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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06일 08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11월 06일 09시 44분 KST

아이유도 롤리타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

아이유가 롤리타 콘셉트를 차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에이드리언 라인의 영화에 등장하는 돌로레스 헤이즈(그러하다, 그녀의 이름은 '돌로레스 헤이즈'다. 롤리타가 아니다.)의 번진 립스틱과 영문판 '롤리타'의 수많은 장정본 중 한 표지의 포즈를 따라 했다는 것이다.

웹과 각종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났다. 아이유가 처음부터 노리고 롤리타 콘셉트를 잡았다며 영악하고 간악하다는 말을 비속어로 내뱉고 '범죄의 수준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2015년의 한국에서 이런 잘못된 텍스트 비판이 있다는 건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일단 롤리타가 뭔지부터 생각해보자. 인류의 역사상 'Lolita'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래 문장에서다.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 문학동네, 김진준 번역

그런데 이 1인칭 소설에서 화자가 '롤리타'라고 부른 여자아이의 이름은 롤리타가 아니지 않은가? 본명은 돌로레스 헤이즈이고, 보통의 사람들은(그녀의 엄마를 포함해서) 그녀에게 '롤리타'가 아니라 '돌리'라고 부른다. 이게 바로 롤리타 콤플렉스다. 멀쩡한 소녀에게 지 마음대로 '롤리타'라는 이름을 붙이는 30대 후반(의외로 젊었다)의 아저씨 험버트 험버트 말이다.

아이유가 그간 롤리타의 콘셉트를 하고 나왔다면 '롤리타 콤플렉스'는 그럼 누구의 차지인가? 아이유의 '음악'을 사랑한 사람이 아니라 그녀를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한 이상한 몇몇 팬들의 차지다. 실제로 남자들의 카톡 창에 아이유의 합성 나체사진이 엄청나게 떠돌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성년의 나이에 데뷔한 뮤지션 아이유는 성적인 방식으로 소비될 수밖에 없는 여자 아이돌의 숙명이 얼마나 싫었을까?

이번 논란으로 아티스트로서 아이유의 위치는 오히려 격상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라. 조용한 포크 노래를 하고 싶다는 아이유에게 레옹의 복장을 입힌 사람은 누구인가? 박명수가 아닌가? 아이유를 바라보는 아저씨들의 시선에서 롤리타 콤플렉스를 읽어내고 전략의 방향을 잡은 게 과연 아이유일까? 아니면 기획사 사장님일까? 그렇다면, 욕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아이유를 롤리타로 본 한국의 모든 험버트들과 그 눈빛에서 돈의 냄새를 맡아낸 기획사의 기획력이 아닐까?

이쯤 되면 '롤리타'의 콘셉트는 아이유가 기획사를 설득하기 위한, 또는 일격을 가하기 위한 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이유는 김창완과 듀엣곡을 부르고, 인디밴드 가을 방학의 노래를 커버하며 자신이 되고 싶은 음악가로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기획사가 원하는 아이유의 모습은 그런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리고 예쁘고 노래 잘 하고 섹시한 여자아이'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놓고 롤리타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게 그들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예술적인 한 방을 먹이는 일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말이다. 설사 아이유가 먼저 나서서 '사장님 이번 콘셉트는 아저씨들의 로리콤을 흔들어 놓을 수 있게 롤리타 콘셉트로 가죠'라고 제안 했다고 해도 문제 될 게 뭐란 말인가? 나보코프의 소설에서 생긴 신조어는 '롤리타'뿐이 아니다. 험버트는 그런 식으로 자신을 자극하는 어린 여자아이들은 '님펫'이라 이름 지었다. '님펫'. 그렇다. 이 역시 (문학적으로는 아름답고 도덕적으로는) 더러운 단어지만 그 누구도 님펫을 탓할 수는 없다. 세상에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말은 있지만 님펫 콤플렉스라는 말은 없는 이유다.

16세의 여고생이 예쁘고 아름답고 싶어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16세의 여고생이 짧은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이를 방금 키스를 끝낸 것처럼 뭉개도 잘못이 아니다. 16세의 남학생이 그 여학생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도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롤리타 콤플렉스'라 부르는 이상한 집착은 '아이유'에게 '롤리타'라 손가락질 하면서 합성 나체 사진이나 만드는 대한민국 험버트들의 마음을 일컫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자가 옷을 야하게 입어 추행을 하게 된 것 아니냐는 판에 박힌 사고방식은 이제 좀 버릴 때도 됐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자꾸 아이유의 영상을 본 외국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지적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마라. 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그런 콘셉트의 여가수를 사랑하는 한국의 팬들이다. 내가 보기엔 그냥 대 놓고 벗는 마일리 사이러스와 켄달 제너보다 '로리콤은 너네야'라고 일침을 가하는 아이유가 훨씬 똑똑해 보인다.

-나보코프의 (수 많은,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팬들에게는 일차적 수준의 텍스트 해석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그러나 이 정도가 이번 사안에서 논의되어야 할 수준이라 판단했다. 작품 안에서 정말 돌로레스 헤이즈가 님펫이었는지, 과연 화자인 험버트는 어느 정도 믿을 만한지는 다른 세상에서 해야 할 얘기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