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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13일 06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12월 14일 14시 12분 KST

정중식 밥줄 논란에 대한 "그랬구나" 게임

연합뉴스

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에게 먼지 나게 얻어터지면,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패는데 굳이 동참하지 않는 편이다. 맞는 사람의 괴로움도 짐작되거니와, 사회적 효용성도 의심되기 때문이다. 굳이 나까지 보탤 필요 있나 싶은... 그런데 굳이 이글을 쓰는 이유는 정중식 씨의 페이스북 글을 둘러싼 논쟁이 소모적인 양상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답답하고 잠이 안 와서...

며칠 전 정중식 씨는 특정 세력의 항의 때문에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글을 썼다. 거의 밥줄이 끊길 지경이라는 토로였다. 나는 소비자 행동에 의해 기회 자체가 차단됐다는 점에서 김자연 성우의 계약 해지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논란된 창작자나 예능인에게 '기회의 차단'은 가혹하다. 그가 개털이라면 더욱 더. 나는 이 헬조선에서, 개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보장받길 바란다. 그 뒤 시장이나 평단에서 평가받도록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상업적 무대의 주최 측에 대한 직접적 압력이 과하다고 느낀 이유다.

다만 정당은 정치적 기획의 공간이기에 상업적 기획의 경우와는 다르다. 총선 시즌, 그와 정의당과의 협력 관계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당원이나 지지자 중 중식이 밴드가 자신을 정치적으로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라면 직접적으로 정당에 이견을 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부귀영화를 누리려던 게 아니라, 정당을 응원하려는 호의로 나섰던 개인이 그 몰매를 다 맞았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따지고 보면 정중식 씨 보다 정의당이 무겁게 책임질 일이기도 하고.

사건의 발단은 대부분의 그의 노래가사에서 여성은 (대다수 여성이 원치 않는 방식으로) 남성에 의해 대상화된 존재였다는 것이다. 즉 '청년' 모두를 대변하겠다는 정당이 한쪽 성별의 이야기만 주워섬긴다는 문제 제기였다. 가장 대표적으로 논란이 된 노래의 서사는 '유출된 일반인 성관계 동영상에서 전 여자친구를 보고 자위하다가 스스로를 연민하는 한국남자'에 대한 것이었다. 몰카 피해자의 영상을 보고도 자기연민이 우선인 '남성 보편'에 대한 분노가 그에게 투영됐다.

나도 해당 가사를 봤고 매우 화가 났다. 그래도 그가 밥줄이 끊기는 것이 응당하다고 생각은 않는다. 그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배우겠다는 의사를 솔직한 태도로 표한 점에 호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솔직한' 태도 때문일까. 그가 올리는 글마다 누군가의 '버튼'을 누르기 충분한 사고방식과 표현이 매번 포함되는 것은. 그래서 나는 화내며 댓글 다는 이들의 심정도 이해되는 것이다... 모계 혈통에 황희정승이 계시기라도 했나...

며칠간 정중식 씨의 페이스북 댓글란에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무조건적인 지지, 인신공격성 악플, '조곤조곤'한 설득, 그 모든 게 어지러이 뒤엉켰다. 나는 정중식 씨에 대한 인신공격과 조롱도 문제지만, 정중식 씨에 대한 모든 문제제기를 '메갈'이라 딱지 붙이며 싸잡아 깔아뭉갠 이들도 잡음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악플과 정중한 태도로 의견을 개진하는 댓글을 똑같이 취급한 것이다. 예컨대 그가 '감히' 정의당과 협력하려 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비난하거나, 노래 그 자체를 (어떤 점에서 유해한지에 대한 비평이 아닌) 범죄로 규정하며 정중식을 패는 A그룹과 그가 페이스북에 글을 쓸 때마다 묻어나오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깃든 사고나 표현에 버튼 눌려서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B그룹을 등치시키는 것. 나는 A그룹의 지탄은 과하다고 생각하지만 B그룹의 요청은 합당하다고 본다.

결국 이 아수라장이 좀 더 유의미한 논의로 수렴되려면, 의견 내는 사람들이 발화가 가닿길 바라는 대상을 좀 더 분명하게 좁힌 뒤, 그들을 지정하며 말 걸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무한도전에서 "그랬구나" 게임을 봤다. 그것처럼 한 그룹 대 한 그룹 씩 손에 손 잡고 허심탄회하게 대화 나누는 것을 상상했다. 나도 임의로 그룹을 나눠봤다. 각자가 속한다고 생각하는 그룹이 있다면 해당 내용을 읽어주심 좋겠다...고 쓰다 보니 이거 혹시 광역도발이 될까봐 두렵네... 반론해주시면 "그랬구나..." 하며 귀담아듣고 공부하겠습니다. 딱히 해당되는 그룹이 없다면 아마 저랑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계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정중식씨가 부족한 젠더 의식으로 유해한 창작물을 발표한 것은 맞지만 변화의 의지를 표했으므로 좀 더 지켜보겠으며, 그때까지 그가 너무 고통 받지 않고 살아남길 바란다는 입장...이랄까).


* 정중식의 밥줄이 끊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한국이 밥 벌어 먹고 살기 어려운 나라라는 데 동의하시나요? 그렇다면, 한국 같이 척박한 나라에서 밥줄 끊는 건 죽으라는 것 아닐까요? 정중식 씨가 정말 '죽을 정도로' 잘못한 것일까요? 혹시 '개짓'한 다른 한국 남성의 모습까지 그에게 투영하는 건 아니실까요? 그리고 인간은 자기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고 학습 의지를 가지면 나아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요? 물론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인내심이 시험 받는 기분이 드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만...


* '이게 다 메갈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정중식 씨가 안타까우신가요? 그 분이 잘 먹고 잘 살길 바라시나요? 그렇다면 행사 측에 의견 표출하여 중식 씨 섭외를 권유하고 티켓 구매도 하시는 게 어떨까요? 본인이 문화기획자면 중식 씨랑 뭔가 같이 할 궁리도 해보고요. 그의 계좌를 알아내 입금 하거나 밴드의 음원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중식 씨의 섭외가 취소된 게 항의한 사람 탓만은 아닐 겁니다. 결국 그 의견을 '받아들인' 건 주최 측이니까요. 행사의 주된 소비층의 의견이라 인지하고 중히 여겼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다면 님들도 적극적으로 중식이를 소비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주최 측이 님들 의견을 귀담아 듣게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메갈(그런데 도대체 '메갈'의 정체성을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규정하시는 겁니까?)만 까고 계시면 중식님께 밥이 나옵니까, 쌀이 나옵니까? 혹시 님들... 그저 중식님을 메갈 까기 위해 이용하는 건 아니죠?


* 정중식님에게:

저도 님의 노랫말 보고 빡쳤어요. 요즘 님 글 읽을 때도 빡치는 구석이 글 하나당 여러 개씩 꼭 발견되더라고요... 님 밥줄 안 끊기길 바라는 사람도 님 글 보면 빡쳐서 반론하고 싶어지니 당분간 페이스북에는 글을 올리지 않는 것이 세상의 잡음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길 아닐까요? 글 쓰실 때마다 긁어 부스럼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학습 의지가 있으시다면 페북 휴식기 동안 주 1회나 격주 1회마다 모여 책 읽고 토론하거나, 글 쓴 뒤 서로 첨삭해주는 오프라인 스터디그룹을 조직하고 운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충분히 학습하신 뒤 글을 올리시면 웬만해서 눈물이 안 나는 사람도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 정책입안자들에게:

중식이도 고통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 기본소득 보장하라! 부동산 법 개정하라!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