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5년 05월 07일 11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5월 07일 14시 12분 KST

탄수화물 중독이 마약 중독 이상이라고?

우리 몸에서도 급하게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 바로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즉 혈당을 바로 올릴 수 있는 단당류 위주의 탄수화물을 갈구하게 된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이 또 정상 레벨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므로 또다시 비상으로 인슐린을 분비시켜서 혈당을 안정화시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써보지도 못한 탄수화물 에너지원을 비축하게 되어, 우리 몸은 잠깐 기분이 좋았다가 바로 기운이 없어지면서, 바로 또다시 당분을 갈구하는 상태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려면 진정으로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기타 영양소를 공급해야 하는데, 탄수화물 중독의 쳇바퀴에 빠져 버리면 계속 탄수화물만 찾게 된다.

D. Hurst / Alamy

(일러스트 : 강상훈)

중독은 중독이다

중독이란 내가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한계 상황을 이미 넘었음을 뜻한다. 시작은 나의 의지였을지언정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탐닉하게 되어 스스로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단순한 탐닉과 중독은 거리가 먼데도 사람들은 스스로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면 이미 중독이 아닌 것을!

신체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영양소는 중학교 때 이미 가정 시간에 배운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이 세 가지다. 이 중 지방 중독이나 단백질 중독이란 용어는 없는데, 왜 탄수화물 중독은 존재하는 것일까? 이것에 의문을 가진 적은 왜 없는 걸까?

탄수화물의 실체는 당분이다. 우리가 간절히 원했건 그냥 원했건 당지수가 월등히 높은 탄수화물이 우리 몸에 들어 오면 이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혈액의 혈당지수가 급격하게 올라가게 되므로 혈액의 당분을 정상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작업이 일어나게 된다. 이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 인슐린인데 혈당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여분의 당분을 재빨리 피하지방으로 저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몸은 본의 아니게 탄수화물 에너지를 써보지도 못하고 저장하게 되어 또 다시 에너지 고갈 상태에 빠지게 된다.

나는 이 상태를 흔히 비유하기를, 월급을 받아서 써보지도 못하고 몽땅 저축을 해버리는 바람에 실제로는 쓸 돈이 없는 상태로 설명한다. 월급을 받아서 먹을 것도 사야 하고 집세도 내야 하는데, 그럴 겨를도 없이 몽땅 저축을 하니, 다시 돈을 급하게 구하게 된다. 우리 몸에서도 급하게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해 바로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즉 혈당을 바로 올릴 수 있는 단당류 위주의 탄수화물을 갈구하게 된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이 또 정상 레벨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므로 또다시 비상으로 인슐린을 분비시켜서 혈당을 안정화시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써보지도 못한 탄수화물 에너지원을 비축하게 되어, 우리 몸은 잠깐 기분이 좋았다가 바로 기운이 없어지면서, 바로 또다시 당분을 갈구하는 상태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려면 진정으로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기타 영양소를 공급해야 하는데, 탄수화물 중독의 쳇바퀴에 빠져 버리면 계속 탄수화물만 찾게 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지방, 탄수화물(당분), 식품 첨가물이 범벅이된 최악의 음식에 빠져 들게 되는데, 양념 범벅의 프라이드 치킨이나 떡볶이 국물을 잔뜩 묻힌 튀김만두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콜라를 곁들이면 칼로리 제로건 아니건 식욕 촉진제 역할을 톡톡히 하여 걷잡을 수 없는 탄수화물 중독의 세계로 빠져든다.

(일러스트 : 강상훈)

웰컴 투 탄수화물 세상

식욕 억제제 등의 다이어트 약물을 비타민제 먹듯이 수년간 복용 중이거나, 심리 치료를 받으며 괴로워하는 환자 대부분은 탄수화물 중독에 빠져 있다.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단계는 먼저 자신이 중독 상태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중독의 발단이 먹는 걸 원래 좋아하는 심리에서 출발했든, 만성피로 증후군 같은 신체적인 것에서 시작했든 말이다. 암 같은 질병으로 인한 통증을 관리하기 위해 마약을 사용하는 경우,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양을 사용하더라도 중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만에 하나 중독으로 이어져서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다면 억울하더라도 중독은 중독 아닌가.

탄수화물 중독은 중독성으로만 놓고 보았을 때 마약 중독보다 더 강력하다. 탄수화물 중독 자체가 마약 중독과는 다르게 또 다시 탄수화물 중독의 원인, 즉 셀룰라이트성 염증을 만들기 때문이다. 탄수화물 중독은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고 단백질 당화를 일으켜 직접적으로 셀룰라이트를 발생시키기도 한다(인슐린 자체가 부종을 일으키기도 한다). 만성 염증 상태에 해당하는 셀룰라이트는 만성피로를 일으키고 다시 탄수화물을 먹고 싶게 만들어 중독 상태를 가중시킨다. 정제 탄수화물을 많이 찾게 될수록 새는 장 증후군과 장내 세균총 이상의 악화요인이 되고, 이어 셀룰라이트를 발생시킴으로써 악순환이 계속된다. 결국 셀룰라이트 치료를 위해서는 탄수화물 중독을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기란 여간해서 쉽지가 않다.

먼저 식사 일기장을 쓰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루에 얼마만큼의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는지에 집착하지 말고, '어느 정도'를 탄수화물로 섭취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왜 탄수화물을 자꾸 먹게 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어떤 음식이 탄수화물에 포함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들이 써 온 식사 일기장에 탄수화물 음식을 체크해서 주면 놀라워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탄수화물 음식으로 분류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 식사 일기장 작성을 전제로 한 약물 복용을 권유할 수도 있다. 비교적 약한 식욕 억제제를 사용해 별도의 스트레스 없이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줄여야지'라고 종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와 죄책감을 주어 탄수화물 중독은 갈수록 심화되기 때문이다. 식욕 억제제를 처방하기 전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게 된다.

01 약물 복용은 체중 감량이 아닌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한 목적일 것.

02 입맛이 떨어져서 탄수화물을 덜 먹게 된 대신 그 자리에 최소한의 질 좋은 단백질과 지방질 음식으로 채울 것. 영양의 균형이 맞게 되면 식욕 억제제를 끊은 후 허겁지겁 또 다시 탄수화물 중독에 빠지는 일이 없다.

03 식사 일기장을 반드시 작성하여 실제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있는지 체크할 것.

04 1일 칼로리 섭취를 최하 1,200킬로칼로리 이상, 1,500킬로칼로리 내외로 잡을 것.

05 특별한 약물 부작용이 없는 이상 8주 정도 꾸준히 매일 복용할 것. 8주는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이다.

* 이 글은 <제3의 살 - 젊고 건강한 몸매로 만드는 안티셀룰라이트 다이어트>(RHK, 2014)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