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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25일 11시 37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2월 25일 14시 12분 KST

테러의 시대, 불신의 시대

연합뉴스

저녁 약속이 있어서 평상시 타던 노선이 아닌 기차에 탔다.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문을 닫으려는 순간 바쁘게 올라탔는데, 바로 옆에 선 흑인 청년이 꽤나 사람들의 일반적인 흐름에 맞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문간에 버티고 서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을 전혀 살피지 않고. 후드가 달린 헐렁한 재킷을 뒤집어쓰고. 검은 배낭을 메고.

2005년 7월에 런던 시내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역에서 네 명의 열여덟살부터 서른살까지의 무슬림 청년들이 자살 테러를 감행했을 때, 딱 이런 차림들이었다고 했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에서 청년이 두툼한 배낭을 메고 거치적거리기에 몇몇 승객이 주의를 주었다고. 그런데 미안하다고도 하지 않고 한마디 대꾸도 안하고 땀만 뻘뻘 흘리고 있어서 여행객인 모양이다 하고 포기했다고. 그랬는데 짊어지고 있던 폭탄을 터뜨려 자기들도 죽고 무고한 목숨을 참 많이 죽였다.

그 청년들이 다 영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려서부터 자라나 영국식 교육을 받은 무슬림들이었는데, 테러리스트란 외부에서 온 자들, 즉 이방인들이라고만 생각하고들 있던 영국인들이 이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출현을 보고 받은 사회적 충격은 꽤나 컸었다. 그동안 무슬림 인구는 점점 증가하여 올해는 급기야 무슬림 단식 기간 때문에 중등학교 졸업종합시험(GCSE) 일정이 조정되었다. 사상 최초로 있는 일이다. 이 추세로는 기독교인인 백인이 소수인종이 될 거라는 우려조차 있는데, 문제는 여전히 사회경제적인 하층을 구성하는 것은 무슬림이고 무슬림 수감자의 비율도 인구비율에 비추어 매우 높다는 데 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데, 이걸 개선할 방법이 마땅히 없어 보이는 것이다. 아니면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일 수도 있고. 그리고 이제는 아예 영국의 무슬림 청소년들이 IS에 합류하기 위하여 가족을 떠나고 있는 지경이다.

어쨌거나 이 청년의 존재 덕에 순간적으로 진심으로 무서웠다. 이 청년이 자살 테러범이라고 치고, 폭탄을 터뜨리면, 이 폭탄이란 대개 작은 플라스틱 용기 안에 철사나 날카로운 금속 파편, 못 같은 걸 가득 채워 화약을 이용하여 터뜨리는 것으로 배낭에 넣어 두기도 하고 요즘에는 조끼 모양의 옷처럼 만들어 입기도 하는 모양이던데, 어 이거 바로 옆이니 꽤나 끔찍한 모양으로 죽겠는데, 라고 생각한 거다. 이런 식으로 가끔 피부로 공포를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지하철에서 실탄이 장전되어 있다는 총을 소지하고 있는 경찰을 볼 때라거나. 기차역에서 경찰견과 같이 다니는 걸 볼 때도 그렇고. 글쎄,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 사태'에 처해 있는 한국에서 보기에 별스레 긴박하게 보이지 않으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란 핵을 쏘아도 죽고 로켓이 떨어져도 죽지만 옆에서 사제 폭탄이 터져도 죽는 것이다. 오히려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따져보면 차라리 이쪽이 더 높지 않을까.

그리고 이쪽을 향해 돌아섰을 때 그 얼굴을 보니 청년도 아니고 그냥 소년을 갓 벗어난 애였던 것이다. 십이세 미만의 아동이 보호자 없이 외출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나라이니 아마도 그저 혼자 외출한 것이 처음이어서 긴장한 거였지 싶으니 꽤나 미안해졌다. 소년은 필사적으로 창밖을 쳐다보고 있다가 제가 내려야 할 역이 되었는지 황급히 내렸다.

이질적인 사람들을 쉽사리 의심하게 되는 시대. 불신하는 시대. 위험한 시대. 테러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테러범들의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은 개발할 수 없다면서 FBI와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 이는 정보수집 능력의 오남용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다. 2015년 12월 총기 난사로 인하여 최소 12명이 사망한 샌 버나디노 테러 사건을 수사하던 FBI는 범인들의 아이폰 잠금잠치를 해제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을 개발할 것을 애플에 요구했고 애플은 단 하나의 아이폰의 보안을 깰 수 있는 운영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이는 곧 모든 아이폰의 보안을 깰 수 있는 운영시스템으로 활용될 위험성이 너무 크다며 이를 거절했다. "법을 준수하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과 시민의 자유를 위협에 빠트리는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안을 우려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뜩이나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에 강화된 정보수집권을 부여하게 하는 것. 반면 이에 대한 통제는 오히려 완화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의적 법해석과 권한의 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구체적인 행위를 하지 않아도 위험하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테러위험인물로 분류되어 개인의 정보가 수집되고 위치가 추적된다니 그 상당한 이유란 무엇인가. 저런 복장을 한 흑인 소년은 위험인물로 보고 의심해도 되는 것인가. 나의 행동과 사상은 또한 어디까지 검열해야 할 것인가. 알 수가 없다. 이 역시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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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남태령역에서 경찰특공대와 소방서, 119특수구조단, 서울메트로가 다중이용시설 테러상황에 대비한 대테러 통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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