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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3일 09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1월 14일 14시 12분 KST

거짓말쟁이들을 위한 조언

Bet_Noire via Getty Images

내가 기억하는 나의 인생 첫 거짓말은 약 30여년전 공교육을 받기 이전이었던 것 같다.

외가 근처에 살던 난 한 마을에 사는 이모님들 덕분에 언제나 내 나이보다 더 많은 수의 동생들을 거느리고 다녔다.

골목대장이란 칭호가 몇 명 이상의 부하로 자격이 결정되는지는 몰라도 난 그 시절 그 동네, 그 또래에서만큼은 가장 큰 세력을 가진 두목임에 틀림없었다.

불꽃놀이 폭죽에 불을 붙이는 위험천만한 일도 자전거 뒷좌석에 동생들을 태워줘야 하는 극도의 힘든 일도 개구리나 벌레 따위를 태연한 표정으로 의연하게 잡아야 하는 것도 책임으로 부여되었지만 그것만 넘어서면 엄청난 권력 또한 내게 주어졌었다.

외할머니 손끝에서 잘린 가장 큰 수박 조각이 내게 우선적으로 주어질 때도 외삼촌이 사오신 10여 개의 아이스크림에 대한 첫 번째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도 난 권력에 대한 단맛을 곱씹으며 형으로서 오빠로서 대장으로서의 위치를 어떻게든 놓지 아겠다는 다짐들을 하곤 했다.

그런데 동생들의 머리가 커지면서 그 녀석들의 요구사항들도 함께 늘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른들이 제공해 주시는 장난감이나 간식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일탈적 욕구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불량식품들이 먹고 싶었고 때로는 오락실에도 가고 싶었다.

이모부님들의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수를 불린 동생들의 숫자는 이러한 요구들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었다.

각자의 요구는 달랐지만 방향은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다.

한두 살 어린 간부급 동생들이라도 타이르려면 자금이 필요했다.

이런 걸 가지고 통치자금 혹은 정치자금이라고 부르는 것이지도 모르겠다.

처음 생각한 것은 빈병팔이였다. 최대한의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동네의 모든 병들을 슈퍼마켓에 팔기 시작했다.

제법 짭짤한 수입이 생겼으나 문제는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만큼 빈병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작은 동네라는 특성상 우리 패거리의 수입내역이 고스란히 집안 어르신들에게 공개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런 투명하디 투명한 자금으로는 우리의 검은 욕구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리더로서의 고민이 깊어가던 어느 날 난 중대결심을 발표하게 된다.

최정예의 특공대원을 모집하고 우리는 화장대를 비롯한 가구 주변에 흩어져 있는 동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소유권이 누가 봐도 분명하긴 했지만 어른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진 것이 분명한 한 자리를 오래 지킨 것들을 주요 목적으로 삼았다.

철저하고 꼼꼼한 대비를 하기 위해 적발되었을 시 대비요령도 마련했다.

오래가지 않아 우리에겐 생애 최고의 자금이 마련되었다.

빈병을 모으고 들어 나르는 그런 노력이나 수고도 필요 없었다.

나는 즉각적으로 공을 배분하고 부하들의 해묵은 욕구해소를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방방이라 불리던 덤블링 놀이기구도 오락실도 순식간에 우리 일당들에게 점령되었다.

문방구 앞에 뽑기들도 달고나도 더 이상 눈치 보며 할 필요가 없었다.

동생들의 충성심은 하늘을 찌를 듯했고 권력의 달콤함에 도취된 나는 그 기분을 그대로 살려 또 한 번 간식을 하사하며 기지로의 복귀를 서둘렀다.

유난히 밝은 표정의 우리를 바라보시던 어른들도 흐뭇해 보였고 그날도 여느 날처럼 평화롭게 마무리 되는 것처럼만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가장 신임하던 동생녀석으로부터 발생되었다.

아끼고 아껴 먹던 불량식품 그것이 어른들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평소 사 주시지 않던 그것에 대해 물으시자 녀석은 계획했던 대로 화단에서 땅을 파다 나온 동전으로 사 먹었다는 답을 내 놓았다.

물론 대장인 나도 그 말이 맞다고 거들고 있었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우리는 그때까지만 해도 웃고 계시던 어른들을 향해 우리의 성공을 자축하듯 함께 웃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한 회초리에 굴복한 동생녀석의 실토가 이어지면서 난 주동자의 가중처벌이란 것이 무엇인지 뼈저린 경험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우린 아니 적어도 난 우리의 계획은 완벽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어른들은 땅 파서는 십원 한 장도 나오지 않는다는 교훈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모댁에서 우리집에서 각각의 집에서 비명소리가 난무하던 그날 이후로 나의 권력도 나를 향한 충성도 모두 날아갔지만 쓸데없는 나의 책임, 그 무거운 어깨의 짐도 사라졌다.

사실 그날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우린 또 다른 거짓과 편법으로 별것 아닌 권력과 욕구해소의 단맛에 취해있었을지 모른다.

거짓은 또 거짓을 낳았을 것이고 그것은 우리에게 의리라는 이름으로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삶의 방식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의 대가로 나의 종아리에 와 닿은 회초리의 아픔은 그 전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팠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시원하게 벌을 받고 난 이후의 상쾌함은 그 이상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었던 것 같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편안한 삶 그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난 일찍이 치른 대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요즘 청문회를 보다 보면 거짓말쟁이들을 자주 보게 된다.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말들도 태연하게 조근조근하게 때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떠들어댄다.

순진해 보이려고도 하고 겁 먹은 듯 동정을 유발하려 하기도 한다.

거짓을 감추려 또 다른 거짓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 무조건 모른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당장 입을 다물어도 진실은 고개를 들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내가 거짓말쟁이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은 당신들만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견디면 완전범죄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은 6살짜리 꼬마들이나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권력이 자본이 얼마나 달콤한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오래 전 내가 먹었던 달고나나 별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다.

죄를 지은 사람은 시원하게 자백하고 벌을 받고 뉘우칠 때 비로소 후련하다는 것을 그때 그 경험으로 알려주고 싶다.

감옥! 그 바닥이 당장은 차가울지 몰라도 권력! 그 맛이 당장은 짜릿할지 몰라도 쓸데없는 걱정 내려놓고 편안히 기분 좋게 가볍게 살려면 얼른 그곳에 다녀오라고 말하고 싶다.

땅 파도 십원 한 장 안 나온다는 작은 진리를 몰라서 난 엄청나게 혼났다.

당신들도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간단한 가르침을 잊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