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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11일 06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10일 14시 12분 KST

리얼하지 않은 리얼버라이어티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애인들은 보고만 있어도 너무나 우울하다. 한 집안의 어려움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장애아를 출산시키고 주인공에게 극적인 고난을 주는 소재로 실명을 시키는 것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프로그램은 호동이 형이나 재석이 형이 나오는 예능프로그램들일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광고하지만 내가 볼 때는 아직 '리얼'이 되려면 많이 부족하다. 국민의 10%는 장애인인데 그 많은 맴버들 사이에는 왜 한 명의 장애인도 없다는 것인가? 수십년간 의도치 않게 '장애인식'의 왜곡을 진두지휘한 방송들에게 인식을 되돌려놓을 마법을 주문하고 싶다. "마지막 2%를 채운 진정 '리얼 버라이어티'를 꿈꾼다면 재미있는 장애인 캐릭터를 발굴하십시오."

MBC

나는 '익숙함'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그것은 '친숙함'이 되어 '편안함'으로 다가오곤 한다. 내 친구들과 나의 가족들에게 특별히 나의 장애에 대해서 설명하고 인식이 어쩌고 인권이 어쩌고 말할 필요가 없는 건 나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상냥하고, 여자형제 많은 집에서 자란 남자들이 이성 앞에서 매너가 좋고 해외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에 대해 거리낌이 없는 건 어색함이 덜어진 때문이 아닐까? 물론 예외는 존재하겠지만 통합교육이 보편화 된 나라들에서 특별히 장애인식 교육 같은 게 필요 없는 걸 보면 어릴 때부터 살 부대끼며 자라온 익숙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진다.

그런데 TV를 보다 보면 언론에 의해 조작된 '익숙함'은 때로는 누군가를 매우 힘들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애인들은 보고만 있어도 너무나 우울하다. 한 집안의 어려움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장애아를 출산시키고 주인공에게 극적인 고난을 주는 소재로 실명을 시키는 것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아이들이 즐겨보는 만화에서조차 갈고리 의수나 애꾸눈은 극악무도한 악역을 상징하는 소재로 사용되고는 한다. 세계적인 작가들도 인어공주에게 의사소통 장애를 덧입히고, 후크선장에게 지체장애를 선물한 걸 보면 작가들 사이에는 뭔가 우리가 모르는 '장애인식 왜곡'이라는 세계적 음모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장애는 특별히 기분 좋을 선물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멈춰지거나 인생을 포기해야 할 만큼의 '재앙' 또한 아니다. 적어도 나의 주변에 있는 장애인 친구들은 누구보다 멋지고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는데 방송에서 그런 이들은 시청률 2% 미만의 다큐멘터리나 낮 방송에서나 겨우 찾을 수 있을까 말까다. 요즘은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이고 이구아나까지도 황금시간대 동물전용방송에서 제 매력을 뽐내곤 하는데 적어도 방송에서만큼은 장애인들은 그 녀석들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프로그램은 호동이 형이나 재석이 형이 나오는 예능프로그램들일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광고하지만 내가 볼 때는 아직 '리얼'이 되려면 많이 부족하다. 국민의 10%는 장애인인데 그 많은 맴버들 사이에는 왜 한 명의 장애인도 없다는 것인가? 이 지구상의 '1박 2일' 중 장애인 없는 날은 없고 '무한도전'해야 할 주체로는 장애인 만큼이나 훌륭한 대상은 없을 텐데 말이다.

예능프로그램들 속의 캐릭터들도 항상 도전을 성공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의 아름다운 도전들과 열정들을 응원하고 좋아하는 게 아닐까? 그러한 과정들 속에서 뚱뚱함도 수다스러움도 시끄러움도 뭔가 부족해 보임도 '친숙함'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들이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그 속에 장애인 캐릭터가 한 명 들어간다고 해서 특별히 프로그램이 달라지지 않으리라 나는 확신한다.

그도 도전할 것이고 그도 실패할 것이다. 때로는 그의 성공에 시청자들이 열광할 때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실수한 친구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 안승준이냐? 그것도 제대로 못 보게!"

그렇지만 그것은 장애왜곡이 아니라 어느 순간 친숙해진 캐릭터 인용일 것이다.

수십년간 의도치 않게 '장애인식'의 왜곡을 진두지휘한 방송들에게 인식을 되돌려놓을 마법을 주문하고 싶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PD님들과 호동이형 그리고 재석이형에게 강력하게 말하고 싶다. "마지막 2%를 채운 진정 '리얼 버라이어티'를 꿈꾼다면 재미있는 장애인 캐릭터를 발굴하십시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식 개선 교육'을 없애버릴 역사적인 대박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