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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09일 15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6월 09일 14시 12분 KST

부끄러운 '메이드 인 코리아'

이제 한국의 시위현장에서는 더이상 최루탄이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은 주요 최루탄 생산국으로 거론된다. 최루탄 생산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수출한 최루탄은 바레인에서 개혁을 요구하며 일어선 민중들을 탄압하는 데 사용되었다. 지난 3년 동안 최루탄 사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는 최소 39명에 달한다. 적어도 바레인에서 최루탄은 비살상무기가 아니었다.

한겨레

1987년 7월, 국제인권단체인 '인권을 위한 의사회'(Physicians for Human Rights, 이하 인권의사회)는 「한국에서의 최루가스 사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한다. 최루탄을 맞고 쓰러진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온 나라를 들끊게 하던 때였다.

당시 인권의사회는 한국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엄청난 양의 최루가스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다고 지적하면서 '민간인에 대한 최루가스의 사용은 비인도적이며 의학적으로 용납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민간인에 대한 최루가스 사용을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지 근 30년이 지난 지금, 이제 한국의 시위현장에서는 더이상 최루탄이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은 주요 최루탄 생산국으로 거론된다. 최루탄 생산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바레인을 뒤덮은 한국산 최루탄

2011년 튀니지를 시작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시민들이 개혁을 요구하며 거리를 점거하자 압제적인 정부들은 군과 경찰을 동원해 시민들을 잔혹하게 진압하기 시작했다. 전세계적으로 시위가 확산되면서 시장이 활짝 열린 덕분이었을까? 아랍의 봄이 한참이던 2011~13년 한국은 310만발가량의 최루탄을 수출했다. 이 기간 한국산 최루탄을 제일 많이 구입한 최대 고객은 페르시아 만에 위치한 인구 130만의 작은 섬나라 바레인이다. 3년 동안 한국이 바레인으로 수출한 최루탄의 수는 150만발로 바레인의 인구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한국이 수출한 최루탄은 바레인에서 개혁을 요구하며 일어선 민중들을 탄압하는 데 사용되었다. 바레인 경찰은 시위현장과 주거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최루탄을 발포했다. 지난 3년 동안 최루탄 사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수는 최소 39명에 달한다. 적어도 바레인에서 최루탄은 비살상무기가 아니었다. 1987년 한국의 최루탄 사용실태를 고발한 이래로 전세계를 돌며 조사활동을 펼쳐온 인권의사회는 2012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바레인에서는 최루탄이 '무기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시위현장뿐 아니라 민가 창문을 깨고 집 안으로 최루탄을 던져 넣는 등 무분별하게 최루탄을 남용했다. 어떤 이는 밀폐된 공간에 가득찬 최루가스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사망했고, 일부는 경찰이 발포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인권의사회는 바레인에서의 최루탄 사용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이라며 이와 가장 유사한 상황으로 87년 한국을 꼽았다. 30여년 전 최루탄으로 인한 아픔을 경험했던 나라가 이제 다른 나라에 그 아픔을 불러일으키는 최루탄을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니, 어찌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니라 할까.

한국산 무기가 해외에서 탄압의 도구로 사용된 것은 비단 바레인뿐이 아니다. 2010~12년 사이 한국이 약 310만 달러 상당의 산탄총 탄약을 수출한 이집트의 경우를 보자. 이집트 당국은 2011년 아랍의 봄을 맞아 전국적인 시위가 발발하자 장갑차와 산탄총, 최루탄을 동원해 잔혹하게 시위대를 진압했다. 한국이 수출한 산탄총 탄약은 이집트에서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하는 살인진압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2011년 1월에서 2월 사이 집계된 사망자 수만 최소 840명에 달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수출이 부른 끔찍한 결과

바레인 경찰의 최루탄 남용으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집트에서 치안군의 산탄총 사용으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한국 정부는 어째서 해당 무기의 수출을 계속 허가해준 것일까?

문제는 허술한 무기수출 통제제도에 있다. 앞서 예시로 든 최루탄, 산탄총 탄약은 통상 민수(民需)용 무기로 분류되는데, 이들 민수용 무기의 수출은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이하 총단법)에 따라 경찰청장 또는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 이루어지게 된다. 문제는 총단법이 명확한 수출허가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법규상 수출업자가 적법한 서류를 제출할 경우 사실상 기계적으로 허가가 이루어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수출허가권자는 수출되는 무기가 수입국에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에 사용될지 여부를 따져볼 의무를 지지 않는다. 그래서였을까? 어째서 바레인으로 최루탄 수출을 허가했느냐는 동료 활동가의 물음에 지방경찰청 수출허가 담당자는 '주방용 칼이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인다고 해서 그 칼을 판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무기는 결코 가치중립적인 상품일 수 없다. 무기는 살상을 전제로 만들어진 특수한 성격의 상품이다. 주방용 칼의 주목적이 요리이듯, 무기의 주목적은 살상이나 상해에 있다. 수출되는 무기가 평화적 시위자들을 죽이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 무기를 공급한 우리가 어떻게 그 죽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부인할 수 있을까?

무기산업, 이제는 제대로 성찰해야

지난해 4월, 유엔총회는 허술하게 규제된 재래식무기의 거래로 인한 인류의 고통을 통감하며 무기거래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수입국 내에서 무기가 중대한 인권침해에 사용될 위험이 존재할 경우 수출을 불허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무기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예방해야 할 수출국의 책임을 명문화했다. 무기거래조약 체결 이전에도 이미 상당수의 국가가 수입국 인권상황을 근거로 무기수출을 불허토록 하는 법규정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어떤가? 바레인에서 39명이 죽어나가고 나서야, 그것도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국제시민사회와 언론이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제적 비난이 거세지고 나서야 우리 정부는 '잠정적으로 바레인으로의 최루탄 수출허가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번에 또다른 바레인의 사례가 되풀이된다면 그때는 또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뒤늦게' 수출허가를 보류할 것인가?

총단법 등 무기수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허가관청은 무기수출 허가에 앞서 해당 무기가 수입국에서 중대한 인권침해에 사용될 명백한 위험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야 하며, 그런 위험이 존재할 경우 수출을 불허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무기산업을 가치중립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무기산업은 그 속성상 피를 먹고 자라는 산업일 수밖에 없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새겨진 무기가 세계 곳곳의 압제자의 손에 쥐어진 그 모습을 보고도 과연 우리는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 것인가? 무기산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