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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10일 13시 16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8월 10일 14시 12분 KST

PD수첩은 왜 '여혐'을 기획했나?

MBC

남성들의 변명을 대신했던 PD수첩

지난 8월 4일 방송된 MBC PD수첩 '2030 남성보고서 그 남자, 왜 그녀에게 등을 돌렸는가' 편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되었다. 남초 커뮤니티(남성 사용자가 주를 이루는 커뮤니티) 에서는 이 방송이 여성 편을 들었다며 비난을 했고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반대로 '여혐 방송'이라며 불만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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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보고서'라는 제목답게 이야기는 여성혐오에 대한 남성의 시선이 주가 됐다. 방송은 김치녀 발언을 비롯해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여성혐오를 짤막하게 소개하고 나서는 그들이 왜 여성혐오를 하게 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군입대 - 데이트비용 - 혼수비용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 시대의 젊은 남성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했다. 방송 말미엔 이들이 아버지의 짊을 지고 있는 가부장제의 불쌍한 희생양이라는 늬앙스를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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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이 여성혐오 문제의 피해자였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김치녀 소리에 대한 불만, 더치페이와 혼수비용 같은 문제에 대한 그들의 속내는 방송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광기로 편집된 그들의 항변

PD수첩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PD수첩 제작진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는 메르스 갤러리 이용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직후 인터뷰에 응한 메르스 갤러리 이용자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들은 'PD수첩이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메르스 갤러리에서 '남성혐오'가 쏟아져 나온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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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갤러리에 올라온 PD수첩 인터뷰 후기

메르스 갤러리 이용자로 피디수첩에 출연한 A씨는 직썰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PD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성혐오에 대한 거친 저항의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회적인 차별과 여성을 향한 남성들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군대와 데이트 이야기만 물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PD가 여성 혐오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게 왜 혐오냐는 이야기를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실제 메르스 갤러리 이용자들의 방송 분량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 조차도 여성혐오에 대응하는 남성혐오로 소개됐다. 메갤의 게시물을 소개하며 '폭력을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봐도 폭력과 폭력의 마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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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썰이 단독 입수한 메르스 갤러리 유저와 PD수첩과의 인터뷰 원본에서 담당PD는 자신들의 기획의도를 짜맞추기 위해 무리하다고 느낄 정도로 같은 질문을 집요하게 던졌다.

PD : 실제로 남자가 데이트비용을 더 많이 내지 않나요?

- 개개인마다 편차가 커요.

PD : 그러면 이렇게 해보죠.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데이트비용을 더 많이 낸다는 건 인정할 수 있나요?

- 제 주위 사례를 봐도 개개인마다 편차가 커요. 이걸 일반화하기가 힘들죠. 그리고 더치페이 논란은 꽤나 오래 된 이야기라서 보편적인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죠.

PD : 더치페이가 보편적인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고요?

- 네

PD : 아닌 것 같은데요?

PD수첩 측은 인터뷰 내내 '답정너' 질문을 계속했다.. 나중에는 인터뷰가 아니라 설득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PD : 어쨌든 제가 말씀 드리고 싶었던 부분은 지금 '여혐'이 논쟁이 되고 있는데 제가 만나본 남성분들은 '그게 이유가 없지 않다'고 항변을 하셨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여쭤본 거예요.

PD : 그러니까 제 말은 제가 만나본 남성들이 다들 힘듦을 토로하셨거든요. 왜 힘드냐고 물으니까 데이트하고 결혼하고 할 때 남성들에게 전통적으로 요구됐던 부분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PD : 다시 여쭤보면 우리나라 젊은 남자들이 한국 여성들을 혐오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우리나라 남성들은 과할지언정 이유가 없지 않다고 하는데 여성분들께서는 이게 (이유가) 없는 공격이라고 판단하시나요?

PD : 제가 여쭤본 게 뭐냐 하면요. 여성혐오는 정당하다는 건 아닌데요. 여성들에 대한 공격이라든가 비판적인 시각이 확대되고 과장된 거라고 판단하시는지 아니면 실체도 없고 이유도 없는 거라고 판단하시는지.

PD : 제가 만나본 남성들도 성차별을 겪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거예요. 차별이라는 게 구조가 원인인 게 대부분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상대편 성별에 기인하는 것도 있지 않겠냐는 거고요. 그런 측면에서 조금은 변화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겠냐는 걸 여쭤봤던 거예요.

PD는 원하는 대답이 잘 나오지 않자 '일부 2~30 한국 남성의 여성에 대한 질문'이라는 단서 달기를 포기하고 자기 질문을 이어갔다. 이건 인터뷰가 아니라 지루한 말싸움에 가까웠다.

PD : 이게 예민한 문제긴 하지만 한국 남성들은 여러 가지 문제로 비판 받잖아요? 동남아 성 매매, 명절 때 집안일을 돕지 않는 것 등에 대한 비판이 사실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런 현상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비판을 받는 거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한국 여성들의 잘못이 일부라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여성혐오들이 왜곡됐을지언정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없으신가요? 제가 생각했을 땐 있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완전 무결하다는 태도로 말씀하시기는 조금 그렇지 않아요?

- 지금 이 반복되는 질문이 폭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계속 전제를 두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권력 차이는 분명하지만 남자도 여자도 결국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 하에 깔려있다는 거예요. 둘 다 당하고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남성은 본인이 남성이기 때문에 주어지는 역할을 수행하기를 강요당하고요. 여성도 여성이기 때문에 따라오는 제한들을 겪어야 하고요. 남성도 그 남성성이 천성적으로 타고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것이고 본인을 억압하는 장치라는 걸 깨달아야 하고 여성 역시 본인을 억압하는 여성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같은 게 필요하죠.

PD : 제 질문이 폭력적인 이유는 뭐예요?

- 답을 자꾸 유도하신다고 생각해요.

PD : 어떤 답을 유도하신다고 생각하세요?

- "왜 여자들도 잘못이 있잖아"

PD : 그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면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되고요.

- 이걸 '누구도 잘못이 있다'고 이야기하시는 건 마치 이런 거예요. 얼마 전에 전직 복싱선수가 자기 전 여자친구가 자기를 험담했다는 이유로 구타를 해서 죽였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 댓글 에는 남자가 죽인 건 잘못인데 여자도 잘못을 했다고 이야기 하거든요. 이런 식의 접근은 논지를 흐린다는 거죠. 여성혐오가 선명하고 명확하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야기에 '여성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답을 하는 것 자체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양비론일수 있다는 거죠.

PD수첩 측은 설득을 위해서 통계를 악의적으로 활용하기까지 했다.

PD : 통계적으로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이 남성이 여성의 세 배정도 된다고 해요. 제가 그냥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말씀 드리면 여성들도 남성과 동등하게 결혼 비용을 지출한다거나 할 생각은 없는지...

- 둘이 소득수준 비슷하고 그렇게 합의하면 그렇게 지불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중요한 건 남녀가 받는 임금조차 동등하지가 않다는 거예요. 그런데 더치페이도 혼수처럼 통계가 있나요?

PD : 네

- 어디 있나요?

PD : 여러 가지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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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PD수첩이 말했던 통계는 PD수첩이 서울지역 남성 500명 을 상대로 자체적으로 진행한 통계였다. '남성들의 생각'을 확인해보는 자료로는 사용할 수 있었지만 남녀 차별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통계로 활용하기엔 큰 무리가 있었다.

본 방송에서 PD수첩은 종현이 한 라디오방송에서 '여성은 뮤즈'라고 표현한 데 대해 메르스 갤러리 이용자들이 종현을 '여성혐오'라고 비판했다며 '모든 것을 여성 혐오로 모는 집단' 으로 묘사하는데 인터뷰를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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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보면 편집이 '악의적'으로 느껴질 만큼 앞뒤 맥락을 자른 채 방송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D : 온라인에서야 남성들이 '여성혐오'라고 불리는 것들을 자유롭게 하고 계시지만 저희가 실제로 남자분들을 만나 보면 한국 여성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 때 여혐으로 몰리는 것에 대해 두려워 하시더라고요. 최근 종현씨 발언 같은 게 여성을 뮤즈라고 대상화라고 한 발언. 그 발언이 여혐이냐 아니냐 논란으로 확대까지 됐잖아요.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전 이걸 여혐으로 확대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종현씨에게 '여성을 뮤즈로 대상화 하는 시선'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오랜 역사 속에서 여성은 예술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 혹은 대상이 되어왔어요. 여성은 예술에서 항상 '그려지는 존재'가 되었던 거죠. 여성을 '뮤즈'로 보는 시선은 일종의 여성 숭배라고 볼 수 있는데 이건 여성 혐오와 그 출발이 같아요. 여성을 독립된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요. 그래서 종현씨의 뮤즈 발언에 대한 비판은 유효했다고 봐요. 그런데 종현씨가 '내가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알고 싶다'고 물어봤어요. 종현씨도 어쨌든 가부장제 아래서 태어나고 자란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한계가 있을 거예요. 종현씨는 본인의 그런 태생적 한계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신 거고요.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행동하신 점에 대해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보고요.

PD : 그렇다면 종현씨가 예를 들어 '동성애자는 나에게 음악적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고 이야기했을 경우 이건 동성애자 혐오가 되는 건가요? 제가 봤을 때 혐오라는 단어를 굉장히 넓게 쓰시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일반적으로 봤을 때 혐오는 그렇게 쓰이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종현씨를 여성혐오라고 이야기하고 그게 광의의 혐오라고 이야기하는 건 설득력이 있을 지 모르겠네요. 그럼 종현씨가 여성혐오란 것은 다들 동의 하시나요?

- 혐오가 아니라 여성혐오, 영어로는 misogyny. 학계에 정의가 그렇게 되어있어요. 여성혐오는 여성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말이나 행동 모두를 지칭하거든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단어를 바꾸거나 정의를 새로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수는 있죠.

그들이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

PD수첩 담당 PD는 여성혐오와 남성혐오를 동일선상에 놓고 싶어했다. 그래서 여성혐오에 대한 역사적 맥락도 언급하지 않았고 여성의 잘못도 있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유도하며 '쌍방 과실'로 그리고 싶어했다. 반면 메르스 갤러리 이용자들은 여성혐오의 본질을 보라고 계속 주장했다.

PD : 미러링이란 것도 결국 혐오에 혐오로 대응 하는 걸로 비춰질 수 있을 텐데요.

- 혐오에 혐오로 대응하면 안 된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가장 착각하시는 게 뭐냐면 여성들의 미러링과 남성들의 혐오가 동등하게 취급될 수 없다는 거예요. 오직 메르스 갤러리에서만 남성혐오로 비춰질 만한 콘텐츠가 나오지만 다른 데서는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반면에 여성에 대한 혐오 발언은 없는 곳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많아요. 저는 그래서 '여성을 때리면 안돼.'라고 말하면 '근데 애들도 때리면 안 되고 원래 폭력은 나쁜 거야'라고 대답을 해 버리는 상황이거든요.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말이 다른 폭력이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닌데... 미러링이 저희의 최종적인 목표도 아니고... 여성 혐오가 사라지면 미러링도 사라질 거예요.

PD : 어떤 여성분이 '남자들은 다 군대 가야지', '남자라면 가장의 역할을 해야지'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남성 혐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 남성 혐오가 여성혐오처럼 기능하려면 여성이 내뱉는 그 차별적인 이야기들이 남성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해야 하잖아요.

PD : 그렇다면 남자라면 군대를 가야 한다던가 이런 이야기들이 남성들에 대한 억압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가요?

- 이건 남성들의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억압이지 여성이 만들어 낸 억압이 아니잖아요. 이 사회가 가부장적 사회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이 가부장적 사회에서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남성은 여성보다 큰 권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권력이 더 큰 집단은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거죠. 여성 혐오에 대한 이야기는 권력관계의 하층부에 위치한 사람이 어떤 일을 당하고 있나를 이야기 하는 거지 누가 누굴 어떻게 비방하고 그런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여성혐오도 있듯이 남성혐오도 존재한다고 말하는 건 마치 가정폭력을 이야기 할 때 남편을 때리는 아내도 있다고 말하는 거랑 똑같은 것 같아요. 이 사회의 구조를 파악 못하고 이야기 하는 것과 똑같죠.

PD수첩 측은 결국 어떻게 방송을 기획하고 있는지 속내를 다 털어놓는다. PD가 원하는 그림은 여자들의 고해성사였다. 그리고 남성들의 억울함이었다.

PD : 제가 만나본 남자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건 여성 혐오가 아니고 한국 여성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 이유로 드시는 게 군대 문제도 있을 거고, 결혼 비용, 여성 전용 주차장, 여성부 이야기도 있고.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전체적으로 살펴 봤을 때 그분들의 주장은 여자들이 필요할 때는 여성성을 말하고 필요 없을 때는 남녀 평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남녀는 평등해야 하는데 계산할 때 여자는 뒤로 빠지고, 혼수 문제에서도 남자가 집 해오고 여자가 혼수 해오는 게 정석처럼 되어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여성들이 먼저 언급하고 부당함을 깨려는 노력 없이 (다른 부분에서만) 남녀 평등을 주장한다는 거죠.

아버지 세대의 경우에는 워낙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 자라오다 보니 그것에 대한 저항이 크게 없으셨는데 지금 가부장제가 어느 정도 해체되는 시점에서 지금 젊은 남성들에게 남성으로서 그게 좋은지 물어보면 유리한 점을 느끼지 못한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이런 분들에게 여성은 약자니까 배려해야 한다. 보호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여성들이 갖는 편익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저항하지 않고, 여기에 대해서 남자들이 불만이 쌓이는 거죠.

- 그 20대 젊은 남성들이 혐오하는 대상은 젊고 예쁜 20대 한국 여성이에요. 그 이외에 많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아요. 왜냐면 그 20대 젊고 예쁜 한국 여자만 그들이 생각하는 특혜를 누리고 있거든요. 하지만 '한국 여자'는 그 사람들 말고도 훨씬 많아요. 그리고 한국 여자는 젊고 예쁜 20대 이후에도 계속 삶을 살아가야 하고요.

하지만 그분들은 그걸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자기들이 누릴 수 없는 것들을 젊고 예쁜 여성들이 누리고 있다고만 생각하죠. 그런데 또 이 권리는 남성들이 부여해준 권리 거든요. 왜 젊고 예쁜 여성들이 추앙을 받겠어요? 남성들이 그걸 아름답다 여기고 대우를 해주는 거거든요. '젊고 예쁨'에 권력을 부여한 건 남성들이에요. 결국에는 그 예쁨에 권력을 부여하고 그 부여된 권력 때문에 혐오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죠.

PD수첩이 외면했던 것들

'일부 젊은 남성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 여성 혐오, 대체 그 남자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 PD수첩 오프닝 멘트 -

PD수첩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는 오프닝 부터 드러났다. PD수첩은 방송 내내 '온라인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젊은 남성들의 여성 혐오' 라며 꽤 긴 수식어들을 빼놓지 않고 나열했다. 여성 혐오 문제를 '최근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폭력적 행위와 그에 대한 폭력적 대응'으로 규정해버렸다. 여성 혐오 문제의 보편성을 거세하고 인터넷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종의 '소란'으로 치부했다. 이들이 여성 혐오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일베를 접근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치녀를 둘러싼 온라인상의 여성혐오, 그 여성혐오에 맞서는 또 다른 혐오 온라인에서는 그 남자들과 그 여자들이 격전 중이다.

- PD수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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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성이 거세된 이후부터 이 여성혐오 문제는 아직 철없고 먹고 살기 힘든 청년들의 문제로 타자화가 되었다. 젊은 청년들이 생존을 위해 경쟁적으로 성 대결을 펼치는 구도가 되었다. 그리고 난 뒤 방송은 남성들의 혐오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을 은밀히 설득한다. 김치녀를 소개하며 남성들이 분노할만한 소스, 예를 들어 명품 백을 사달라고 협박에 가까운 요구를 하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이후 거기에 분노한 남성들의 악플을 보여준다. 이러한 편집은 '그렇게 행동했으니 욕먹어도 싸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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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김치녀 이야기를 한참 늘어 놓더니 뜬금 없이 군대 이야기로 전환한다. 그리고 군대에서 '남성들의 겪는 고생'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2년 동안 시간을 박탈 당한 남성들이 혐오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해명한다. 그리고 여자들도 군대를 가야 어느 정도 의무가 평등해진다는 주장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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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출연자들이 설명하는 '여성들이 군대에 와서 해야 할 역할'에도 성차별적인 요소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피디수첩은 여성이 놓인 구조적 처우에 대한 관심은 없다. 그저 군복무를 통해 의무의 남녀 불균형만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방송 말미 피디수첩은 싸이의 <아버지>를 BGM으로 깔며 다시 한 번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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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도 언제나 대범해야 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진짜 대범한 남자였을까? 그는 가족의 생계를 혼자 책임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남자였다. 그래서 그의 마음엔 어떤 공포가 있었을까?

- PD수첩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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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노래가 끝나자 방송은 바로 그 '일부 2~30대 젊은 남성'을 오버랩시킨다. 방송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그들은 이제 아버지다. 아버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청년이다. 그들의 일탈적 혐오는 나쁘지만 그들은 어쩌면 불쌍한 존재다. 그들을 동정하기 시작하는 순간 여성 혐오 때문에 발생하는 진짜 문제는 다시 저 밖으로 치워진다. 시대를 잘못 태어난 불쌍한 어떤 광기와 그걸 헤아리지 못하는 대응의 광기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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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은 허지웅의 이야기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방점을 찍는다. 그런 사회가 남성들을 '온라인 여성 혐오'로 내몰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건 구조적인 문제고 아주 특별한 문제라는 주장에 전통적인 젠더 권력의 문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젠더 권력의 문제가 사라지면서 유리천장, 소득, 취업 등 각종 여성에 대한 제한도 모두 설 자리를 잃는다. 그리고 남녀 손잡고 화해해서 함께 참아낼 문제라고 결론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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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 피해자들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수 십 번씩 반복하며 자신들이 겪는 혐오와 그 혐오가 왜 문제인지를 설명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단 몇 초로 각색됐다. 물론 정해진 방송시간을 위해, 그리고 매끄러운 방송을 위해 촬영된 부분을 자르고 붙일 수는 있다. 필요한 걸 짜맞췄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짜맞출 수 밖에 없었던 방송의 기획 의도 자체가 문제였다.

이제 20대 중반쯤 되는 청년들이 우리 아버지세대의 가부장적 책임감, 의무감을 갖고 있는 것을 보니 참 안쓰럽습니다. 그건 너무 무거운 짐입니다.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혼자 그 짐을 지려 해도 질 수 없을지 모릅니다. 소위 말해 찌질해 보여도 괜찮으니, 여자친구와 그리고 미래의 아내와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컴퓨터 앞에 앉아 없는 김치녀를 만들고 공격하는 그런 무의미한 여성혐오에 빠지게 되는 일도 없을 겁니다.

- PD수첩 클로징 멘트 -

PD수첩은 이제 어떤 이에게는 면죄부가 됐다. 아버지의 짐을 고스란히 이어받아서 고달픈 '한국 남성'의 삶을 스스로 연민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힘듦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이해해줄 생각이 없는 '한국 여성'들을 조금 더 맘 편히 비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는 동안 오늘도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은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같은 차별을 겪어야 한다. 한쪽이 혼수와 데이트비용 때문에 불만을 토할 때 다른 한쪽은 생명과 생계를 위한 소득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PD수첩은 간편하게 그걸 '같은 것'이라고 포장한다.

나는 PD수첩 측이 악의를 가지고 이 방송을 기획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을 길러낸 가부장제의 세상이 여성을 어떻게 억압하는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오늘도 여성 혐오의 문제는 남자들의 시선으로 각색되고 편집된 채 이야기된다. 그것 자체가 여성들에게 불리한 세상임을 방증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