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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7일 11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18일 14시 12분 KST

'코스프레 정치' 이젠 식상하다

Caiaimage/Chris Ryan via Getty Images

대선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잠룡이라 불리는 예비후보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듯하다.

그런데 이 시기가 되면 정치와는 아무 관련도 없으면서 덩달아 바빠지는 곳이 있으니 재래시장과 장애인 시설인 듯하다.

시장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라 왜들 그렇게 가시는지 모르겠지만 특수학교나 장애인 시설에 오시는 분들은 근거리에서도 마주한 적이 있기에 그래도 좀 이야기할 자격이 내게도 있다고 본다.

일장연설로 시작되는 정치인들의 대부분 원고에 우리는 힘들고 약하고 아프고 따위의 단어들로 포장되어 있다.

많이 배우신 분들인데 병원과 학교도 잘 구별 못 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한다.

지팡이도 짚어보고 안대 쓰고 밥도 먹어보시지만 제대로 하시는 것 같지는 않다.

가끔은 진지한 자세로 장애체험이라는 그것들에 몰두하여 눈물까지 뚝뚝 떨구시기도 하지만 그것도 매우 오버라는 건 아시는지 모르겠다.

특수학교 정도를 다닐 정도의 학생들은 실명이라는 의학적 선고로 힘들어 하기엔 진로와 입시고민으로 너무 바쁘다.

약속시간 그중에서도 헤어질 시간만큼은 철저하신 그분들이 마지막으로 내놓으시는 것은 언제나 이상적 복지의 약속이다.

당장이라도 세상이 뒤집힐 것 같은 획기적 약속들과 정책들 앞에서 우리는 혹여나 하는 기대감으로 활짝 웃고 그들은 근본적 목적이었던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간다.

참으로 희한한 것은 내가 보았던 그분들 중 꽤나 많은 분들이 이런 저런 선거에서 당선이 되셨는데 세상은 아직 우리 아이들이 살기엔 많이도 거칠고 우리는 사진 속 배경이 되어주신 그분들을 여전히 소외계층 혹은 복지사각지대라고 부르고 있다.

이름도 어려운 명품양복을 입으신 분은 할머니가 말아주시는 국밥을 깨끗이 비우셨고 햄버거도 잘라드려야 드시던 그분은 시장 상인의 손을 꼭 잡으셨지만 서민들의 삶은 그다지 변한 것 같지 않다.

최근엔 또 다른 서민행보를 보이시는 분이 나타나신 것 같다.

지하철 적자가 우려라도 되셨는지 거금 2만원을 한꺼번에 꺼내시고 역지사지의 체험이라도 하시려는듯 사회복지시설에서는 침 받는 턱받이를 직접 착용까지 하셨나보다.

우린 참 많이도 속았다. 그래서 그런 모습들이 우리에겐 또 작지 않은 우려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큰 마음으로 보면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해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지팡이를 거꾸로 들고 계셨던 그분도 점자책을 거꾸로 들고 사진을 찍으시던 그분도 그런 것 잘 모를 수도 있다고 본다.

지하철 표 끊는 방법이나 어르신들에게 죽 떠 먹여주는 방법이 훌륭한 정치인의 척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분들이 단순히 그것만 모르는 게 아니라 우리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는 할까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우리는 표 끊을 방법을 몰라서도 죽 떠 먹여줄 사람이 없어서도 힘들어 하는 게 아니다.

유명정치인과 악수 한 번 하는 것이 설레고 그런 사람과 만난 것이 기뻐서 웃어주는 게 아니다.

당신은 보좌진이 써 준 글들을 가볍게 읽었을지 몰라도 우리는 한 글자 한마디에 삶의 무게를 덜어줄 기대를 품는다.

서민 코스프레! 때마다 당신들이 그런 놀이를 반복하는 것은 그래도 정치인이라면 우선적으로 돌봐야 하는 것이 민생이고 그분들이라는 것 정도는 알기 때문 아닌가?

장애인 복지에서만큼은 우리나라가 아직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그들이 소외계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 정도는 알기에 유치한 쇼라도 해 보는 것 아닌가?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아직도 홍보용 사진과 눈먼 표심이라면 이제는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우리는 더 이상 코스프레와 진정성을 구별하지 못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

수백만 촛불의 외침과 주권을 가진 국민의 힘! 대한민국의 국민은 소중한 주권행사가 가지는 힘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안 하던 것 하느라 피곤해 하지 말고 코스프레 할 시간에 정책준비나 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