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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20일 13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6월 20일 14시 12분 KST

[기억이여 먹어라]무적 핑크의 맛집, 개포동 '부산 어묵'

미모의 웹툰 작가 '무적핑크'에 따르면 개포 5단지는 자신이 이사 오기 전부터 떡볶이의 성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보다 조금 나이가 있는 지역 주민에게 물으니 80년대의 주역은 오늘의 주인공인 '부산 어묵'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의 부산 오뎅이 있는 자리와 대각선 맞은편 자리에 지금은 없어진 경쟁 업체 둘이서 온 동네 학생들 코 묻은 돈을 다 긁어갔다. 경기여고, 진선여고 그리고 간혹 은광여고, 숙명여고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둘 중 어느 집에서 먹을지를 몰라 '에라 2차까지 가자'며 두 집 다에서 먹곤 했다.

그러나 어느샌가 두 집 모두 영문도 없이 사라지는 바람에 밤늦게 술을 깰 요량으로 오뎅 국물을 들이켜던 아빠들과 하루 네 끼로도 배가 고픈 하굣길의 어린양들은 갈 곳을 잃고 한동안 허탈한 배회를 하곤 했다.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사람이 바로 지금 '부산 오뎅'의 사장님이다. 덩치가 크고 산적처럼 생긴 터에 '주먹질하다가 사랑 때문에 손 씻고 착한 길로 들어섰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그러나 홍대의 조폭 떡볶이가 그렇듯 그저 아니 땐 굴뚝에 외모 때문에 난 연기일 뿐이었다.

하여튼, 다마스 트럭을 몰고 상가 입구에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인기몰이에 성공한 털보 아저씨는 금세 뚱뚱한 쌀 떡볶이로 상권을 장악하더니 예전 전설의 떡볶이집이 있던 자리에 '힙 터지는' 스탠딩 분식집을 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부산 오뎅'이다. 그 흔한 대파도, 오뎅도 없이 빨간 국물만 있는 가래떡을 주걱으로 뚝뚝 썰어주시니 개포 5,6,7단지의 주민들이 환성을 지르며 몰려들었다고 한다. '후레이!'

89년생인 무적 핑크가 이 집의 단골이 된 시점도 이때 즘이다.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 추억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산 오뎅. 한창 잘 생긴 '정조'와 사랑에 빠져있던 시절, 이곳에서 가래떡 하나 집어 먹고 집에 들어가는 게 소중한 일과 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집의 명물이 떡볶이만 있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은 건 '톳 오뎅', '매생이 오뎅' 그리고 각종 튀김이다. 김 색깔만 낸 게 아니라 짙은 향에 두툼한 질감까지 제대로 살아있는 '김말이'와 쫄깃한 만두피에 수제 만두소가 가득 들은 야끼만두는 그야말로 일품. 깨물 때마다 톳이 그대로 씹히는 톳 오뎅과 지금까지 먹어본 오뎅 중에 가장 두툼해서 심지어 관능적이기까지 했던 매생이 오뎅도 반드시 먹어봐야 할 별미다.학창시절 훌륭한 분식집이 집 근처에 있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일생일대의 축복이다.

<부산어묵>

가래떡 700원 1인분 2,500원 매운 어묵 600원

튀김 1인분 3,000원

강남구 개포로 82길 13-11 부산어묵

*'기억이여 먹어라'는 인터뷰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맛집을 취재해 '빅이슈 코리아'에 기고하는 연재물입니다.