 이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아침이면 폰의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오늘의 날씨를 확인한다.

출근하러 갈 때는 지하철이나 버스의 패스로 사용하고 카카오톡으로 부서회의 내용을 점검한다.

업무시간에도 중요한 내용을 녹음하거나 메모하고 쉬는 시간에는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예전에는 특수한 회사에서 장애인용으로 만들어 준 보조기기들이 하던 일을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이지만 간단한 동작들만 익히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내가 세상을 향해 좀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어릴 적 어머니의 걱정으로 시작된 이 녀석들과의 인연은 그들이 발전해오면서 내 삶도 덜 불편해지고 윤택해지게 되는 공감대를 형성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교과서도 스마트 기기에 맞춰서 제작한다고 하고 자동차도 스스로 움직이는 쪽으로 출시될 거라고 한다.

내가 이 친구들의 발전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말 많이도 도와준 전화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스마트폰을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완벽한 디자인을 만들어준 스티브 잡스 아저씨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